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버→거부권→재표결→폐기→재발의...與野 ‘그들만의 전쟁’

입력 2024-07-2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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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위) 국회의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박찬대(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와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우원식(위) 국회의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박찬대(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와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국민의힘이 야권의 ‘방송 4법’ 강행 처리를 저지하고자 신청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이 28일 나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기약 없는 강 대 강 대치에 정치권에서마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날(27일) 방송문화진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직후 시작된 세 번째 필리버스터는 이날 오후 1시 10분 기준 12시간 넘게 진행 중이다. 방문진법 개정안은 야당이 앞서 단독으로 처리한 ‘방송법 개정안’, 현재 대기 중인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과 함께 공영방송 이사를 21명으로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 학회와 관련된 직능단체에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6일에는 방송통신위원회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방통위법)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번 필리버스터는 ‘방송 4법’ 첫 법안인 방통위법 개정안이 상정된 25일 시작됐다. 첫 번째 필리버스터는 24시간 7분, 26일 시작된 방송법 개정안과 관련한 두 번째 필리버스터는 30시간 20분 이뤄졌다. 세 번째 법안인 방문진법 역시 곧이어 법안 상정과 토론이 시작됐고, 현재 ‘필리버스터 국회’는 66시간 넘게 진행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본회의 사회 복귀 문제를 두고 여야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 부의장은 민주당 소속 이학영 부의장의 복귀 요청에 전날(27일) 저녁 입장문을 내 “제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여야 지도부가 국회의원들을 몰아넣고 있는, 이 바보들의 행진을 멈춰야 한다”며 “1987년 이후 애써 가꿔온 의회민주주의가 국민들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필리버스터를 중단해달라 요청했다.

다만 우 의장은 이날 새벽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한 후 주 부의장을 향해 “국회의원 주호영이 방송4법 개정에 반대하는 것이 국회부의장 주호영이 직무를 거부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사회 거부 의사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법은 간단하다”며 “운명이 뻔히 정해진 법안에 대해서는 상정 안 하시면 된다”고 맞불을 놨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진행 중인 방문진법 필리버스터는 29일 오전 8시 이후 야권 주도로 표결을 거쳐 강제 종료될 전망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24시간이 지나면 재적의원 5분의 3(180석) 동의로 강제 종료가 가능하다. 거대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전당대회 일정을 고려해 29일 오전 8시 본회의장에 집결해 토론을 종결시킨 후 마지막 남은 교육방송공사법도 바로 상정할 계획이다. 이에 대한 필리버스터까지 진행하면 ‘방송 4법’의 표결이 모두 완료되는 시점은 30일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4법' 중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심사보고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4법' 중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심사보고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이러한 여야 대치 정국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내달 1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4년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전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을 처리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방송 4법’과 마찬가지로 법안 상정을 강행한다면, 국민의힘은 다시 필리버스터 카드로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21대 국회와 ‘채상병 특검법’ 처리에서 나타난 야당 주도의 쟁점 법안 국회 본회의 상정→여당인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법안 본회의 통과→윤석열 대통령 거부→법안 국회 재표결→법안 페기→법안 재발의 절차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 사이에선 “의미 있는 필리버스터를 해야지, 형식적이고 고단하기만 한 필리버스터”, “필리버스터 하다가 화장실 가고, 민주당 전당대회라 날짜 미루는 것도 우스운 상황”, “누구를 위한 필리버스터인지 모르겠다”, “아무도 보지 않는 필리버스터”라는 등의 자조 섞인 반응이 나왔다.

이른바 ‘그들만의 전쟁’에 거대 양당의 지지율은 답보 상태다. 26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정당 지지도에서 국민의힘은 35%, 더불어민주당은 27%를 기록했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 23%였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총선 압승이 무색하게 민주당 지지율은 20% 후반에서 30%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로 지지율이 소폭 반등했지만, 30% 초반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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