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ㆍ빚투 부활에 대출금리 줄인상도 '무용지물'…이달에만 주담대 5.2조↑

▲주택담보대출이 열흘 만에 1조원 이상 불어나는 등 가계대출 급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1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은행에 주택담보 대출 광고문이 붙어있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이 7월말, 512조8875억원과 비교해 이달들어 열흘만에 1조2299억원 불어나 514조117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최근 인기를 끄는 50년 만기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에 일제히 연령 제한을 두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5대 은행, 25일 기준 가계대출 4.7조↑
-같은 기간 주담대 5.2조…서울 아파트값 상승에 ‘영끌’ 수요
-가산금리 인상 효과 미미…“당분간 증가세 막기 어려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부활하면서 이달 들어 주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5조 원을 넘어섰다.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금융당국의 압박에 대출금리를 연달아 올리고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향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부동산 경기회복에 따른 대출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당분간 멈추지 않을 태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25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13조372억 원으로 전월 말(708조5723억 원)대비 4조7349억 원 늘었다. 이들 은행 가계대출은 6월 한 달 만에 5조3415억 원 증가해 2021년 7월(6조2000억 원)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바 있다.

가계대출 증가는 주담대가 견인했다. 같은 기간 이들은행의 주담대는 557조4116억 원으로 6월 말 552조1526억 원보다 5조2589억 원 확대됐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경기 회복과 강한 매수 심리가 가계대출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보다 0.30% 올라 18주 연속 상승세를 지속했다. 이는 2018년 9월 둘째 주 이후 5년 10개월여 만의 최대치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영끌과 빚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전월보다 7포인트(p) 오른 115로, 2021년 11월(116)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누름세에도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자체 인상하고 있지만 전혀 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26일 기준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2.900~5.263% 수준이다. 일주일 전인 19일(연 2.840~5.294%)과 비교하면 상단이 0.031%p 낮아졌지만, 하단은 오히려 0.060%p 높아졌다.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3.345%에서 3.290%로 0.055% 내린 가운데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조정해 시장금리 하락 폭 방어에 나선 결과로 분석된다.

앞서 시중은행들은 이달 중 수차례 대출 금리를 인상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3일과 18일 주담대 금리를 각 0.13%p, 0.2%p 올린 데 이어 29일 추가로 0.2%p를 인상하기로 했다.

▲5월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이 두 달 연속 상승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16일 발표한 '2024년 5월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은행 대출 연체율은 0.51%로 전월(0.48%)보다 0.03%포인트 상승했다. 은행 연체율은 2월 0.51%로 4년 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3월 분기 말 상·매각으로 하락했다가 4월 반등한 뒤 두 달째 상승세다. 5월 신규 연체 발생액은 2조7000억원으로 전월(2조6000억원)대비 1000억원 증가했다. 연체채권 정리 규모는 2조원으로 전월대비 5000억원 증가했다. 이날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신한은행도 15일과 22일 은행채 3년·5년물 기준금리를 0.05%p씩 높인 데 이어 29일 주담대 금리를 0.1∼0.3%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최소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되는 9월까지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지배적인 시장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전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영향도 크다"며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기정사실이 된 상황에서 은행이 금리를 계속 올려도 대출 수요를 진정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