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에 '지상 주차장' 목소리 커지는데…"현실화 한계 뚜렷"

입력 2024-08-0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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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량 들이 전소돼 있다.  (연합뉴스)
▲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량 들이 전소돼 있다. (연합뉴스)

인천 청라국제신도시 아파트의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와 충전시설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전날에는 충남 금산에서 주차 중이던 전기차에 불이 나면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커지고 있다. 이에 아파트 등 공통주택을 중심으로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진입을 막고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주민간 갈등도 심화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공간확보와 비용 등의 문제는 물론이고 현행법상 마땅한 규정도 없어 실현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7일 건설·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입주자 카페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전기차 지하주차장 출입 금지를 의결하거나 전기차 신규 등록을 제한하는 단지가 나왔다. 지하주차장에 있는 전기차 충전설비를 지상으로 옮기는 움직임도 있다.

불이 났을 때 진압이 어려워 피해 규모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달 1일 인천 청라국제신도시 아파트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도 연기 배출이 원활하지 않고 소방차 진입이 제한돼 진화에 난항을 겪었다. 인천 전기차 화재는 8시간 넘는 진화 작업이 진행됐고 차량 140여 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리는 피해를 입었다.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란 점에서 이런 요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상에 전기차 주차 공간을 마련할 단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준공된 곳들은 대부분 '차 없는 아파트'를 표방하며 주차장은 전면 지하화하고 지상은 조경이나 주민공동시설로 채웠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서울이나 수도권·지방 중심지에 들어선 아파트는 사실상 전부 그렇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이런 단지들이 전기차 충전설비를 지상으로 옮기려면 기존 시설을 철거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차장을 전면 지하화한 단지가 지상 주차장을 마련하려면 차를 세울 자리뿐 아니라 이동 동선까지 확보해야 돼 생각보다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며 "조경 비율 등 허가 당시에 충족한 기준을 어기지 않으면서 이런 공간을 확보할 정도로 여유가 있는 단지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지상에 주차 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차 차주의 동의 없이 지하주차장 진입을 일방적으로 막을 수도 없다. 법원은 한 아파트에서 중형승합차의 주차를 제한한 조치에 대해 주차방해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출입을 제한할 경우 재산권 침해에 해당된다”면서 “다른 곳에 공간을 마련하지 않고 주차 제한을 할 경우 위법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새로 짓는 아파트도 별도의 전기차 지상 주차장 확보가 쉽지 않아 보인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주차장 전면 지하화는 보행 안전과 쾌적성 확보 등에 대한 소비자의 강한 욕구가 반영된 것이고 상품성을 좌우할 단지 디자인 완성도, 나아가 비용 문제까지 연결된다"며 "강제 규정이 만들어지거나 발주처 요구가 없다면 먼저 지상 주차장을 만들겠다고 나설 건설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설계 변경을 통해 지상 주차장을 만들 수 있지만, 필요성과 비용 등에 관한 입주민 합의가 원만히 이뤄지기 힘들어 실제 추진되는 사례가 나오기 어렵다는 게 공통된 관측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주차공간 의무 확보 비율 외에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보니 혼란과 갈등이 생기는 것"이라며 "전기차 주차장 위치와 화재 관련 시스템 구축 등에 관한 의무화가 이뤄져야 현실적이고 빠른 대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2022년 1월 28일 이후 건축허가를 받은 100가구 이상 아파트는 총주차면수의 5% 이상을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 자동차 전용 주차구역으로 설치하게 돼 있다. 하지만 지상 또는 지하주차장 입구 주변 등과 같은 위치 제한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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