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플랫폼기업, 명성보다 ‘수치’를 봐야

입력 2024-08-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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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과 위메프가 판매자에 대한 대금 정산을 제때 못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티몬의 경우 2022년 말 재무제표로 확인되는 매입채무가 5807억 원이다. 이 회사를 감사한 회계법인은 2023년의 감사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년도 말 기준 매입채무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더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위메프의 2023년 말 매입채무는 2923억 원이다. 두 회사 합쳐서 최근 미정산금액이 1조 원대라는 얘기도 있다.

거대 오픈마켓인 티몬과 위메프를 통해 상품을 판 회사들이 설마 돈을 떼이겠냐는 생각인지 이 받을 돈(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을 온라인투자연계(P2P) 업체가 팔았다고 한다. 즉 투자금을 모은 P2P 업체는 판매사에 돈을 빌려주고 판매사는 나중에 매출채권이 회수되면 이자까지 쳐서 갚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자수익은 투자자들이 나눠 받는 식이다. 판매사 입장에서는 티몬과 위메프가 대금을 느리게 지급하니 회사 운영을 위해서 비싼 이자까지 쓰면서 자금을 조달받았을 것이다. 문제는 티몬과 위메프로부터 받아야 하는 돈을 회수하지 못하니 판매사뿐만 아니라 이 대출상품에 투자한 사람들 피해도 커졌다는 것이다. 약 1000명의 돈 800억 원이 묶였다고 한다.

내수비중 높아 성장둔화 시 이익 급감

이번 사태로 인해 티몬과 위메프는 검찰로부터 사기와 횡령혐의로 수사를 받게 됐다. 두 회사의 최대주주인 큐텐그룹은 여러 오픈마켓들을 차례로 인수해서 몸집을 불려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려는 계획을 하고 있었지만 결국 물거품이 됐다.

최근 몇 년간 국내나 미국 증시에서 이런 플랫폼 기업들의 주가가 매우 좋았다. 국내의 네이버나 카카오만 하더라도 2021년에 시가총액이 70조 원을 넘기까지 했고 미국에 상장한 쿠팡은 상장일 시가총액이 100조 원이 넘었다. 그러다 보니 티몬과 위메프처럼 스타트업에서 시작해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기업)이 된 비상장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상장 기대감이 꽤 컸다. 이들 기업은 매년 적자에 결손이 누적돼 완전자본잠식이 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성장 기대감으로 투자를 계속 받을 수 있었다.

네이버나 카카오 모두 주가가 최고점을 찍던 2021년보다 지금 더 많은 매출을 달성하고 있지만 이제 시가총액은 각각 27조 원, 16조 원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다. 쿠팡 역시 시가총액이 55조 원대로 많이 내려왔다.

이들 기업 모두 내수 비중이 워낙 높다 보니 성장률이 둔화하고 이익률도 낮아지면서 과거 같은 높은 멀티플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주식시장에 상장을 추진했던 오아시스나 컬리 등은 상장을 연기하게 되었는데 언제 재도전할지는 미지수다.

비교적 우량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는 무신사의 경우도 상장기대감이 매우 높은 회사 중 하나로 꼽힌다. 이 회사의 손익계산서를 보면 2023년도에 8829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나온다. 2022년 대비 37%나 늘어난 수치이다. 그런데 영업이익은 오히려 40%나 감소한 371억 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이 10%였던 회사인데 이제는 4%까지 내려왔다. 매출액이 50% 넘게 증가하던 시절이 지나면서 성장성도 둔화하는데 이익률까지 낮아졌으니 상장 때 얼마나 높은 몸값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무신사 같은 기업이야 실적이 좋으니 회사 운영에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아직 이익 달성을 못 하고 있는 수많은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들은 그렇지 않다. 번 돈으로 쓸 돈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투자가 들어와야만 생존이 가능하다. 이런 기업들 대부분 담보력과 상환능력이 약하기 때문에 은행에서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없다. 그러니 투자자를 잘 만나서 투자를 많이 받는 것이 중요한데 이제는 과거처럼 높은 몸값으로 많이 투자를 받는 게 여의치 않은 환경이 되었다.

재무제표 면밀히 살펴야 안전

결국은 플랫폼 기업들과 거래하는 여러 이해관계자가 해당 회사의 재무제표를 면밀히 살펴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브랜드나 규모만 믿고 거래나 투자를 했다가 이번 티메프 사태처럼 낭패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현금과 예금 등을 많이 보유했는지, 갚아야 하는 매입채무나 미지급금 등이 거액으로 쌓인 것은 아닌지, 이익 실현을 하거나 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재무구조가 안 좋고 적자인데 투자도 안 들어오면 회사는 더는 존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플랫폼 기업에 대한 환상은 많이 퇴색한 지 오래다. 냉정히 숫자로 기업을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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