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리는 일반심사·무면책…‘절판마케팅’에 울고 웃는 소비자들

입력 2024-07-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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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07-25 17:51)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고혈압·고지혈증·당뇨 약 먹어도 일반심사
가입 직후 암 걸려도 보험금 전액 지급
경쟁 심화로 상식 깨는 보험 '줄줄이'
향후 손해율 악화나 절판 마케팅 우려

보험업계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유병자에게 일반심사를 적용하거나 보험 계약 당일 암에 걸려도 보험금을 내주는 상품이 등장했다. 고객에게 유리한 상품이기는 하나 손해율 관리 차원에서 일정 기간만 팔다 판매 중지해버리는 '절판마케팅'까지 함께 펼치고 있어,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고혈압·고지혈증·당뇨가 있어 약을 복용하고 있는 유병자에게도 일반심사를 적용하는 종합건강보험상품이 등장했다.

A보험사가 선보인 이 상품은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이 있는 유병자도 뇌심 2대 질환의 경우 일반심사 표준체로 가입이 가능하다. 고혈압·고지혈증 외 당뇨가 있어도 질병후유장해 일반심사 표준체로 가입할 수 있다.

유병자의 경우 고지사항이 간소화돼 있는 간편심사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러한 제한을 풀고 건강한 일반인이 가입하는 상품으로 계약할 수 있게 한 것이다.

A보험사 관계자는 "고혈압, 고지혈, 당뇨에 대해서 상품별이 아닌 급부별로 인수기준을 수립해서 운용한다"며 "회사에서 정한 인수기준에 의거하여 치료력, 진단검사 등을 통해 심사를 하고 합병증이 없고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경증 고객에 한해 인수하고 있고 일부 상품은 할증을 통해 손해율을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고지 기간을 늘리는 대신 보험료를 낮추는 상품들이 등장하는 등 유병자 시장이 커지자 이를 따라서 파이를 키우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다른 보험사에서는 무감액 무면책 플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보험 가입하고 첫 보험료를 낸 뒤 곧바로 암 진단을 받아도 암진단비나 표적 항암·주요치료비 등 전액을 보장하는 것이다.

통상 보험사는 암 보험 가입 개시 후 90일간은 보장하지 않는 면책 기간을 가졌다. 이는 보험설계사 자격시험에 자주 출시되는 단골 문제일 정도로 상식적이지만, 최근 보험사의 상품 경쟁이 과열되면서 보험상품의 관습이 깨지고 있는 상황이다.

▲계약서 서명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계약서 서명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당장 이 상품을 접한 고객에게는 유리한 상품일 수 있지만 이러한 특성이 향후 보험사의 손해율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입자의 건강 상태를 평가하는 과정이 축소되면 고위험 가입자를 식별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가입자들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보험을 선택하는 현상인 '역선택'의 가능성이 있다"며 "보험사는 높은 위험을 가진 가입자들로부터 더 많은 보험 청구를 받을 수 있어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보험사는 역선택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일정 기간만 해당 상품을 팔다가 갑자기 판매를 중지해버리는 절판마케팅으로 관리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보험사와 맞서기 위해선 비슷한 상품을 출시해야 하지만 손해율 관리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절판마케팅은 고객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성급한 계약을 유도하기 때문에 더욱 소비자 친화적인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업계가 지난해 말 독감 보험에 이어 올해 4월에도 단기납 종신보험, 상급병원 1인실 입원비 등 과도한 절판 마케팅을 벌이자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고 불완전판매 모니터링에 나선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별한 인수기준이 있으면 면책 기간 없이 판매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역선택 등 인수심사에 따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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