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래 칼럼] ‘3대 국정과제’ 성공을 위한 조건

입력 2024-08-0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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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前 부산교대 교수

노동·연금·교육개혁 근원은 ‘인구’
인구부 설치…교육부 통합 시급해
인력개발·인재발굴에 전력 질주를

현 정권이 추진하는 노동, 연금, 교육의 3대 국정개혁이 어떤 성과도 내지 못하고 있다. 야당의 입법 독주로 개혁에 필요한 입법이 따르지 못하는 원인이 크지만, 개혁의 비전 부족도 못지않은 원인이다.

국리민복이 목적인 3대 국정개혁이 그 대상을 근시안적으로 노동자, 노년층, 학생에게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3대 개혁은 일차적으로 인력, 인구, 인재를 핵심 개념으로 설정하여 방향을 잡아야 한다.

노동 개혁은 인력 양성과 수급을 위한 제반 정책을 담아야 하고, 연금 개혁은 노년층만이 아니라 국가 산업 생태계를 장기적으로 조망하는 포괄적 시각에서 인구 문제를 다뤄야 한다. 또 교육 개혁은 기존 인력 양성 위주에서 벗어나 인재 발굴의 패러다임에서 효과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 중 인구 문제는 3대 개혁을 거시적으로 연계하여 탐색·분석해야 할 가장 근원적인 개혁 과제이다. 연금 개혁은 보험료율과 수혜율에 집중하는 수치상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구를 핵심 개념으로 하는 여러 문제 중 하나다. 그래서 3대 개혁을 총괄하는 인구부를 빨리 신설해야 한다.

인력 양성이 아닌 인재 발굴을 핵심으로 하는 교육 개혁도 거시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한자어 ‘인재(人材)’와 ‘인재(人才)’는 뜻이 다르다. 전자는 학식이나 능력을 갖춘 사람을 가리키므로 육성할 인력이지만, 후자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을 가리키므로 ‘발굴’해야 할 대상이다. 천재 1명이 2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오래전 고 이건희 회장이 천명한 뜻과 상통한다.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에서 소수의 인재(人才)가 다수의 인력을 먹여 살린다는 혜안이다. 따라서 교육 개혁은 인재 발굴에 초점을 맞추고 인력개발도 유연하게 추진해야 한다.

노동 개혁도 노사정의 고질적인 임금 협상이나 노조의 부당한 간섭과 비리의 척결을 넘어서, 외국인 및 직종별 차등 최저임금제부터 도입해야 한다. 나아가 거시적으로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요구하는 고용 구조를 파악해야 현재 406만 대졸 실업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중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쉰다’는 237만 명의 ‘이유’를 분석하여 3대 개혁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복지정책 차원에서 출산율을 올리는 데 방점을 둔 기존 인구 정책은 이후 세상에 ‘새로 올 이들(new comers)’의 좋은 생존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아니라, 해당 젊은이들에게 재정 투입만을 골자로 하고 있어 한계와 반발이 따른다(▶본지 2024년 3월 12일자 칼럼 참조).

먼저 미래 세대가 살아갈 여건을 마련해 주려면 우리 세대가 희생해야 한다. 1960년대 초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우리 선대는 기간산업 구축에 필요한 차관 도입 보증 수단이 없어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급여를 ‘담보’로 하는 희생으로 세계가 경탄하는 산업화의 초석을 쌓았다. 같은 취지로 경직된 정년제도를 폐지하고 수평-수직적으로 유연한 인력 이동이 가능하도록 공무원, 전문직, 노동자 등 모든 직역에서 필요하다면 기득권을 포기하는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현세대가 받을 연금 재원을 공여할 후대가 필요해서 고려하는 출산 제고 정책은 해결책이 아닌 그들에 대한 배신행위다. 제1야당 ‘아버지’의 공약인 전 국민 25만 원 지원금 살포도 마찬가지다.

행정부 조직과 운영도 혁신해야 한다. 우선 15년간 대학 등록금 동결과 같은 경색된 통제를 타파하려면 교육부를 해체하고, 신설되는 인구부가 거시적인 안목에서 보통교육 재정 잉여금부터 즉각 활용하여 인재 발굴과 새로운 산업에 요구되는 인력개발을 총괄해야 한다.

현재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명분이 미래 세대가 겪을 고초를 낳지 않는가를 냉철하게 살피고, 그들이 생존할 반도체, AI, 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의 토대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생태계 보전, 환경 친화 명목으로 전 정권은 이미 계획되었던 소규모 댐 건설마저 취소하여 막을 수 있었던 물난리를 작금에 겪고 있다. 또 태양광 들인답시고 멀쩡한 산림을 훼손하는 어리석음도 저질렀다. 무엇보다도 대표적 미래 에너지원인 원전 산업을 흔들림 없이 육성해야 한다. 탈원전 정책은 국가 쇠락의 첩경이므로 전 정권처럼 비전 없고 무지한 정권이 다시 나오지 못 하도록 해야 미래 세대가 번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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