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대출을 옥죄면서 은행권이 기업대출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강력한 도전에도 IBK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대출 잔액 240조 9000억 원, 시장 점유율 23.31%로 1위를 수성했다.
63주년을 맞은 기업은행은 공공성과 상업성을 갖춘 유례 없는 사업 모델을 앞세워 명실상부한 기업대출 넘버원 은행의 자리를 공고히 했다. 이같은 성과의 중심에 권용대 여신운영그룹장(부행장)이 있다. 권 부행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올 하반기에도 중소기업의 위기 극복을 지원하고, 성장사다리 역할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권 부행장은 "소상공인이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도록 보증 협약을 확대해 담보력이 부족한 소상공인을 지원하겠다"며 "소상공인 가치금융 상생펀드 등 상생금융 사업들을 속도감 있게 전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가치금융 상생펀드는 소상공인의 여·수신 우대지원(금리감면, 우대금리 제공 등) 추진 등 상생금융 실천을 위해 기업은행에서 단독으로 조성한 140억 원 규모의 펀드다.
그는 "유망 중소기업의 성장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기술력과 잠재력에 중심을 둔 심사체계를 활용, 유망기업을 발굴하고 국가 성장정책과 연계해 첨단전략산업 및 혁신분야에 대한 자금공급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견기업에 대한 여신지원 방안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등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중견기업에 대한 성장 사다리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지원 이외에도 컨설팅, 인수합병(M&A), 해외 판로개척 지원 등 유익한 비금융 서비스 지원을 병행한다.
여신 건전성 관리도 중점 추진 과제다. 회복 가능성있는 기업을 따로 분류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지원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권 부행장은 "어려운 기업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지속하면서 건전성을 양호하게 유지하는 것은 두 마리 토끼를 쫓는 것처럼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기업은행은 두 가지 목표 모두를 달성하기 위해 그간 건전성 관리 노력을 전방위적으로 전개해 자산의 부실화를 최대한 방어해왔다"면서 "무조건적인 지원이 아닌 성장 및 회복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대한 선별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고 자신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여신심사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기업별 맞춤형 여신한도를 산출, 지원한다. 자체 개발한 신(新)빅데이터모형을 활용해 부실기업을 선별, 부실 위험을 낮춘다. 신용평가등급뿐만 아니라 다양한 금융·비금융 동태정보를 기반으로 고위험 기업군을 선정·관리한다.
권 부행장은 "매출이나 고용이 일정하게 잘 유지하다 최근 해고를 많이 했거나 매출액이 급감했는지 또는 카드 연체, 세금 체납 등 외부데이터를 받아 평가하는 방식"이라며 "성장 가능한 기업을 찾는 옥석가리기를 더 구체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인터뷰 내내 중소기업 대출은 기업은행의 자존심과도 같은 부분이라고 강조한 권 부행장. 그는 "모든 일에 고객의 가치 실현이라는 목표를 항상 최우선으로 설정하고,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은행의 정책이나 전략을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대출 중 중기대출 비중을 7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중소기업자에 대해 효율적인 신용제도를 확립해 중소기업자의 경제활동을 돕고 경제적 지위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권 부행장은 "60여 년간 고객과 쌓은 신뢰와 노하우, 고객가치 제고를 위한 창의적인 상품과 서비스 개발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기업은행만의 차별성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재무제표 중심의 전통적인 지원방식에서 벗어난 성장가능성 기반으로 여신을 지원하는 '미래성장성심의회'라는 심사제도를 선제적으로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 창업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벤처 대출을 지원하는 등 미래 유망기업을 발굴하기 위한 경험과 역량도 충분히 갖췄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래성장성심의회는 잠재력 중심의 심사를 통해 성장 가능성이 높지만, 재무지표 등 기존 심사체계로는 여신지원이 어려운 기업을 지원하는 기업은행만의 독특한 심사 협의체다.
권 부행장은 "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에서부터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국가와 기업이 당면한 위기를 함께 극복해 왔던 경험들이 풍부하다"며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체득한 위기상황 대처 능력 또한 시중은행과는 구별되는 기업은행의 강점 중 하나"라고 꼽았다.
최근 발생한 티몬·위메프 사태와 관련해 선제적 지원도 약속했다. 기업은행은 신용보증기금과 협약프로그램을 통해 3000억 원 규모의 유동성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는 "다만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나 대상 기업 파악이 어려워 답답한 상황"이라면서도 "프로그램을 만들어 피해 업체들을 지원하는 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언급했다.
권 부행장은 33년 간 기업은행에서 근무하면서 개인여신부장, 여신기획부장을 거쳐 지난해 1월 여신운영그룹장에 임명되는 등 은행 내 여신통으로 꼽힌다. 그는 은행원으로서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를 원칙과 기본으로 제시했다.
그는 "세상은 계속 바뀌지만 근본으로 들어가면 기본에 충실하고 금융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며 "금융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소탐대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은행이 내부 통제 제도를 잘 만들어서 직원들이 그런 사소한 감정이나 순간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