벵거의 은퇴와 과르디올라의 ‘승점 100점’, 그리고 코로나19 [당신이 몰랐던 PL ⑦]

입력 2024-08-03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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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가 1992년 출범했다. 프리미어리그는 32년간 잉글랜드 최상위 축구 리그로 군림하며 국제대회에서 수많은 족적을 남겼다. 출범 당시 주로 영국인과 아일랜드인으로 구성됐던 프리미어리그는 현재 약 70여 국적의 선수들이 뛰는 범세계적인 리그로 발돋움했다. 이제부터 치열했던 프리미어리그 역사 한 켠에 득점왕으로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올린 선수들을 소개한다. 또한 그해 리그 우승팀과 눈여겨볼 만한 이야깃거리를 짚어본다.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2017-2018 ‘승점 100점’ 펩 과르디올라, 그리고 벵거의 은퇴

프리미어리그에 돌아온 모하메드 살라가 36경기에서 32골을 몰아치며 새로운 득점왕을 신고했다. 이로써 1995-1996 프리미어리그 38라운드 개편 이후 한 시즌 최다 득점자 기록이 나왔다. 종전 기록 보유자는 앨런 시어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루이스 수아레스(31골)다. 해리 케인은 30골을 넣었지만 2골 차로 3연속 득점왕에 실패했고,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21골로 뒤를 이었다.

펩 과르디올라가 이끄는 맨체스터 시티가 프리미어리그 기록을 갈아치우며 정상에 우뚝 섰다. 시즌 38경기를 치르는 동안 106골을 넣었고, 골득실은 +79를 기록했다. 맨시티는 38경기 중 32경기를 이기며 첼시 FC가 갖고 있던 시즌 최다승 기록(30승)도 경신했다. 특히 지역 라이벌이자 오랜 기간 정상에 군림해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9점 차로 따돌리고 우승하며 역대 최다 승점 기록을 새로 썼다.

승점 100점. 맨시티가 세운 대기록은 현재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당초 마지막 경기를 앞둔 맨시티는 우승을 확정 지은 상태였다. 하지만 승리한다면 세 자릿수 승점을 달성할 수 있는 기회. 맨시티는 38라운드에서 사우스햄프턴과 맞붙었지만, 정규시간을 득점 없이 흘려보냈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 4분 경기 종료 직전에 케빈 더브라위너의 패스를 받은 가브리엘 제수스가 결승 골을 뽑아내는 데 성공하며 최다 승점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골키퍼 에데르송, 수비수 카일 워커와 벤자민 멘디, 다닐루, 미드필더 베르나르두 실바가 합류한 맨시티는 리그 18연승을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최다 연승 기록도 세웠다. 맨시티는 10경기에서 4골 이상 득점하며 압도적인 무위를 자랑, 잉글랜드 풋볼리그(EFL)컵에서도 우승하며 '더블'을 달성한다. 하지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8강에서 리버풀 FC를 만나 총합 1-5로 패한다.

▲아르센 벵거. (로이터/연합뉴스)
▲아르센 벵거. (로이터/연합뉴스)

맨유는 루카쿠와 폴 포그바가 활약하며 시즌을 2위로 마무리했고, 토트넘 홋스퍼는 시즌 중반 14경기 무패행진을 질주하며 3위로 마무리했다. 리버풀은 국내 리그보다 국제 대회에서 성적이 좋았다. 리그는 4위에 안착했지만, 챔스에서는 결승전에 올라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와 맞붙었다. 하지만 골키퍼 카리우스의 실수와 레알 공격수 가레스 베일의 멋진 오버헤드킥에 당하며 1-3 패, 준우승했다.

한편 첼시는 시즌이 끝난 뒤 5위를 기록한 안토니오 콘테 감독을 경질했고, 션 다이치 감독이 이끄는 번리는 7위에 안착하며 유럽대항전 무대에 진출했다. 웨스트햄은 맨유에서 경질당한 데이비드 모예스를 선임, 13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22년간 팀을 이끌었던 아스널 FC 아르센 벵거 감독이 팀과 프리미어리그에 작별 인사를 건냈다.

'벵거볼'이라는 유려한 전술로 프리미어리그를 지배했던 벵거는 특유의 빠른 공격 템포와 아름다운 패싱 축구로 많은 축구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팀 리빌딩과 유소년 선수 육성에 있어 탁월한 능력을 선보인 벵거는 재정 관리 부분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팀을 유럽 정상까지 이끌었다. 특히 프리미어리그 3회 우승과 더불어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7회 우승 타이틀을 따냈고, 전 세계적으로 몇 없는 '무패 우승'을 이루며 명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8-2019 유럽 대항전 무대를 프리미어리그가 지배하다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1998-1999시즌 이후 20년 만에 세 명의 득점왕이 탄생했다. 첼시의 피에르-에메리크 오바메양과 리버풀 사디오 마네, 모하메드 살라가 22골을 넣으며 골든 부츠를 공동 수상했다. 에덴 아자르는 15도움으로 도움왕을 수상했고, 트렌트 알렉산더-아널드와 앤디 로버트슨은 각각 12도움, 11도움을 올리며 리그 최고의 윙백으로 거듭났다. 리버풀 골키퍼 알리송 베커는 맨시티 에데르송을 제치고 데뷔 시즌 골든 글러브를 차지했다.

시즌을 앞두고 프리미어리그 상위권 팀 사령탑에 변화가 있었다. 아스널 벵거 감독이 떠난 자리에는 ‘유로파의 왕’ 우나이 에메리 감독이 들어왔고, 첼시는 안토니오 콘테의 빈자리를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으로 메꿨다. 맨유는 조제 모리뉴를 시즌 도중 경질하고 올레 군나르 솔샤르를 임시 감독으로 앉혔다.

맨시티와 리버풀이 역대급 우승 레이스를 펼치며 수많은 축구 팬들을 열광시켰다. 그 누구도 펩 과르디올라와 위르겐 클롭의 질주를 막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과르디올라가 한 발자국 먼저 앞섰다. 맨시티가 승점 98점으로 리그 정상에 다시 한번 올라서며 10년 전 맨유 이후 처음으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팀이 됐다. 준우승 리버풀은 승점 97점을 기록, 1, 2위 합산 195점을 기록하며 역대 준우승팀 중 가장 높은 승점 기록을 세웠다.

리버풀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아쉽게 마무리한 시즌이다. 16라운드 본머스 AFC전 이후 내리 1위를 질주했지만, 29라운드 머지사이드 더비에서 에버튼 FC와 0-0으로 승부를 내지 못하며 2위로 밀려났다. 반면 본머스를 1-0으로 제압한 맨시티는 잔여 경기를 전승으로 가져가면서 리버풀을 1점 차로 따돌리고 우승한다. 여기에 FA컵과 EFL컵까지 우승하며 국내 3관왕을 달성한다.

맨시티가 우승할 수 있던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로 주장 뱅상 콤파니의 벼락같은 중거리 슈팅이 꼽힌다. 맨시티는 37라운드에서 리버풀 출신 브랜던 로저스 감독이 이끄는 레스터 시티를 만났다. 무승부를 거두기만 해도 우승 경쟁에서 미끄러지는 상황. 맨시티는 경기 초반부터 몰아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후반 중반까지 0-0으로 맞서며 팽팽한 경기가 이어졌다.

그때 에메리크 라포르테의 패스를 받은 콤파니가 공을 몰고 중앙으로 침투했다. 수비를 앞에 둔 콤파니가 패스와 슈팅을 고민하던 찰나, 벼락같은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골문 오른쪽 상단에 꽂으며 결승 골을 기록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깜짝 슈팅을 성공시킨 콤파니는 자신의 맨시티에서 마지막 시즌을 우승으로 마무리하는 최고의 순간을 보냈다.

▲(출처=챔피언스 리그 공식 SNS X 캡처)
▲(출처=챔피언스 리그 공식 SNS X 캡처)

한편 주요 유럽 대항전 결승전을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장악했다. 챔스는 리버풀과 토트넘이, UEFA 유로파리그는 첼시와 아스널이 맞붙었다. 토트넘은 챔스 결승전에서 'DESK'(알리-에릭센-손흥민-케인) 조합을 꺼내 들었지만, 리버풀의 단단한 허리 라인과 수비를 뚫지 못했다.

반면 리버풀은 '마누라'(마네-로베르토 피르미누-살라) 삼각편대로 거칠게 맹공, 살라의 페널티킥 득점과 교체로 투입된 디보크 오리기의 결승골에 힘입어 '빅 이어'를 들어 올리는 데 성공한다. 이로써 리버풀은 2011-2012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 무관을 끊어내는 데 성공했다. 또한 14년 만에 챔스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는 챔스 통산 6번째 우승이자 우승 횟수 3위다.(2019-2020시즌 뮌헨 우승으로 공동 기록)

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은 런던 더비가 열렸다. 첼시는 아스널을 상대로 4골을 터뜨리며 3점차 승리를 거뒀다. 후반전에만 4골을 퍼부은 첼시는 사리 감독 부임 첫 시즌 유로파 리그 우승 타이틀을 손에 넣으며 자신들이 런던의 주인임을 증명했다. 이는 사리 감독의 첫 우승 트로피이기도 하다. 반면 아스널은 최악의 골 결정력을 선보이면서 준우승에 그쳤다. 또한 리그를 5위로 마감하며 챔스 진출에도 실패했다.

2019-2020 최고령 득점왕의 탄생과 그라운드를 덮친 코로나19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프리미어리그 최고령 득점왕이 탄생했다. 33세 레스터 시티 공격수 제이미 바디가 23골을 터뜨리며 피에르 에메릭-오바메양과 대니 잉스의 22골을 꺾고 골든 부츠를 수상했다. 지난 시즌 득점왕 모하메드 살라는 19골로 5위를 차지했고, 10도움을 올리며 도움 공동 4위를 올렸다. 케빈 더브라위너는 20도움을 올리며 한 시즌 최다 도움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손흥민은 11골 10도움을 올리며 전방위 활약을 이어갔다.

시즌을 앞두고 감독진에 변화가 많았다. 프랭크 램퍼드가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 친정팀 첼시에 복귀했고, 주제 모리뉴가 중도 경질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의 뒤를 이어 토트넘 지휘봉을 잡았다. 아스널도 우나이 에메리 감독을 경질, 프레디 융베리 임시 감독 체제 이후 12월에 미켈 아르테타를 정식으로 선임했다. 에버턴 FC는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는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 대신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을 선임해 하위권 탈출을 꾀했다.

특히 2019-2020시즌은 전 세계에서 문제가 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프리미어리그에 마수를 뻗친 시즌이다. 리그는 유례없는 전염병 사태로 인해 잠정 중단됐다. 프리미어리그는 팬데믹 영향으로 29라운드까지 진행 후 6월 재개됐고, 이후 잔여 일정은 전부 무관중 경기로 치러졌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무관중 경기가 치러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PA/연합뉴스)
▲(PA/연합뉴스)

리버풀이 지난 시즌 승점 1점 차 준우승을 설욕했다. 위르겐 클롭이 이끄는 리버풀이 승점 99점을 획득하며 30년 만에 리그 정상을 차지했다. '게겐프레싱'으로 불리는 클롭의 전술 철학이 빛을 발한 시즌이다. 클롭은 부임 당시 중위권에 머물던 팀을 재정비, 자신만의 스타일로 변화시켜 유럽 정상으로 이끄는 데 성공했다.

클롭과 리버풀은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리그를 지배했다. 프리미어리그 18연승 기록을 세웠고, 38경기에서 32승을 거두며 종전 최다승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압도적인 화력을 바탕으로 지난 시즌 우승팀 맨시티를 승점 18점 차이로 따돌렸다. 리버풀은 무려 7경기를 남겨 두고 우승을 확정 지었다. 또한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과 UEFA 슈퍼 컵에서도 우승하며 3관왕을 이뤘다.

맨시티는 리그에서 준우승했지만, EFL컵에서 우승하며 체면치레했다. 맨유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데려온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8골 7도움에 힘입어 후반기 14경기 무패 행진을 질주했다. 맨유와 승점 동률인 첼시는 득실 차에 밀리며 4위를 차지했고, 아스널은 8위로 추락하며 유럽 대항전 출전에 실패했다. 하지만 FA컵에서 우승하며 차기 시즌 UEFA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확보했다.

▲손흥민. (출처=FIFA 푸스카스 어워즈 홈페이지 캡처)
▲손흥민. (출처=FIFA 푸스카스 어워즈 홈페이지 캡처)

한편,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이 아시아인 최초로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을 수상했다. 푸스카스상은 1년간 시즌을 치르며 가장 멋진 득점을 한 선수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손흥민은 2019년 12월 번리 FC전에서 말도 안 되는 돌파와 마무리로 원더골을 넣은 바 있다. 당시 토트넘 진영에서 공을 잡은 손흥민은 직접 공을 몰고 하프라인으로 전진, 수비수 여럿을 빠른 속도로 따돌린 뒤 골키퍼와 1:1 상황을 오른발 감아차기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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