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서 썩 꺼져"…관광객에 물총 쏘는 '이 나라', 남 일 아니다? [이슈크래커]

입력 2024-07-2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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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시민들이 관광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시민들이 관광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관광객 제발 오지 마!

본격 여름 휴가철이 찾아온 만큼 '관광 대국' 스페인도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거리에선 이처럼 험악한 말이 나오고 있어 긴장감을 자아내는데요. 심지어 관광객을 향해 물총을 쏘면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외치는 현지인들도 적지 않다고 하죠.

이는 '오버 투어리즘(Overtourism)'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현지인들이 벌이는 시위에서 포착되는 모습입니다. 오버 투어리즘은 수용 가능한 수준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 거주민의 삶을 침범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관광객이 늘면 자연스럽게 고용이 늘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이익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되레 주민들의 일상을 방해하고 물가 인상을 이끄는 등 경제적 부담까지 키울 수도 있습니다. 스페인 사람들도 이 같은 맥락에서 관광객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거죠.

오버 투어리즘이 스페인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에어비앤비 같은 단기 임대 숙소에 대한 허가를 폐지하거나 새로 호텔을 짓는 걸 금지하는 등 오버 투어리즘 관련 대책이 속속 등장하고 있죠.

▲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라스 람블라스 골목에서 대규모 관광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시위 참여자들이 한 레스토랑 창문에 '출입 금지' 테이프를 붙였다. (AF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라스 람블라스 골목에서 대규모 관광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시위 참여자들이 한 레스토랑 창문에 '출입 금지' 테이프를 붙였다. (AFP/연합뉴스)

물총 쏘고 테이프 붙이고…'관광 대국' 스페인서 주민 vs 관광객 갈등 격화

AP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스페인은 약 851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인 2019년의 8350만 명을 넘어선 기록인데요. 프랑스(약 1억 명)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이기도 하죠.

특히 바르셀로나는 매년 23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지입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도시 전체를 이루고 있는 가우디 건축물과 중세 건물들로 유럽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매력적일 뿐 아니라 유럽 내에서 물가도 저렴한 수준이라 세계 각국의 관광객이 찾아오죠.

그런데 바르셀로나를 포함해 마요르카 섬, 말라가, 카나리아 제도 등 스페인 주요 관광지에선 오버 투어리즘 항의 시위가 최근 몇 주간 벌어지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넘쳐나는 관광객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는데요. 실로 소음과 쓰레기, 교통 체증, 사생활 침해 문제로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관광객을 겨냥한 단기 임대용 숙소들이 많아지면서 정작 주민들이 살 주거용 부동산은 사라지고 가격이 치솟는다는 겁니다.

로이터 통신과 BBC 방송 등에 따르면 6일(이하 현지시간) 수천 명이 바르셀로나 도심에 모여 관광객들을 향해 물총을 쏘면서 "관광객은 집으로 돌아가라"고 외치는 시위를 벌였는데요. 13일 알리칸테에선 주민들이 "알리칸테, 판매 중 아님", "관광객은 우리 동네를 존중하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죠.

시위대는 행진하면서 식당 테라스에 관광객이 앉지 못하도록 공사장에서 출입 금지 구역을 표시할 때 쓰는 테이프를 빙 둘러 붙이기도 했는데요. 식당 직원들은 당황했지만, 이들을 막거나 항의하지는 못했죠. 화가 난 관광객이 시위대를 향해 손가락 욕을 하며 반발하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바르셀로나는 최근 관광객을 상대로 한 단기 아파트 임대를 금지하기로 한 데 이어 크루즈 기항 관광객에게 물리는 세금을 인상할 계획입니다. 자우메 콜보니 바르셀로나 시장은 현지 매체 엘파이스와의 인터뷰에서 "(체류 시간 12시간 미만의) 크루즈 경유 관광객에게 물리는 세금을 상당한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죠.

▲지난달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에 올림픽 오륜 링이 걸려 있다. (AP/뉴시스)
▲지난달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에 올림픽 오륜 링이 걸려 있다. (AP/뉴시스)

올림픽 앞둔 프랑스 파리, 물가 인상에 불만 폭주…"파리 대신 일본 갈 듯"

곧 올림픽이 개막하는 프랑스 파리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치안 우려, 교통 혼잡 등 우려 요소가 한두 개가 아닌데요. 특히 치솟는 물가에 현지인들의 불만이 높습니다. 프랑스 유명 관광지는 올여름 갑자기 입장료를 올리겠다고 일제히 예고했고요. 교통 당국은 올림픽 기간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을 일시적으로 2배가량 올리기로 했죠.

이번 올림픽 기간에 파리로 향하는 관광객 숫자가 이전 올림픽에 비해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스페인 여행 전문 시장정보업체 포워드키스는 지난달 6일부터 올림픽 기간까지 파리행 항공편 예약 건수가 전년 대비 10%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2024 파리 올림픽은 26일 파리에서 개막해 다음 달 11일까지 이어지는데요. 앞서 2016년 브라질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의 경우 개막 전 비슷한 시기에 항공권 예약이 전년보다 115% 증가했습니다. 심지어 코로나19 봉쇄가 한창이던 2020 도쿄 올림픽 당시에도 개막 전부터 일본 항공권 예약이 20% 늘어난 바 있죠.

프랑스 에어프랑스와 네덜란드 KLM항공이 포함된 항공 지주사 에어프랑스-KLM그룹은 1일 낸 성명에서 올림픽을 앞둔 파리행 승객 숫자가 다른 유럽 도시에 비해 적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룹은 자회사인 저가항공사 트랜스아비아의 예약 상황을 근거로 프랑스에 가려고 했던 승객들이 올림픽 이후로 방문을 미루거나 휴가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는데요. 이달부터 다음 달까지 매출이 1억6000만∼1억8000만 유로(약 2389억~2687억 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파리행 승객이 회복되는 건 올림픽이 끝난 후인 다음 달 말부터 9월 사이로 내다봤죠.

숙박업계에서도 기대보다 썰렁한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프랑스 컨설팅업체 MKG는 올해 들어 파리 호텔 예약 건수가 감소세라며 지난달 호텔 매출도 25%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프랑스 관광 당국은 올림픽 기간 1500만 명이 파리를 방문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이죠.

살인적인 물가와 혼잡이 예상되면서, 파리가 아닌 다른 관광지로 휴가를 떠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습니다. 델타항공은 프랑스 대신 엔저 현상으로 일본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죠. 글렌 하우엔스타인 델타항공 사장은 "엔화가 (달러당) 83엔이었을 때 일본을 가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엔화가 (달러당) 160엔이기 때문에 미국 여행자들은 이 점을 잘 활용하는 것 같다"고 짚었죠.

▲북촌 한옥마을의 모습. (연합뉴스)
▲북촌 한옥마을의 모습. (연합뉴스)

관광지 폐쇄하는 등 극단적 조치도…각국의 오버 투어리즘 대응 방법

또 다른 유럽 대표 관광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매년 2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립니다. 당국은 윤락 관광과 대마 흡연 등을 제한했고, 지난해엔 시 의회가 한해 관광객 수가 1800만 명을 넘으면 오버 투어리즘에 의무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했죠.

4월엔 오버 투어리즘 대응 일환으로 신규 호텔 건설을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이 조처를 통해 연간 여행객 숙박 횟수가 2000만 건이 넘지 않도록 조절한다는 방침인데요. 다만 이미 신축 허가를 받은 호텔은 계속 공사를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지난달부터 단체 관광객 규모를 25명으로 제한, 관광 가이드의 확성기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성수기인 4월 25일부터 7월 중순까진 관광객에게 하루 입장료 5유로(약 7300원)도 부과한다고 하죠.

극심한 오버 투어리즘 현상에 골머리를 앓는 건 유럽만의 일이 아닙니다.

필리핀은 섬을 아예 폐쇄하는 강경책을 펼친 적도 있습니다. 필리핀 정부는 2018년 약 6개월간 보라카이 섬을 완전히 폐쇄한 바 있는데요. 당시 보라카이의 호텔과 레스토랑 및 여러 관광 사업들 때문에 보라카이 섬의 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돼 이를 복원하려는 조치였죠. 이후 섬을 다시 개장하는 과정에서 관광객 수를 제한했고, 해변에서 이뤄지는 각종 파티를 제재했습니다.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오물 등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만들기도 했죠.

일본 야마나시현 후지카와구치코 마을은 후지산 인증샷을 찍으려고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혼잡 그 자체입니다. 관광객들은 편의점 위로 솟아있는 후지산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도로 아무 데나 차를 세우고, 인근 건물 옥상까지 무단 침입했습니다. 결국, 지자체는 전망을 가리는 대형 그물막을 설치해 사진 자체를 찍지 못하게 했죠.

국내에선 북촌 한옥마을이 대표적입니다. 사진 찍는 여행객들로 골목이 붐비는 데다가 외국인 관광객들도 대형 전세버스를 타고 수시로 이곳을 드나드는데요. 특히 무인 한옥 스테이가 인기를 끌면서, 밤에도 숙소를 찾는 관광객들로 골목길이 떠들썩하죠. 골목 곳곳엔 작게 대화해 달라는 문구가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적힌 안내판이 붙어 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습니다.

이에 종로구는 1일 전국 최초로 북촌 한옥마을 일대를 관광진흥법에 따른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북촌로 11길(3만4000㎡)은 레드존으로 지정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관광객이 방문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오후 5시 이후부턴 주민 편의를 위해 야간 통행금지가 도입된다는 겁니다.

종로구는 2026년부턴 전세버스 통행도 제한합니다. 전세버스 불법 주정차가 잦은 안국역사거리에서 삼청공원 입구까지의 북촌로 1.5㎞ 구간(2만7500㎡)은 전세버스 통행제한구역으로 정했는데요. 올 하반기 조례 개정을 마친 뒤 10월부터 계도기간을 갖고 내년 3월부터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입니다.

물론 관광객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베네치아는 도시 입장료를 도입했지만, 관광객이 증가했죠. 무리하게 관광객 수를 억제하려다 관광업계와 종사자들에게 타격이 갈 수도 있습니다. 차별이 아니냐는 관광객의 불만도 높은데요. 스페인처럼 주민과 관광객이 직접 부딪힐 수도 있죠.

이에 새로운 시도에 나선 국가도 있어 눈길을 끕니다.

미 CNN 등에 따르면 덴마크 코펜하겐 관광청은 15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쓰레기 줍기, 자전거 이용 등 관광 과정에서 환경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한 관광객에게 각종 보상을 주는 '코펜페이'를 시범 운영합니다. 친환경 실천을 한 관광객들이 박물관, 식당, 투어 업체 등 지정된 현지 시설 20여 곳의 서비스를 일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인데요. 예를 들면 덴마크의 명물 친환경 소각장 '아마게르 바케'를 자전거로 방문하거나 대중교통으로 왔다는 이용권을 보여주면 이곳의 인기 프로그램인 '인공 스키' 체험권을 줍니다. 무료 박물관 가이드 투어나 카약 대여, 채식 식당 이용권 등을 제공합니다.

미켈 한센 코펜하겐 관광청장은 "환경에 부담이 되는 관광을 되려 긍정적 동력으로 전환하는 게 목표"라며 "관광객들이 즐거우면서도 환경에 보탬이 됐다는 의미 있는 경험을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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