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아정→크루키→두바이 초콜릿…Z세대 몰릴 다음 디저트는 '이것'? [솔드아웃]

입력 2024-08-0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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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그릭 요거트, 망고 사고, 요아정, 크루키, 두바이 초콜릿…

올해 상반기를 휩쓸었던 디저트들입니다. 모두 익숙하다면 '맛잘알'(맛을 잘 아는) Z세대라고 자신해도 좋은데요. 일각에서는 "핫한 디저트? 탕후루 아니었어?"라는 질문이 나올 듯합니다.

안타깝게도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하던 탕후루는 조금 시들해진 모습입니다. 새로 문을 연 매장은 줄어들고 폐업 매장 수는 증가하고 있는데요. 여기에는 디저트 시장의 트렌드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죠.

디저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등에 업고 유행 주기가 점차 빨라지는 추세입니다. 새로운 디저트가 떠오르더라도 또 금세 신선한 디저트가 등장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게 반복되고 있죠.

대표적인 사례가 대왕 카스텔라입니다. 거리마다 매장 하나씩 있던 대왕 카스텔라는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고, 소비자들의 뇌리에서도 희미해졌는데요. 그 자리는 곧 수많은 디저트가 채웠습니다.

▲(출처='픽스 디저트 쇼콜라티에' 공식 인스타그램)
▲(출처='픽스 디저트 쇼콜라티에' 공식 인스타그램)

두바이 초콜릿, 못 구하니까 직접 만든다…유행 비결은 '희소성'?

요즘 오픈런과 품절 대란의 주인공은 단연 두바이 초콜릿입니다.

두바이 초콜릿의 유행은 SNS로부터 시작됐는데요. 아랍에미리트의 유명 인플루언서 마리아 베하라가 틱톡에 초콜릿을 먹는 영상을 올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겁니다.

그가 먹은 두바이 초콜릿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디저트 업체 '픽스 디저트 쇼콜라티에(Fix Dessert Chocolatier)'가 만든 제품입니다. 초콜릿을 반으로 쪼개면 중동 지역에서 즐겨 먹는 얇은 국수, 카다이프가 나오죠. 카다이프는 피스타치오 스프레드와 함께 어우러지면서 촉촉하면서도 바삭바삭한 식감을 자랑하는데요. 여기에 화려한 비주얼, 달콤한 맛까지 더해지니 '먹보의 민족' 한국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덴 충분했습니다.

문제는 이 초콜릿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겁니다. 온라인 주문만 할 수 있는데, 매일 오후 5시 한정 수량만 판매합니다. 현지에서도 몇 분 새 완판되는데 유통기한까지 3~4일로 짧죠.

국내에서 두바이 초콜릿을 구하지 못하자, 곳곳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두바이에 직접 날아가 초콜릿을 사는 이들도 있었는데요. '400만 유튜버' 허팝이 지난달 올린 영상에는 두바이에 도착해 초콜릿을 사 먹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오늘(1일) 기준 126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죠.

직접 현지로 날아갈 여건이 되지 않는 이들은 재료를 공수해 직접 두바이 초콜릿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유튜브 채널 '이상한 과자가게 weird sweets shop'에 게재된 쇼츠 영상은 475만 회, '아누누'의 쇼츠 영상은 219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습니다.

빵이나 쿠키를 판매하던 카페에서는 기존 상품과 두바이 초콜릿을 결합해 새롭지만 낯설지 않은 맛도 만들어냈습니다. '두바이 초콜릿 쿠키', '두바이 초콜릿 휘낭시에', '두바이 초콜릿 케이크', 심지어 '두바이 초콜릿 찹쌀떡', '두바이 초콜릿 빙수'까지 나오면서 "역시 한국인은 돼지런하다('돼지'+'부지런하다'를 합친 신조어)"는 감탄을 자아냈죠.

국내 유통업계도 참전했습니다. CU·GS25·세븐일레븐에 이어 이마트24도 두바이 초콜릿 관련 상품을 출시하며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CU에 따르면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은 판매 첫날 초도 물량 20만 개, 8억 원어치가 하루 만에 팔려나갔습니다. 앱에는 재고 조회를 하려는 접속자가 대거 몰리면서 한때 접속 지연까지 벌어졌죠. 포켓CU에서 관련 키워드의 누적 조회 수는 1000만 회에 달합니다.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에서도 두바이 초콜릿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매일 웨이팅 번호가 수백 번대까지 이어지곤 합니다.

▲(출처='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 공식 인스타그램)
▲(출처='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 공식 인스타그램)

'10년 전' 벌집 아이스크림 → 요아정…'반짝 유행'에 줄줄이 폐업하기도

디저트 열풍의 시초(?)로는 벌집 아이스크림이 꼽힙니다. 2013년께 등장한 벌집 아이스크림은 말 그대로 소프트아이스크림 위에 꿀이 가득 든 벌집이 올라가는 게 특징인데요. 시원한 아이스크림과 다디단 꿀의 조화로 인기를 끌었죠. 그러나 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벌집의 소초 성분은 양초의 주성분인 파라핀'이라고 전하면서 벌집 아이스크림 매장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다음으로 등장한 건 추로스(츄러스)입니다. 홍대, 이대 등 대학가 상권 곳곳에 매장이 생겼는데요. 2016년 등장한 대왕 카스텔라의 선풍적인 인기에 왕좌를 내어줘야 했습니다.

대왕 카스텔라는 길거리에서부터 느껴지는 고소한 냄새, 압도적인 크기, 구름을 연상케 하는 퐁실퐁실한 식감으로 최근의 탕후루와 같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러나 제조 과정에서 버터 대신 많은 양의 식용유를 사용하고, 신선 달걀이 아닌 액상 달걀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식용유 카스텔라'라는 오명을 써야 했죠. 사람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결국 대왕 카스텔라는 외식업계에서 최단 기간 흥망성쇠를 맛본 음식으로 남게 됐습니다.

이 밖에도 망치로 깨 먹는 디저트인 슈니발렌, 빙수, 생과일주스, 오믈렛 빵 등 다양한 간식들이 인기를 끌었지만, 대왕 카스텔라에 비견될 만한 인기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탕후루는 달랐습니다. 그 인기는 '신드롬급'이었는데요. 유행의 정점에 올랐던 지난해엔 마라탕으로 식사하고 탕후루를 후식으로 먹는다는 뜻의 '마라탕후루'가 신조어로 나올 만큼 잘파세대의 '루틴'으로 자리 잡기도 했죠.

KB국민카드가 2월 발표한 최신 소비 트렌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디저트 전문점 가운데 탕후루의 매출과 신규 가맹점 등록률이 가장 활발했습니다. 지난해 탕후루 전문점 신규 가맹점 등록률은 무려 1339%에 달합니다. 이에 따라 매출액도 전년 대비 1678% 증가했죠. 그야말로 폭발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불과 수개월 뒤 이야기는 달라졌습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개방 통계에 따르면 탕후루 매장은 지난해 1300곳 이상이 새로 생겼지만, 올해는 50곳에 불과합니다. 반면 폐업한 가게는 지난해 72곳에서 올해 190곳으로 2배 이상 증가했죠.

탕후루에 앞서 단맛과 쫀득쫀득한 식감으로 인기를 끌었던 흑당 버블티의 말로도 비슷했습니다. 2020년 52개까지 늘어났던 한 유명 흑당 버블티 프렌차이즈 매장은 2021년 26개로 줄었는데, 1일 기준 13개로 조회됩니다.

소비자들의 관심은 다른 디저트들에 쏠렸습니다. 크루아상 반죽을 와플팬에 눌러 구운 크로플(크루아상+와플), 담백하면서도 짭짤한 소금빵, 크루아상과 쿠키를 합친 크루키 등을 말할 수 있지만, 언제나 배달 앱 검색 랭킹 상위권을 차지하는 가장 강력한 간식이 있는데요. 바로 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요아정)입니다.

2021년 1호점을 연 요아정은 이듬해인 2022년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하더니 가맹점 수도 급증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요아정은 가맹점 모집을 시작한 2021년 매장 수 99개에서 지난해 166개로 늘었죠.

가맹 문의가 빗발치자 요아정 측은 홈페이지에 "가맹 문의로 현재 업무가 마비되고 있어 따로 전화를 먼저 드리지 못하고 있는 중"이라며 "홈페이지 가맹 문의를 작성해 주면 순차적으로 전화를 주겠다"고 공지하기도 했습니다. 가맹 계약 기준으로 보면 최근 400호점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요아정 인기의 시작은 탕후루와 별반 다르진 않습니다. 달콤한 맛SNS용 인증 사진도 잘 나올 만한 디저트죠.

그러나 특별한 건 'DIY'(Do It Yourself)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기본이 되는 요거트 아이스크림에 원하는 대로 각종 토핑을 넣어 먹을 수 있는데요. 벌집 꿀부터 몰티져스, 인절미 떡, 각종 스낵과 과일까지 그 종류가 무려 50가지가 넘습니다. 10년 전 유행한 벌집 아이스크림과 가장 다른 점도 이 부분이죠.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들의 '레시피'도 화제가 되는데요. 일례로 그룹 라이즈 성찬이 추천한 조합은 '골드망고, 벌집 꿀, 초코쉘, 샤인 머스캣, 바나나, 딸기 팝팝'입니다. 성찬은 "이렇게 담으면 5억이긴 한데"라고 덧붙이면서 웃음을 자아냈는데요. 이 때문에 이 조합은 '성찬 5억 정식'으로 불리기도 하죠.

▲(출처='새들러 하우스 베이커리', '베이커리 산' 인스타그램 캡처)
▲(출처='새들러 하우스 베이커리', '베이커리 산' 인스타그램 캡처)

귀여우면서도 힙한 디저트, '메론빵' 어떠세요?

벌집 아이스크림부터 요아정, 그리고 두바이 초콜릿까지의 유행을 살펴보면 지속적인 인기의 요인은 단맛도, 바삭바삭한 식감도, 가격도 아닌 '확장성'으로 분석됩니다.

탕후루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매장은 확장성이 낮습니다. 탕후루의 주재료가 되는 과일의 종류를 늘리는 데 그치죠. 탕후루의 인기가 식으면 매출에도 곧장 직격타를 맞는 구조인데요. 변주가 가능한 디저트의 경우 맥을 비교적 길게 잇고 저변을 넓힐 수 있습니다.

서울 강남 가로수길에 있는 한 카페는 크로플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불과 2019년께까진 그 종류가 플레인, 바질, 치즈 등 수 개에 불과했는데요. 현재 이곳에서는 수많은 크로플뿐 아니라 종잇장처럼 납작한 두께를 자랑하는 크룽지(크루아상+누룽지), 다양한 맛의 크루키 등을 맛볼 수 있습니다. 크루아상을 기본으로 다양한 변주를 주는 건데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두바이 초콜릿 트렌드도 빠지지 않습니다.

이쯤 되면 한 가지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두바이 초콜릿, 요아정 다음으로 유행할 디저트는 뭐냐는 거죠.

유행을 속단하긴 이르지만, 귀여운 모양과 달콤하고 고소한 맛으로 관심받는 간식이 있습니다. 이름도 귀여운 '메론빵'(멜론빵)인데요. 일본의 대표적인 과자빵으로, 둥근 빵 반죽 위에 설탕이 섞인 쿠키 반죽을 얹어 굽습니다. 쿠키 반죽에 칼집을 넣어 체크무늬를 만드는 게 특징이죠. 이 모양이 마치 멜론 껍질 같아 메론빵으로 불립니다. 당초 멜론이 들어가진 않았지만, 요즘엔 멜론 맛 농축액을 첨가하거나 초록색 색소를 넣기도 합니다.

일본 여행 필수 쇼핑리스트로 메론빵을 만들 수 있는 스프레드가 거론되기도 합니다. 식빵 같은 빵에 메론빵 스프레드를 넉넉하게 발라주고 칼집을 내준 후 오븐이나 에어 프라이어에 구워내면 바삭바삭한 식감의 메론빵이 완성됩니다.

특히 거북이 모양의 메론빵은 귀여우면서도 왠지 모르게 힙한 감성을 자랑해 스마트폰 케이스, 키링 등 액세서리로도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과연 이 메론빵이 팬층을 넓혀 인기 디저트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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