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의 상반기 석유제품 수출 물량이 역대 상반기 최대치를 경신했다.
대한석유협회는 올해 상반기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석유제품 수출량이 2억4530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24일 밝혔다.
2018년 상반기 2억3700만 배럴을 기록한 이후 6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상반기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하며 3년 연속 증가세다.
수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237억6224만 달러를 기록해 국가 주요 수출품목 중 반도체, 자동차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또한 국내 정유사의 원유도입액 404억 달러 중 59%를 수출로 회수하며 정부가 추진하는 '수출액 7000억 달러 달성' 목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수출 호조는 휘발유, 항공유 등 글로벌 석유 수요 증가에 국내 정유사가 가동률을 늘린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정유업계의 가동률은 80.0%로, 2021년 상반기 72.6% 이후 매년 상승하고 있다.
석유제품 중 최다 수출품목은 경유로, 전체 수출량의 40%를 차지했다. 이어 휘발유(23%), 항공유(18%), 나프타(8%) 순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호주(18.6%), 싱가포르(13.0%), 일본(11.5%), 중국(9.0%), 미국(8.7%) 순으로 집계됐다. 호주는 경유와 휘발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이 증가하며 3년 연속 최대 수출 교역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출 물량과 금액이 가장 크게 증가한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탈탄소화와 에너지 절약의 일환으로 10년 전 정유공장을 통·폐합해 정제능력과 연료 생산이 감소했다. 휘발유 수급 차질과 엔저 현상에 따른 해외 관광객 급증으로 항공유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국내 정유사들이 신속하게 수출을 확대하면서 휘발유와 항공유 수출량이 각각 51%, 70% 증가했다.
향후 석유제품 수출 여건은 녹록지 않다. 2분기 들어 중국과 인도 등의 석유제품 수출이 증가하며 정제마진이 악화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1분기 배럴당 10.0달러에서 2분기에 4.8달러로 급감했다.
중장기적으로도 글로벌 경기 둔화, 연비 개선 및 전기차 전환 등에 따라 석유제품 수요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력 수출품목인 항공유 역시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에서 단계적으로 친환경 항공유(SAF)로의 전환에 나서고 있어 국내 정유업계도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유업계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제 경쟁력을 바탕으로, 정제마진이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경쟁국 등과 수출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수출처를 다변화해 국가 수출에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