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제퇴거’ 논란 회현역 쪽방...끝까지 버틴 7명 이주 '합의'

입력 2024-07-25 11:15 수정 2024-07-25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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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더위에 지친 주민들이 집 밖으로 나와 쿨링포그를 맞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더위에 지친 주민들이 집 밖으로 나와 쿨링포그를 맞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서울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21세기고시원’ 철거에 항의하며 끝까지 이주를 거부하던 거주민들과 건물주가 실질적 합의를 이룬 것으로 확인됐다. 21세기고시원은 서울시가 지정한 쪽방으로, 지난달부터 불거진 강제퇴거 논란도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21세기고시원에 남아 있는 7명의 거주민들이 건물주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이주에 나설 예정이다. 17일 열린 ‘단전·단수 금지 가처분 신청’ 재판이 물꼬를 텄다. 판사가 지원금 중재안을 제시했고, 내달 7일까지 양측으로부터 이의제기가 없으면 이주에 합의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판결했다. 건물주가 23일 지원금 일부를 선입금하면서 이주 수순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21세기고시원은 5월 건물주가 철거 및 리모델링 관련 내용을 공지하면서 강제퇴거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건물주는 “건물 철거 및 리모델링으로 고시원 운영을 중지한다”며 6월20일까지 이전할 것을 통지했다. 최종 퇴거일 이후 단전과 단수, 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고도 했는데 실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공지문 게시일 기준 15명이 거주하던 고시원에서 8명이 떠났고, 7명이 끝까지 남았다. 이들은 시민단체 홈리스행동과 함께 “건물주가 갑작스럽게 퇴거 통보를 했는데 이는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당 건물을 쪽방으로 지정한 서울시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사인 간 거래에 지자체가 개입할 수 있는 수준에 한계가 있음에도 지원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퇴거 거주민들이 이주할 만한 인근 쪽방을 알아보고, 이삿짐 운송에도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퇴거 공지문이 게시된 5월 21일부터 7월 16일까지 서울시 쪽방상담소를 통한 지원현황에 따르면 방문상담 110회, 현장회의 14회, 주거지원(임대주택 신청 4건, 주거소개 4건, 이사지원 1건), 긴급지원 2건(각 50만 원), 의료비 지원 1건(19만 원), 소액대출 1건(50만 원), 법률검토 1건 등이다.

철거 및 퇴거 공지도 올해 2월 구두상으로 먼저 이뤄졌으며, 당시 겨울임을 고려해 건물주가 몇 개월 연기를 해준 것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퇴거를 거부한 이들은 ‘동행식당’ 등 서비스 이용이 어려워지는 걸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행식당은 서울시가 5개 쪽방촌(창신동, 돈의동, 남대문, 서울역, 영등포)에 총 49개 식당을 선정해 쪽방주민들이 하루 1끼(8000원) 지정된 식당에서 원하는 메뉴를 직접 골라 식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21세기고시원에 남은 거주민들이 쪽방촌이 아닌 곳으로 이주하더라도 연말까지 동행식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홈리스행동 등 시민단체는 근본적으로 쪽방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주거 환경이 열악한 쪽방촌은 지속적으로 축소, 폐지해 주거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며 "계획된 재개발 사업은 신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쪽방 거주민들이 지역사회의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받으면서 자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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