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따라서, 조모 유언 때문에, 조국 위해서…" 메달리스트 사연도 '뭉클'[파리올림픽]

입력 2024-07-3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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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효진이 29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여자 공기소총 10m 결선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한 손을 들어 환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효진이 29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여자 공기소총 10m 결선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한 손을 들어 환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여름, 친구를 따라서 사격장에 갔다가 처음 총을 잡았어요." 그리고 그렇게 우연히 잡게 된 총을 가지고 세계 제1의 사수가 됐다. 바로 16살 '여고생 소총수' 반효진의 이야기다.

"2021년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제게 '한국 국가대표로 선수 생활을 하길 바란다'는 유언을 남기셨어요." 할머니의 유언대로 그는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연고도 없는 한국으로 들어와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그리고 그는 '2024 파리올림픽' 은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바로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후손으로 알려진 허미미의 사연이다.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의 메달 획득에도 관심이 쏠리지만, 그만큼 그들의 사연도 주목받고 있다.

당장 반효진은 29일(이하 한국시간) 대한민국의 하계 올림픽 100번째 금메달 주인공이 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히 최연소 선수라는 타이틀과 총을 잡은 지 불과 3년 만에 국가대표로 선발될 정도로 기량이 급성장한 모습에 미래를 더 기대하게 했다. 반효진은 "친구가 사격이 매력 있다며 '네가 하면 엄청나게 잘할 것 같다'고 설득해 사격을 시작하게 됐다"며 "사격을 시작한 지 2개월 만에 대구광역시장배에서 1등을 했다. 반대하던 엄마도 그제야 본격적으로 밀어줬다"고 설명했다.

반효진은 남들보다 사격을 늦게 시작한 만큼 더욱 노력했다. 그는 "사격부 감독님이 '다른 친구보다 늦게 시작했으니 남들보다 10배 더 연습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에 오기가 생겨서 더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노력한 반효진은 최연소 사격 금메달리스트라는 영예를 안았다.

▲허미미가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 결승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 시상식에서 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연합뉴스)
▲허미미가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 결승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 시상식에서 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2024 파리올림픽' 유도 57kg급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허미미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다. 유도 선수였던 아버지를 동경해 유도를 시작한 허미미는 2017년 일본 전국중학교유도대회 여자 52kg급에서 우승, 2018년 일본 카뎃유도선수권대회 같은 체급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뛰어난 기량을 자랑했다.

2021년 할머니가 별세한 뒤 유언에 따라 한국 국가대표로의 길을 걷고자 허미미는 경북체육회 유도팀에 입단했다. 이 과정에서 허미미는 자신이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임을 알게 됐다. 김정훈 경북체육회 감독이 선수 등록을 위해 허미미의 본적지인 군위군에 방문했다가 이 같은 내용을 들었고, 김 감독은 지역 면사무소까지 찾아다니며 진위를 확인했다.

특히 2021년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한일 양국을 오가는 게 까다로웠고, 아버지도 허미미의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을 만류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2022년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허미미는 2년 만에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은메달리스트가 됐다.

▲올하 하를란(우크라이나)이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사브르 여자 개인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최세빈을 꺾고 동메달을  획득한 뒤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하 하를란(우크라이나)이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사브르 여자 개인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최세빈을 꺾고 동메달을 획득한 뒤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펜싱의 최세빈을 동메달 문전에서 돌아서게 한 우크라이나의 올하 하를란의 사연도 주목받았다. 하를란의 동메달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영토를 침공한 이후 우크라이나가 치른 첫 번째 올림픽에서 거둔 첫 메달이다. 우크라이나는 현재도 러시아와 전쟁 중이다.

하를란은 이날 최세빈을 꺾고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 동메달을 따낸 후 무릎을 꿇고 손으로 입을 가리더니 우크라이나 국기가 그려진 마스크를 벗고 그곳에 입을 맞췄다. 관중석에서는 하를란을 향한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하를란은 대회를 마친 뒤 "(이번 동메달은) 조국을 위한 메달이고, 우크라이나를 지키는 사람들을 위한 메달"이라며 "여기 오지 못한 선수들, 러시아에 의해 죽은 선수들을 위한 메달"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앞서 하를란은 '악수 거부' 사건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7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64강전에서 러시아 출신 선수인 안나 스미르노바를 15-7로 물리친 뒤 스미르노바가 다가와 악수를 청했으나, 하를란은 자신의 검을 내민 채 거리를 두고 악수를 거부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규정상 의무로 명시된 악수를 하지 않아 하를란은 실력 당했다. 하를란은 이 실격으로 파리올림픽 출전에 필요한 세계랭킹 포인트를 딸 기회가 사라져 논란이 일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하를란에게 올림픽 출전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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