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통 뚫어 주식 사고 은행 대기자금서 돈 빼 부동산 투자

입력 2024-08-1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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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몰렸던 대기자금 부동산과 주식으로 이탈
5대 은행 가계대출 8일 만에 2.5조↑
블랙먼데이 하루만 마통 0.4조 ↑개인 요구불예금 3.3조↓

한동안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은행으로 몰렸던 시중자금이 부동산·증시로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다. 경기 우려 등에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시장의 기대가 커지면서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은행의 대기성 자금인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이달에만 3조 원 넘게 빠졌고 금융당국의 압박에 시중은행들이 가산금리 인상으로 가계대출을 옥죄고 있지만 오히려 더 불어나는 추세다.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주식시장 급등락 등 변동성이 커진 시기를 노리고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다시 불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 예적금에 19조 원이상 몰리는 등 올해 들어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인 가운데 이들 은행의 요구불예금에서 이달 들어서만 3조2760억 원이 빠져나갔다. 7월 말 362조1979억 원에서 8일 기준 358조9219억 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주가 언제나 아무런 제약 없이 찾을 수 있는 대기성 자금 성격의 예금이다. 현금과 유사한 유동성을 갖고 있어 통화성예금이라고도 한다.

가계대출도 폭증세다. 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해 은행들이 아무리 잇따라 대출금리를 인상하고 있지만 부동산·주식 등 수익률 좋은 투자처를 찾아 나선 차주들이 대거 몰리면서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8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18조230억 원으로, 전월 말 715조7383억 원보다 2조4747억 원이나 순증했다.

주택매매 회복과 함께 주택담보대출이 1조6404억 원 늘어났다. 은행들이 줄줄이 대출금리를 인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증가세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실제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9일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는 연 4.290∼6.514% 수준이다. 이는 약 1주일 전인 2일 연 4.030∼6.548%보다 하단이 0.260%p 오른 수준이다.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연 3.280∼5.290%) 하단 역시 같은 기간 0.250%p 뛰었다. 오름폭이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0.020%p)의 12배를 웃도는 것이다. 한동안 줄어들던 신용대출까지 8288억원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마이너스통장에서만 5874억 원이 나갔다.

지난 5일 코스피 지수가 8.77%가 떨어지며 폭락한 ‘블랙 먼데이’가 시중자금 이동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5일 하루 만에 2조366억 원(360조1539억 원→358조1173억 원)의 요구불예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또 같은 날 5대 은행의 신용대출(108조3933억 원)은 전월 말(102조6068억 원)보다 5조7865억 원이나 급증했다. 마통은 이날 하루에만 4031억 원이나 늘어났다. 8일 현재 역시 마통 잔액은 39조6678억 원으로 5일 기준 39조6666억 원과 대동소이하다.

실제 주식시장에는 돈이 몰리는 모양새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5일 하루에만 5조6197억 원이 몰렸다. 8일 현재 55조1217억 으로 전월 말 54조2994억 원 대비 8223억원 많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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