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입찰 담합’ 제약사들 2심서 무죄, 법원 “범죄 증명 없다”

입력 2024-07-2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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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이투데이DB)
▲법원 (이투데이DB)
정부의 국가예방접종사업(NIP) 백신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로 기소된 6개 제약사들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판결했다. 원심의 유죄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23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이창형 판사)는 에스케이디커버리, 보령바이오파마, 녹십자, 유한양행, 광동제약,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6개 제약사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선고기일을 열고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한다”면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각 제약사 대표이사에 대해서도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백신 제조사로부터 공동판매사가 ‘공급가격서’를 발급받아야만 낙찰 받을 수 있는 구조에서 피고인들이 아닌 제3의 판매사가 제조사로부터 공급가격서를 받을 가능성은 상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고인들이 독점적 지위를 지닌 공동판매사였던 만큼 이들이 방해할 만한 타 업체와의 경쟁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또 “당시 백신 적시공급은 매우 중요한 이슈였고 이 때문에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 담당자 역시 당초부터 조달청에 수의계약을 문의했다”면서 “이 사건 이후인 2020년에는 가다실 백신 조달계약 등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체결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부 필요에 의해 수의계약을 고려하고 이후 실제 진행한 만큼, 피고인들에게 타 업체와의 정당한 경쟁을 방해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번 사건의 제약회사와 백신 담당 임직원들은 2016년에서 2019년 사이 정부가 발주한 자궁경부암 백신 등 입찰에 참여하면서 낙찰가를 사전 공모하고 다른 도매업체를 들러리 세우는 방법으로 공정경쟁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2월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피고인들은 들러리 업체를 세워서 입찰에 참여하는 행위가 위법함을 알면서도 관행을 답습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녹십자,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 각 7000만 원, 보령바이오파마와 유한양행에 각 5000만 원, 에스케이디스커버리와 광동제약에 각 3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들 회사 전현직 임직원들에게도 각각 벌금 300만 원에서 500만 원을 결정했다.

다만 올해 3월 영유아용 결핵 예방 백신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백신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만큼, 이날 선고 결과 역시 원심과는 달리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지난 3월 대법원은 한국백신 외에 백신을 수입할 수 있는 다른 국내 제약사가 없었고, 낙찰 금액 역시 사실상 당시 질병관리본부가 정한 추정 단가에 근접한 금액이어서 부당한 가격을 형성하거나 입찰을 방해할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실제 이번 사건의 피고인 측 역시 항소심 첫 재판에서 “들러리라는 외관만 보면 자칫 부당공동행위로 보일 여지가 있지만 이 사건의 핵심은 전 세계 단 하나밖에 없는 기성제품에 대한 독점판매 계약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하면서 “수의계약 사항이지만 시간이 걸리니 유찰 방지를 위해 들러리를 참여시킨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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