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인재 양성 시급”…차세대 반도체 개발, 추진력 얻으려면 [HBM, 그 후④]

입력 2024-08-1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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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처럼 정부·기업·학교이 한몸돼야"
"첨단 기술 세제 혜택 등 물질적 지원도"

▲3월 7일 서울대학교 유회진 학술정보관 다목적실에서 열린 '2024년 상반기 이공계 채용박람회' 현장 부스 전경 (이투데이 DB)
▲3월 7일 서울대학교 유회진 학술정보관 다목적실에서 열린 '2024년 상반기 이공계 채용박람회' 현장 부스 전경 (이투데이 DB)

반도체 인재 부족은 고질적인 문제인데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관계자 A 씨의 하소연이다. 그는 올해 이례적으로 대규모 경력직 공개 채용에 나섰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인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설계 직군 인력 부족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AI는 사용되는 분야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이에 AI 반도체 설계 역시 일정 스펙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추세다.

A 씨는 “설계 인력은 소위 고급 인력이다. 애초에 인원 자체도 적은 데다 대부분 대기업을 희망하고 있어 모집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존 인력으로 새로운 설계를 하려면 재교육 과정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인력 부족 현상은 비단 스타트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지난달 하반기 대규모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 전 사업군에서 모집 직무만 약 800여 개에 달한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상반기에도 한 차례 전 직군 채용에 나선 바 있다. 한 해 대규모 채용을 두 번 진행하는 건 그만큼 인력이 부족이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AI 반도체는 기존 범용 메모리처럼 마치 식빵을 찍어내듯 단순한 과정으로 탄생하지 않는다. 설계 기술이 차원이 다르게 어렵다”며 “그러려면 인재들이 반도체 관련 학과로 많이 와야 하는데, 여전히 최상위권 학생들은 의대 선호 현상이 강해 모집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인재 육성을 위해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유회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인공지능반도체대학원 원장은 특히 정부, 기업, 학교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대만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했다.

유 원장은 “대만은 신주시에 TSMC, 미디어텍 등 기업들뿐만 아니라 유수의 대학교들도 한데 모여 있다”며 “기업들이 반도체 전공 학생들에게 설계와 공정을 자유롭게 진행해볼 수 있도록 자사의 생산설비를 빌려주는 등 지원 시스템이 끈끈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이스트 인공지능반도체 대학원에 대만 출신 유학생은 없다. 그만큼 대만이 국가 차원에서 인재를 잘 키워내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우리나라도 정부와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인재를 키워내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첨단 기술에 대해선 정부가 물질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부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반도체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며 “AI 첨단 반도체와 관련된 기업들에게는 보조금을 주거나, 세제 혜택을 늘리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해 국가 차원에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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