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 ‘달러강세 지속’에 베팅하는 이유

입력 2024-07-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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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

요즘 환율 움직임이 매우 혼란스럽다. 7월 12일에는 엔화가 달러당 161엔대 중반에서 30분도 안 돼 157엔대로 내려가는 강세를 보였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일본정부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3년 사이 달러가 가장 쌌던 지난 2021년 5월 이후 최근까지(7월 23일 기준) 약 3년 남짓한 기간 동안 달러가치가 14% 튀는 동안 엔화는 43%나 폭락했다. 유로화 9%, 영국 파운드화가 6%가량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하락이다.

문제는 엔화가 밀리면서 신흥국 환율이 약속이나 한 듯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원화는 같은 기간 24%나 떨어졌고 대만(17.4%)과 태국(15.6%), 말레이시아(13.3%), 중국과 인도(12.5%)가 그 뒤를 이었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환율대란이 지금 아시아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같은 기간 남아공 랜드도 25% 빠졌고 작년 하반기부터는 멀쩡했던 브라질이나 멕시코 환율도 밀렸지만 아시아처럼 역내 환율 전체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은 강한 달러에 1차 요인이 있지만 유독 아시아 환율이 일제히 약한 것은 역내 대국인 일본과 중국의 환율약세 영향이 크다. 엔화약세는 일본과 미국의 적지 않은 금리 차이와 일본의 과도한 국가부채 및 재정적자가 원인이고, 중국 위안화 약세는 대규모 기업부채 조정과 자본이탈, 미국의 규제로 인한 글로벌 자본유입 급감 등이 주 이유인 것 같다. 이런 배경에서 앞으로의 환율시장 흐름을 세 가지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환율시장은 당분간 좀 쉬어 갈 것 같다. 일본정부의 대규모 시장개입이 있은 직후인 데다 다음 주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회의가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엔화의 주변국 환율 영향력이 커진 상태에서 일본 통화당국이 금리인상과 국채매입 축소를 단행한다면 엔화는 강세를 이어갈 것이고 이에 따라 아시아 환율도 함께 안정될 것이다. 물론 일본은행이 결국 이달에도 아무것도 안 한다면 엔·달러 환율은 다시 상승(엔화가치 하락)할 수밖에 없다.

둘째는 곧 있을 연준의 금리인하와 관련된 환율 전망이다. 아마도 9월 미 금리인하(추정)는 일단 그간의 강한 달러흐름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유럽중앙은행(ECB)등 다른 나라들도 금리를 추가로 내릴 것이므로 달러약세 폭이 그리 크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연준이 금리인하 사이클에 진입한다는 사실은 적지 않은 상징성이 있기에 기존의 달러강세를 한 풀 꺾는 이벤트가 되기에 충분하다. 혹시 경기침체나 더 심한 경제충격이 온다면 돌발성 달러강세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아직은 거기까지 염려할 필요는 없다. 혹시 내년 어느 시기에 미국경제가 장기 평균 이하로 더 식는다면 그때는 다시 달러강세와 엔화 및 신흥국 통화약세가 또 다시 재연될 위험이 있다.

셋째는 긴 관점에서의 환율시장 전망인데 결론은 환율이 예전의 레벨로 되돌아가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미국과 다른 나라의 금리 차이와 미국으로의 자본 쏠림 지속, 미국경제의 비교우위 등 구조적 요인이 존재한다. 주요 국가의 중장기 국채금리와 미국 국채금리가 이미 평균 2%포인트(200bp)나 벌어져 있고 미국의 명목 경제성장률이 높아 앞으로 다른 나라보다 금리를 더 많이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더욱 그렇다.

또 긴 호흡으로 미국 혁신기업들의 이익 창출력이 다른 나라 기업보다 평균적으로 높고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미국정부의 현지 공장 짓기 압력도 이어질 것이므로 달러는 여전히 강한 내성을 유지할 것이다. 반면 일본의 국가부채와 재정적자는 엔화를 강세통화로 되돌리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와 있고 경상수지마저 2030년까지 줄어들 전망이어서 엔화의 추세적 변화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앞으로 수년간 달러약세 기간은 짧은 반면, 강세 기간은 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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