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청문회, 與 "적임자" vs 野 "해고감" 격돌

입력 2024-07-2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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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했다. (이은주 기자 letswin@)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했다. (이은주 기자 letswin@)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과 정치적 편향성을 두고 여야 간 정쟁이 팽팽하게 이어졌다. 이날 청문회에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나 인앱결제 과징금 부과 처분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는 실종됐다.

이 후보자는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시작부터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신경전을 벌였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 증인 선서를 마치고 증서를 최 위원장에게 제출한 후 인사를 하지 않았다. 그러자 최 위원장은 “저기요 이진숙 내정자 인사하시죠. 제가 인사하려고 했는데 인사를 안 하고 돌아서서 가시니까 뻘쭘하잖아요”라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자가 인사를 하기 위해 다시 위원장 쪽으로 오자, 최 위원장은 귓속말로 “저와 싸우려 하시면 안 된다”고 속삭였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의 정치 편향성 및 노조 탄압 의혹에 대한 야당 측의 공세가 이어졌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방통위원장으로서 할 줄 아는 게 방송 장악과 노조 탄압밖에 할 수 없다면 ‘해고’감”이라고 비판했다. 조인철 민주당 의원도 이 후보자가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언급하며 “편협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오히려 포기하고 사퇴하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자연인으로서 그렇게 못할 말을 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며 “사퇴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2022년 ‘MBC에 광고를 주지 말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 대해선 “광고를 주지 말라고 한 적은 없다”며 “MBC란 공영 방송이 본래 취지를 벗어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런 방법도 있다고 열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시청자 여러분들께서 전용기 탑승 배제 등 조치에 박수를 친다면 응징 방법이 여러 가지 있다고 제시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전 MBC 사장 재임 당시 법인카드·관용차 사적 이용 및 업무추진비 부정 사용 의혹 등에 대해 “사적으로 단 1만 원도 쓴 적이 없다”고 했다.

여야는 ‘방통위 2인 체제’를 두고도 강하게 맞붙었다. 이 후보자는 이에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두 달 됐는데, 그동안이라도 야당에서 방통위 상임위원 2명을 추천했다면 5인 체제가 완성됐을 것”이라며 “그렇게 됐다면 2인 체제에 대해 우리가 이 자리에서 논의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저도 같은 생각”이라며 “방통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제 역할을 다해야 지금 야당이 주장하는 불법성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과방위원장은 “이진숙 내정자는 방통위 미완의 2인 구성에 대해 말할 때 조심하라. 제가 당사자”라며 “박 의원과 여러 의원께서 사실을 호도하는데, 방통위 미완의 2인 구조는 잘못된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 후보자는 국내 OTT·미디어 산업 발전을 위해 균형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국내 OTT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부의 지원’을 묻는 질문에 “넷플릭스는 7500억 원 정도의 매출이 있는데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웨이브 등 국내 OTT는 이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불평등 지원이 아닌가”라고 답했다. 이어 “청문회를 거쳐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된다면 이 부분을 특히 주목하고 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 후보자는 국내 OTT와 레거시 미디어 간 규제 형평성도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큰 틀에서 OTT와 레거시 미디어 간 규제 수준을 맞춰야 한다는 방향성에 동의하느냐’라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질문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OTT 규제가 늘어야 하나, 아니면 레거시 미디어 규제가 줄어야 하느냐’라는 질문에는 “밸런스(균형)를 잘 맞춰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OTT 때문에 국내 VOD 매출이 20% 정도 감소했다”며 “넷플릭스는 광고를 붙이면서 요금은 내리고 있는데, 국내 광고 시장 규모는 상당히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에 대해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웨이브와 티빙는 각 2500억 원 정도 매출이 잡히고 있다”며 “이 두 개의 국내 OTT가 합병하게 된다면 긍정적인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다만 OTT를 관리·감독하는 부서인 방송통신위원회 미디어 혁신지원과를 묻자 “정확히 세부적인 상황을 파악하지 않고 있다”며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이날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이진숙 후보자의 퇴임을 주장하는 한준호 민주당 의원과 언론단체 측의 시위도 벌어졌다. 한 의원은 “이진숙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자체를 받아들일 수가 없다”며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사람도 아니거니와 2008년부터 MBC 사찰 프로그램에 대한 방치, 세월호 오보 사태, 이 밖에도 MBC 민영화하려고 했던 사람으로서 방송통신위원회를 맡을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재철 전 MBC 사장에게 “무슨 자격으로 청문회에 왔느냐”고 물으며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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