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뒤통수를 치고 있다”는 공분 키우는 티메프

입력 2024-08-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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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과 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가 갈수록 태산이다. 두 회사는 어제 기업회생 신청에 따른 법원의 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 명령에 대한 안내를 공지하면서 “당분간 재산을 처분하거나 채무자에 대한 변제를 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앞서 티메프 모회사인 큐텐의 구영배 대표는 “개인 재산 등을 동원해 피해 보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도 8시간 만에 티메프를 앞세워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충격이 여간 크지 않다. 미정산 피해 추정액은 당국 예측치를 뛰어넘어 1조 원을 오르내린다. 정부가 5600억 원의 긴급 유동성 지원에 나섰지만 피해 업체로선 결국 갚아야 할 돈이다. 업계 예상대로 피해 규모가 1조 원을 웃돈다면 이 또한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칠 공산이 없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혈세 투입에 대한 국민 반감도 큰 부담이다.

법무법인 대륜은 큐텐코리아를 상대로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전날 박종모 법무법인 사유 대표변호사도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를 형법상 컴퓨터사용사기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셀러(판매자)만이 아니다. 소비자도 여전히 불안하다. 피해자들이 모인 오픈 채팅방에선 어제도 “아직 저는 취소 안 됐어요”, “카드사는 아무것도 안 하는 건가요” 등의 대화가 오갔다. 일부 환불 사례도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카드 결제 취소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티메프 사태는 해외로도 번질 조짐이다. 미국 중국 싱가포르 등에서도 정산금을 받지 못해 항의 소동이 빚어진다는 소식이 꼬리를 물고 있다. 사태가 티메프 선에서 가라앉을지도 미지수다. 인터파크도서는 어제 “입점사인 교보문고와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공지했다. 인터파크도서는 큐텐 계열인 인터파크커머스가 운영하는 도서 전문 온라인 플랫폼이다. 역시 큐텐 계열인 AK몰에 대해 구 대표가 직접 “정산이 어려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언급한 일도 있다. 불길이 어찌 번질지 모른다는 위험천만한 신호가 이렇게 많다.

사태가 심각한데도 핵심 책임자인 구 대표는 그제 국회 정무위원회 ‘미정산 사태 관련 보고’에 출석해 정부 지원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그 과정에서 “모든 것을 내놓겠다”고 했으나 믿기 어렵다. 그는 “큐텐 차원에서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800억 원가량 된다”면서도 “이 자금을 셀러 정산금으로 바로 쓸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큐텐, 티메프의 자금 여력과 관련해선 “판매 대금의 대부분은 프로모션에 써 남은 게 없다”고 강변했다. 아무리 봐도, ‘배 째라’ 행태 아닌가. 수습 능력은 물론 의지조차 의심스럽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정무위에서 “국민을 현금인출기로 여기며 뒤통수를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양치기 소년’ 같은 행태”라고 규정했다. 이번 사태 피해자, 피해 업체만이 아니라 말없이 지켜보는 국민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피해 최소화에 주력하되 ‘이익은 사유화, 손실은 사회화’ 같은 부도덕한 결말은 결단코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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