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과정서 설계 결함 뒤늦게 발견”
AI 거품론ㆍ서구 독점 조사 등 내우외환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출시가 생산 도중 발견된 결함으로 최소 3개월 연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AI 거품론, 미국과 유럽의 독점 조사 등으로 외부 파고가 만만치 않은 가운데 내부적으로도 흔들리는 모습이 감지된다.
3일(현지시간) 미국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지난주 마이크로소프트(MS)에 차세대 AI 가속기용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 시리즈 중 하나인 ‘B200’ 출시가 계획보다 최소 3개월 더 걸릴 것이라고 통지했다. 앞서 엔비디아는 3월 자사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GTC)에서 “B200을 연내 양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생산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뒤늦게 설계 문제점을 발견해 출시 일정을 미루게 됐다. 엔비디아는 현재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와 일련의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내년 1분기까지는 B200 양산이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 큰 문제는 최신 AI 칩을 확보하기 위한 빅테크 간의 경쟁이 불붙으면서 MS와 구글, 메타가 B200을 이미 수백억 달러어치 주문해 놓았다는 점이라고 디인포메이션은 지적했다.
엔비디아의 존 리조 대변인은 “해당 칩 생산이 하반기에 늘어날 것”이라며 “그 밖의 다른 소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이번에 새롭게 불거진 생산 지연 이슈 외에도 악재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은 전날 고객 서한에서 “대형 기술주들, 특히 엔비디아는 거품 수준”이라며 “빅테크들이 엔비디아의 칩을 이렇게 계속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뉴욕증시에서 AI 거품론이 고조되며 기술주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주에만 5% 떨어졌으며 최근 1개월간 하락 폭은 약 15%에 이른다.
압도적 시장 지배력도 부메랑이 되고 있다. 디인포메이션은 미국 법무부가 엔비디아가 AI 칩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AMD 등 경쟁업체들의 신고를 접수하고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경쟁당국은 지난달 엔비디아의 반독점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해 유럽 국가 최초로 기소할 가능성이 있다.
이 밖에 지난달 애플은 “올해 10월 선보일 AI 서비스에 엔비디아 대신 구글의 AI 반도체를 사용했다”고 밝혀 AI 반도체 독점 구도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