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내 생을 관람할 수 있다면…

입력 2024-07-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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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 교차로에 들어가기 전에 노란불로 바뀌어 정지선에 차를 정차하였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신경질적인 대응을 하기에 뒤돌아 보았다. 스쿠터를 탄 젊은이가 내 옆을 스치듯이 추월해 지나가며, 가운데 손가락을 내보이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런!” 당장 쫓아가 따지고 싶었으나, 신호는 적색등으로 바뀐 지 오래다. “내가 나이든 아저씨라고 만만해 보이나.”

병원에 도착해 진료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분노와 모멸감으로 가득한 머릿속은 환자의 하소연이 들어올 자리를 만들지 않는다. ‘하나, 둘, 셋!’ 내 마음은 순간 몸에서 빠져나와 공중에서 면담실의 광경을 구경하고 있다. 한 중년 남성이 분노를 삭이지 못한 표정으로 면담에 집중하려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최영훈, 너 아까 그 일로 몹시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상태이네. 음, 너는 그런 상황에서 이성을 잘 잃는 캐릭터지…. ’내 마음은 연극을 관람하는 관객의 입장이 되어 주인공의 동정을 살피고 있다. 어느덧 나는 진정이 되며 다시 환자의 면담에 집중하고 있다.

이것은 ‘관점 전환(perspective taking)’을 사용하여 지나친 감정에 압도당하거나 할 때, 사용하는 기법이다. 어떨 때, 나는 칠판이고, 내 마음은 여러 색깔의 분필로 만들어지고 지워지는 현상이다. 어떨 때는 나는 하늘이고, 내 마음은 구름, 바람, 비, 눈 등의 자연 현상이다.

“남편과 크게 말다툼을 하던 중이었어요. 그이가 ‘너도 이혼한 장모님과 똑같구나’라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그런 말을! 곧, 실언했다고 사과했지만, 난 이제 그와 더 이상 같이 살 수 없어요!”

몇 번의 면담 후에, ‘관점 전환’을 해보았다. 남편의 몸으로 빙의해 그때 상황을 되돌아가 보았다. “그때, 당신이 내 아버지를 비난하기에 똑같이 맞받아치려고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던 거 같아. 하지만 난 당신을 사랑하고, 장모님과 정말 잘 맞고 좋아하는 거 알잖아….” 단 한 차례의 시도 후에 그녀는 남편을 용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부드럽고 아늑한 미소를 띠며 진료실을 나갔다.

“정치인들도 서로의 입장을 바꾸어 토론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면…?” 실없지만 진지한 웃음이 머금어 나온다. 창밖의 하늘을 보니, 비구름이 뭉게뭉게 모여 있다. 그러나, 그 광경을 담은 창틀은 언제나 같은 모습이다.

최영훈 일산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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