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독해진 ‘채상병 특검'...한동훈 시험대

입력 2024-08-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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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위메프·티몬 사태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위메프·티몬 사태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두 차례 폐기된 ‘채 상병 특검법’을 재발의하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민주당은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를 수사대상으로 적시한 가운데,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 방식은 제외했다.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가 공언한 ‘대법원장 등 제3자 추천’ 특검법 발의를 유도하기 위한 발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이 영수회담을 제안한 이튿날 대통령의 배우자를 수사대상에 올린, 더욱 개악된 법안을 발의(했다)”며 “여전히 ‘정쟁’과 ‘공세’라는 정략을 놓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지연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8일 논평을 통해 “어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정쟁 휴전 선언을 제안한 지 하루 만에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께서 민주당이 해병대원 특검법을 재발의하겠다고 한다. 이번이 세 번째”라며 “민주당은 국정 흔들기와 탄핵이라는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특검을 무한 반복할 것이냐”고 직격했다.

민주당이 낸 세 번째 특검법의 경우 기존의 특검법보다 수사 대상과 권한을 확대했다. 특검법 수사 대상 항목 문구에 ‘이종호 등이 김건희 등에게 임성근의 구명을 부탁한 불법 로비 의혹사건’이라는 내용을 명시해 김 여사를 겨냥했다. 특검이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 등의 수사에 대한 방해행위’ 역시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들여다볼 여지를 만든 것이다.

다만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 방식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 대표에게 자신이 약속했던 특검법을 발의하도록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8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결국 국회는 협상의 공간”이라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하고 자 하는 내용이 있으니 그걸 가지고 한 번 협상을 해보자 하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대표가 한 말이 있으니 본인의 말에 책임지려면 직접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8일 ‘제3자 추천’의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어떤 논의가 필요하다면 당에서 할 것”이라며 “그 부분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얘기된 것은 전달받지 못했다”고 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지금 (제삼자 대안을) 내놓아봤자 민주당과 협상이 될 리도 없고, 오히려 전열만 분열시키고 우리 당의 전략만 노출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채상병 사건과 관련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결과가 나온 이후엔 한 대표가 다시 특검법을 추진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여기서 숨 고르기를 하고 당 안에서 컨센서스를 만들고 있는 과정은 (정쟁만이 목적인) 민주당과 달리 (실제로) 채상병 특검을 통과시키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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