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사이트] 금융당국도, 대출자도 'DSR'만 바라보는 이유

입력 2024-08-10 08:45 수정 2024-08-1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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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전에 (대출을) 땡길 수 있으면 땡겨놔야죠."

다음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시행되기 전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안그래도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데 대출 한도를 옥죄는 스트레스 DSR 2단계까지 시행되면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울 것이란 불안 심리가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당초 지난달 시행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갑작스럽게 연기했던 금융당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서민·자영업자의 어려움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는 하나, 결과적으로는 대출받지 않았던 차주들까지 주택담보대출을 서둘러 받게 하는 부작용을 일으켰으니 말입니다.

결국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 특명을 내렸습니다.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라는 것이었죠. 은행들은 발빠르게 나섰습니다. 앞다퉈 주담대 가산금리를 올렸고, 일부 은행은 다주택자의 추가 대출까지 막았습니다.

하지만 한번 물꼬가 트인 대출 수요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 모습입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715조7383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달(708조 5723억 원) 대비 7조 1660억원 늘어난 수치로 2021년 4월(9조 2266억 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월간 증가 폭이라고 합니다. 이 기록은 다시 경신될 것으로 보입니다. 불과 일주일 만에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718조975억 원(7일 기준)으로 2조3592억 원이 또 순증했기 때문입니다.

당국은 늘고 있는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 고심 중이지만 뾰족한 수는 없어 보입니다.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지만 시장 금리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마저도 쉽지가 않습니다.

실제 은행들은 주담대에 적용하는 가산금리를 수 차례 상향 조정했지만, 시장 금리가 빠지면서 3% 초반 수준의 금리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은행들의 주요 자금조달 통로인 은행채 5년물은 지난 7일 3.216%로 한달 새 0.2%포인트(p) 가량 낮아졌고, 6월 기준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지난달보다 0.04%p 하락한 3.52%를 기록했습니다. 코픽스는 변동형 주담대의 준거금리입니다.

결국 금융당국은 자신들이 한 차례 연기했던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 만을 기다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던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DSR'을 중심으로 가계부채를 관리해 나가겠다는 입장입니다.

김 위원장은 앞서 5일 주재한 금융 리스크 점검회의에서 스트레스DSR 2·3단계 추진, DSR 범위 확대를 통해 DSR 중심의 가게부채 관리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죠.

그는 "부채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 상황,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여건, 경제 전반의 거시건전성 등 상호 연관된 경제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한 종합적이고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부채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긴 시계에서 연착륙을 도모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한번 엇나간 정책 방향을 잡기가 쉽지 만은 않아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DSR 2단계 적용 뿐 아니라 정책금융과 가계대출 공급에 대한 속도 조절 방안 등을 추가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가계대출 문제 해결이 늦어질 경우 우리 경제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가계대출이 왜, 어떻게 늘어나는지 촘촘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대책은 시기를 앞당겨 과감하게 시행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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