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경영권 분쟁으로 내홍을 겪었던 국내 엔터테인먼트주들이 하반기에도 순탄치 않을 주가 흐름을 보일 예정이다. 2분기 실적부진에 더해 3분기 올림픽 영향으로 실적 모멘텀이 제한적인 가운데, 개별 아티스트와 경영진들의 이슈가 불거지면서 주가는 맥을 못 추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일 하이브 주가는 전장 대비 6.31% 빠진 17만2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일에도 5% 넘는 하락률을 보인 데 이어 또 한 번 급락한 것이다. 하이브 주가는 지난달 5일부터 17일까지 9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보였고, 연초 대비해서는 26% 넘는 하락률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 22일 하이브 종가는 2023년 3월(17일 17만9400원) 이후 약 2년 만에 처음으로 17만 원 선으로 내려앉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엔터사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에스엠과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이날 각각 3.13%, 2.75% 내린 6만8200원과 3만5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스엠(-25.9%), 와이지엔터테인먼트(-30.4%) 모두 연초 대비 부진한 수익률을 보여 엔터 3사의 평균 하락률은 30%대를 기록했다. JYP Ent.의 하락 폭이 가장 작았지만, 연초 주가가 10만 원 초반 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날 종가(5만6700원)는 반 토막이 났다.
특히 하이브 주가의 급락 폭이 가장 컸던 것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미국 로스엔젤레스(LA) 길거리에서 한 SOOP(구 아프리카TV) 방송 BJ와 동행하는 모습이 유튜브 영상을 통해 포착되면서다. 하이브 측은 “해당 인터넷방송인이 LA에 방문해 관광지와 식당 안내를 도왔던 것”으로 해명했지만, 자회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와의 경영권 분쟁이 완결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사회복무요원에 근무 중인 BTS 멤버 슈가가 음주 후 전동 스쿠터를 타다가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는 소식도 악재로 작용했다.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음주 측정 결과는 면허취소 기준인 0.08%를 훨씬 웃도는 0.227%였으며, 하이브 측은 사과문에서 ‘전동 스쿠터’를 ‘전동 킥보드’로 표현해 사안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논란은 한층 더 확대됐다.
YG엔터테인먼트도 이날 2분기 적자전환을 공시했다. 블랙핑크 멤버 4인의 그룹 전속 계약이 작년 말 마무리되면서 제니, 지수, 리사 등은 개별 회사를 설립 후 활동하겠다고 발표한 점이 실적 부진을 이끌었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손실은 각각 900억 원, 11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43.1% 감소, 적자전환을 기록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하락은 올림픽 영향에 더해 내부적인 인적 이슈와 중국 산업 앨범 감소, 전세계적인 매크로 영향까지 모두 반영됐다. 4분기 이후부터 악재들이 마무리되면서 앨범 감소가 마무리되고, 역사적 엔저 현상이 정상화되고 있는 점도 일본 매출 비중이 높은 엔터사들에 긍정적”이라며 하이브에 대해 엔터테인먼트 업종 내 최선호주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