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AI를 보는 갖가지 시각

입력 2024-08-05 15:34 수정 2024-08-0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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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인공지능(AI) 열풍에 대해 말들이 많다.

빅테크 시대를 맞아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으로 “열풍은 계속될 것이다”라는 예찬론이 있는가 하면 “거품이 많이 끼어 있어 걱정스럽다”라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최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걱정하는 시각이 더 많다는 점이다. AI 열풍의 진원지 역할을 하고 있는 나스닥시장이 흔들리고 있어서다.

‘알파고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미스 허사비스는 “AI에 대규모 투자가 몰리면서 암호화폐 등에 몰아친 ‘과장된 열풍’이 이 분야에도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허사비스는 AI 시장이 자금 끌어오기식 경쟁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학을 궁극적인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AI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회의적인 시각은 AI 기업으로 포장된 수많은 신생기업의 내용이 과연 충실한가를 부정적 시각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실제 나스닥이나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 가운데 수익전망이 불투명한데도 빅테크나 AI사업으로 포장된 소위 “무늬만 AI”인 기업들이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애플 등 정보기술(IT)기업이 AI 관련 계획을 잇따라 내놓는 틈을 타 묻지마 투자에 편승한 기업들이다.

AI 붐을 타고 옥석이 가려지지 않은 채 진짜 AI 기업들과 뒤섞여 이들 기업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뛰는 것은 뭔가 잘못된 것임이 틀림없다.

더구나 수익전망이 불투명한 AI 기업들의 경우 언젠가 탈락의 비운을 맞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데 그럴 경우 사회적 경제적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상대적으로 기존 제조업의 몰락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점도 부정적 시각의 한 축을 이룬다.

시중의 한정된 재원이 AI 쪽으로 몰리다 보니 기존산업의 자금 사정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상대적으로 제조업 경쟁력을 축내는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증폭되고 있다.

한마디로 자원 배분이 왜곡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아무리 AI나 빅테크기술이 발달하고 온 세상이 AI로 뒤덮여도, 의·식·주를 외면할 수 없어서 제조업을 홀대해선 안 된다는 감정 섞인 얘기까지 나온다.

또 AI 열풍으로 인재들이 너도나도 AI 쪽으로 몰리면서 직장인들의 가치관이 바뀌고 임금체계와 인력수급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우려되는 점이다.

반면 이 같은 열풍이 바람직하다는 시각의 논리는 이렇다.

AI 혁명으로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현상에 비춰보면 지극히 당연하고 신흥 빅테크 기업의 부상은 경제체질개선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균형발전을 가져올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빅테크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AI 기업들로 자금이 몰려들면서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이는 경제 활력소로 작용해 성장을 가속하면서 고용을 증대시키는 선순환 과정을 겪게 된다.

예컨대 기술력이 다소 떨어지는 AI 기업이라 하더라도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 넉넉한 자금이 확보되면 이를 기술개발에 쏟아부어 경쟁력 높은 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걱정하는 거품이 꺼졌을 때 모두가 함께 쓰러질 수 있다는 것도 기우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그래서 나온다.

소득분배나 기술개발촉진을 위해서도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주장한다.

빅테크창업이 전문기술인력들에 의해 주도되고, 이들이 새로운 부자로 등장함에 따라 기존의 경제력집중이 분산될 뿐만 아니라 기술개발 의욕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빅테크 기업을 둘러싼 논란의 초점을 대충 정리해 보면 어느 쪽 주장이 분명하게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증시 열풍”과 “빅테크기업 열풍”에 대한 평가를 동일시하거나 혼동하면서 여러가지 오해들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빅테크기업들이 각광을 받는 AI 열풍은 계속돼야 마땅하다.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AI의 순기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과거 벤처열풍이 그랬다.

다만, 기업 내용에 상관없이 AI라는 옷만 입혀 놓으면 주가가 천정부지로 뛰고, 아무리 미래가치로 평가한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높은 주가가 형성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AI가 오래 살아 남으려면 머니게임의 양상을 불식시키고 기업을 투자자들에게 충실히 알리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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