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너머] 보험설계사 허수 없애려면

입력 2024-08-05 17:39 수정 2024-08-0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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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은 일주일이면 충분하죠. 하루 만에도 붙는 사람 많아요”

보험기사를 쓰다 설계사 자격에도 흥미가 생겨 여기저기 물어봤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비슷했다. 시험에 합격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보험 출입 기자면 한 번에 붙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에 왠지 모를 오기가 생겨 시험날짜를 정했다.

시험을 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꽤 오랜만이어서 연필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엔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학습이 가능해 가벼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다. 특히 강의나 모의고사가 잘 수록돼 있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일주일 정도 가볍게 공부한 결과는 ‘합격’이었다. 손해보험과 제3 보험 부문 모두 합격선인 60점을 간신히 넘긴 ‘턱걸이’ 점수를 받았다. 시험이 예전보다는 많이 어려워졌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공부에 100% 집중할 수 없는 직장인도 합격할 만큼 출·퇴근 시간을 이용한 ‘짬짬이’ 공부가 통하는 것이다. 여전히 시험 난도가 높지 않고, 문제 유형에서 출제되다 보니 스킬만 있으면 충분했다.

하지만 보험 트렌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설계사들 사이에선 자조의 목소리가 나온다. 리크루트 경쟁이 심해 신입 설계사를 모집하려 문제풀이를 가르치기는 하지만, 시험의 내용이 변화무쌍한 실제 보험 영업과의 괴리가 크다는 것이다.

일례로 암 면책 기간이 90일이라는 명제는 기출문제에서는 ‘참’이지만, 최근 몇몇 상품에 한해서는 절대적인 참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일부 보험사나 대리점에서는 영업조직을 부풀리기 위해 설계사 수를 늘리고자 ‘시험만 한번 봐달라’는 식의 제안을 한다. 그러다 보니 허수가 늘어 관리하기도 힘들고 결국 보험설계사의 전체적인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이다.

한 설계사는 “외국에서는 금융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직업을 높게 평가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설계사에 대한 직업의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것 같다”고 토로하며 “보험 판매 자격 취득에 대한 문턱이 높아져야 설계사의 가치도 올라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험설계사가 되기는 쉽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험에 가입해 수십 년간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어렵고 복잡한 문제다. 이 난제를 믿고 맡기려면, 하루 이틀 공부해 자격증만 딸랑 가지고 있는 허수는 지워나가야 한다. 영업조직의 축소로 보여 뼈아플지라도 결국 도려내야 한다. 이것이 보험 개혁회의가 꿈꾸는 판매 조직 혁신의 첫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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