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부통령 되면서 로펌서 퇴사
尹대통령 취임 축하 사절단 단장 등 한국과 인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한 지 하루 만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
해리스가 11월 5일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누르고 승리한다면 배우자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가 미국 사상 첫 ‘퍼스트 젠틀맨’이 된다고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그는 이미 미국 헌정사상 최초의 ‘세컨드 젠틀맨’이라는 기록을 보유했다.
올해 59세로 해리스와 동갑인 엠호프는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뉴저지주 마타완에서 자랐다. 10대 때 가족과 함께 로스앤젤레스(LA) 지역으로 이주했다.
서던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나서 30년 넘게 할리우드,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등 분야에서 지식재산권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로 활약했다.
베너블, 디엘에이파이퍼 등 중요 로펌에서 임원격인 파트너 변호사로서 승승장구, 연봉 120만 달러(약 17억 원)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 해리스가 부통령이 되면서 이해 상충 문제를 고려해 로펌에서 퇴사했다. 현재는 세컨드 젠틀맨으로서 조지타운대 법센터에서 파트타임으로 법학 강의, 추모 행사 참석 등을 하면서 조용히 지내고 있다.
동갑인 둘은 2013년 소개팅으로 만나 첫눈에 반했다고 한다. 첫 데이트가 끝날 무렵에는 서로의 미래에 대해 얘기할 정도로 급속도로 친밀해졌다.
2014년 8월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에서 해리스의 자매 마야의 주례로 결혼했다. 인도계인 해리스와 유대계인 엠호프는 서로의 다른 문화를 존중한다는 의미로 엠호프는 인도식 화환을 목에 두르고 해리스 의원은 유대계 결혼 풍습에 따라 발로 유리잔을 깼다고 한다. 당시 해리스는 첫 번째 결혼이었고, 엠호프는 두 번째였다. 해리스는 결혼 후에도 자신의 성을 유지했다. 둘은 다음 달 결혼 10주년을 맞는다.
엠호프는 영화 제작자인 첫번째 아내인 커스틴과 두 자녀 콜(30)과 엘라(25) 두 딸을 뒀다. 콜과 엘라는 해리스를 ‘새엄마(stepmom)’가 아닌 ‘모멀라(엄마인 mother와 카멀라의 합성어)’라고 부르며 가깝게 지내고 있다. 해리스는 2019년 의붓 자녀들에 대해 “끝없는 사랑의 원천이자 순수한 기쁨이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과 부통령 배우자 가운데 1호 유대인으로서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반유대주의에 대항하는 주요 인물 중 하나다. 증가하는 반유대주의에 맞서 미국 전역에서 유대인 지도자들을 소집해 백악관 원탁회의를 최초로 개최하기도 했다.
의회와 협력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반유대주의적 견해를 조장하는 닉 푸엔테스 등을 비판하기도 했다. 또 작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후 미국 유대인 커뮤니티에 지지를 규합하기도 했다. 그의 존재가 유대계 표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세컨드 레이디를 역임했던 질 바이든 여사는 엠호프가 사람들과 잘 지내는 타고난 재능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여사는 “그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한다. 또 그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엠호프는 여성의 성공에 대해 열린 태도를 지녔다. 그는 2022년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성이 성공한다는 것이 남성이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성이 성공한다는 것은 여성이 성공하고 남성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CBS뉴스 인터뷰에서는 많은 정치인의 아내가 받는 “조언자(advisor) 입니까”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하고 “저는 그녀의 남편이다. 그녀 주변에는 그녀의 역할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저는 그녀를 지원하기 위해, 그녀를 위해 거기에 있을 뿐입니다”고 말했다.
2022년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당시 축하 사절단 단장으로 방한하는 등 한국과 인연도 있다. 당시 엠호프는 방송인 홍석천과 광장시장을 방문해 유명 먹거리를 맛보는 등 한국 문화를 만끽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