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언제까지 할 건가요, 필리버스터

입력 2024-08-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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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주도한 ‘방송 4법’을 막기 위해 지난달 25일 오후 5시 30분경 시작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는 총 111시간 27분간 진행됐다. 역대 두 번째 최장 시간이다. 하필 장마와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 5박 6일간 ‘본회의 상정→필리버스터→24시간 뒤 강제 종료→야당 단독 처리’를 반복했다.

그런데 이걸 누가 알까. 안타깝게도 모두가 예상하다시피 대다수 사람은 올림픽을 보는 것 같다. 여기저기 금메달 얘기다. 자랑스러운 양궁 대표팀이 연일 승전보를 울려주는데 누군들 안볼까. 자랑스러운 팀코리아. 그래도 직업이 기자라 새벽에 필리버스터 생중계 영상을 켰는데, 38명이 보고 있었다. 나 빼고 무려 37명. 기자거나, 보좌관이거나 밥줄이 연결된, 내가 알 것만 같은 그런 누군가들이 아니었을까.

그래도 고생은 좀 알아주자. 어쩔 수 없이 길게 말해야 하는 A 의원은 머리말과 맺음말 대본을 열심히 준비하고 논문을 여러 개 인쇄해 두었다. 중간은 논문으로 때우면 된단다. 아주 꼼꼼한 성격의 B 의원은 2시간 분량의 대본을 유려하게 준비하라 했단다. “이 XX들이”처럼 욕설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둘이서 만납시다 8만 주. 살짝쿵 데이트. 도이치모녀스”라며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비꼬는 노래만 있었던 것도 아닌가 보다.

갑분 열정 가득한 대학강의에 쉬는 시간을 오래 가지는 사람도 많았고, 야구 중계를 보는 사람도 나왔다. 그 와중에 우등생은 C 의원은 “D 의원이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한다”며 날카롭게 알아채 주의하라고 했단다. ‘채상병 특검법’ 필리버스터 때처럼 꿀잠을 자는 나태한 사람은 없었다.

이 고생스러운 필리버스터는 오늘 또다시 시작된다. 이번에는 2박 3일 정도 할 것 같다. 4~5시간 단상 앞에 서서 말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걸 듣는 것도 고단한 일이다. 300명의 의원만 힘들까. 대본 쓰고 밤새 본회의장 지킴이도 해야 하는 보좌관들, 필리버스터 회의록을 토씨 하나 빠트리지 않고 써야 하는 국회 속기사들은 죽을 맛이다. 국익을 우선하라고 뽑았는데 국익인지 싸움인지 모를 탓에 정작 봐야 할 국민은 보지도 않고 누구 하나 좋다고 말하는 사람 없는 이 필리버스터는 도대체 언제까지 할 건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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