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제4기 ‘의·정 갈등’ 협상론적 해법 찾길

입력 2024-08-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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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성 동국대 명예교수ㆍSolbridge경영대학 석좌교수

올해 2월 6일 정부의 의대입시정원 확대시행 발표 이후 아직까지 의대생들의 국시참여 포기, 전공의 미복귀, 병원 파업 등 의사들과 정부 간 갈등은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2000년 의약분업사태 이후 4번째가 된다.

의대입시 정원의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문제가 갈등의제였던 2020년 의사파업사태는 당시 코로나 상황이 급박하게 진전되면서 정부가 코로나 안정화 이후 다시 추진하기로 하면서 중단되었고, 2000년의 의약분업사태는 의대정원의 축소를 통한 의사인력 배출 감축 약속으로 해결된 바 있다. 그리고 2014년의 갈등은 원격의료 허용문제가 이슈였다.

“왜 독일, 프랑스 등 유럽국가 의사들로부터 오히려 환영받고 있는 의대정원 확대문제가 우리나라에서 갈등이슈가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우리나라 의사들이 가지고 있는 특권의식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의사이외의 직업 특히, 문과전공에 대해 ‘수포자(수학포기자)’라는 우월의식과 평생 고소득이 보장되고 ‘선생님’ 소리를 듣는 특권층이라는 자각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정부는 의료서비스 등과 같은 공공재 공급에 대해 국민이 부여한 독점적 권한을 가진 조직이다. 이는 민주주의국가에서 국민이 정부에 부여한 권한인 동시에 책임이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이 ‘건방지고 무례하게’ 보일지라도 그것이 적법한 절차를 따른다면 국민으로서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필수의료 육성 등 정공법 소홀 아쉬워

이번 의대정원 확대 발표의 경우 정부가 문제를 직접적으로 공략하는 대신 우회하는 방법으로 추진한 데 따른 부작용으로 보여진다. 우리 사회에 드러난 의료분야의 문제는 필수진료분야 의사의 부족과 격지환자 ‘뺑뺑이 돌리기’ 등에 의한 빈번한 사망사고의 발생에 있었다. 따라서 정부의 바른 접근법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공략방안으로 부인과 등 필수분야 전공의사들에 대한 수입 보장과 수가 조정, 그리고 도시와 지방의료기관 간, 급별 병원(1차: 의원, 2차: 병원·종합병원, 3차: 상급종합병원) 간 지원 등에서의 격차 해소 등 종합적인 개혁을 위한 시행방안 중 하나의 의제로 의대입시정원 확대문제를 접근했어야 한다.

그동안 의료개혁은 우리 사회의 오래된 숙제였다. 개혁에는 반발이 있게 마련이다. 특히, 정책 시행으로부터 영향을 받게 되는 대상이 자신의 기득권을 침해받게 된다고 생각할 때 개혁조치에는 엄청난 반발이 따른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이제 의·정 간 갈등의제가 낱낱이 드러난 만큼 남아있는 갈등 해결방안은 하나밖에 없다.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이다. 협상은 당사자 간의 이해가 상반되거나 일치하지 않을 때 참여 당사자 간 양방향 의사소통을 통해 만족할 만한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이다.

제3자 주도 공개場서 ‘협상’ 나서야

이번 의료개혁 의제처럼 이슈가 다양하며 복수의제일 때 협상에서는 이슈별 당사자 간 이해관계 차이의 성격을 분석하여 의제 간 교환(exchange)과 절충(trade-offs)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협상에 대한 이러한 접근법은 당사자 모두의 이해관계 충족 또는 최소 양보를 결과하게 된다는 점에서 가치창조적(value-creating)이다. 이 과정은 합의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과 복잡해 보이는 절차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일시적인 봉합으로 또다시 문제가 재발하도록 하는 기존의 접근법은 장기적으로 비용소요가 훨씬 크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효율적인 방법이다.

이번의 의정갈등에 대한 ‘가치창조적’인 협상법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절차관리와 당사자 간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전문가를 제3자로 채용하여 전공의, 의대교수, 의사협회, 관련 정부 등 이해당사자를 망라하는 논의의 장(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가칭 ‘의료개혁특위’에서는 이미 적법한 절차를 따라 시행이 확정된 내년도 의대입시 정원문제를 제외한 모든 의제를 장단기 개혁과제로 삼아 다양한 의사소통과 토의 진행을 통해 모든 당사자가 만족할 만한 합의안을 도출하도록 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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