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왜 유독 한국서 피해 클까…해결책은?

입력 2024-08-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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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 발생률 내연기관차보다 낮아
다만 공동주택 많은 특성상 피해 클 우려
불길 확산 막는 '캡슐형 주차장' 대안으로
배터리 충전율 설정해 과충전 예방해야

▲5일 오후 인천 서구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마친 경찰이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인천 서구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마친 경찰이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서 있던 전기차에서 시작된 대형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고 있다. 전기차의 실제 화재 발생률이 높지는 않지만, 한 번 화재가 발생하면 한국에서는 대형 사고로 번질 가능성이 더 크다. 그 이유는 무엇인지, 해결책은 없는지 알아봤다.

전기차 화재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립소방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전기자동차 화재 대응 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화재는 2017년 1건에서 시작해 2022년 43건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이는 전기차 보급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전기차 등록 대수는 같은 기간 2만5108대에서 38만9855대로 155배 이상 늘었다.

특별히 전기차의 화재 발생 비율이 높은 것도 아니다.

전기차보다 오히려 내연기관차의 화재 발생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기준 차량 1만 대당 화재 발생 비율은 내연기관이 1.84대로 1.12대인 전기차보다 높았다.

다만 전기차에서 한 번 화재가 발생하면 피해가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큰 건 사실이다. 특히 리튬 배터리 화재는 하나의 셀에서 불이 나면 다른 셀로 불이 옮겨 붙으며 연쇄 폭발하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한다. 일반 차량보다 진화가 어렵고 화재 확산 속도도 빠르다.

화재 진압이 어려운 만큼 내연기관차에 비해 재산 피해 규모도 크게 나타났다. 실제 정부는 차량 화재 사고 1건당 내연기관차의 피해액은 800만 원, 전기차는 2000만 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공동주택이 많은 한국 특성상 대형 사고로 번질 가능성이 더 크다. 지난해 기준 전체 주택 가운데 공동주택이 차지한 비율은 79.2%였다. 공동주택 가운데서도 아파트가 차지한 비율은 64.6%였다.

특히 최근 짓는 아파트에서는 지상 주차장이 아예 없고 지하 주차장만 조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피해를 키운다. 지하 주차장에서 불이 날 경우 화염이 빠져나갈 곳이 없어 불이 주변 차로 번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소방차의 진입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해외에서는 전기차 화재로 인해 이렇게 큰 피해가 났던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상대적으로 개인주택 비율이 높고 옥외주차장이 많은 해외에 비해 아파트가 많은 한국 특성상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피해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2일 오전 인천 서구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량 들이 전소돼 있다.  (연합뉴스)
▲2일 오전 인천 서구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량 들이 전소돼 있다. (연합뉴스)

이에 일각에서는 전기차는 지상 주차장만을 이용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기차 충전기 역시 지상에만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건물들의 밀집도가 높고 아파트가 많은 한국에서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화재 진압을 위한 소방 설비를 구축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문 교수는 해결책으로 ‘캡슐형 주차장’을 제안했다. 그는 “지상에 주차장을 만들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지하에 전기차를 주차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캡슐 형태의 전기차 전용 주차장을 만드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해도 불이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사용자가 배터리 설정 메뉴에서 최대 충전량을 설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배터리 과충전은 전기차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 대부분은 사용자가 배터리 충전율을 설정할 수 있는 만큼 최대 충전율을 80~90% 수준으로 설정하는 것이 화재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당분간은 전기차 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을 극복하기 위해 잇달아 신차를 내놓던 완성차 업계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결국 전기차의 안전성을 향상하는 동시에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전기차의 ‘배터리 실명제’가 힘을 얻고 있다. 그동안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에 어떤 배터리를 사용했는지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전기차에 어떤 배터리가 사용됐는지 소비자에게 알리고 선택권을 줄 필요가 있다”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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