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반대에 무산된 셀트리온 3사 합병…관건은 셀트리온제약 성장

입력 2024-08-16 14:32 수정 2024-08-1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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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소액주주, 합병 반대 96%
외부평가에서도 타당성 인정 못 받아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 등장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이상민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 등장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이상민 기자)

셀트리온그룹의 3사 합병이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회사 측은 그룹 내 시너지 창출에 몰두하면서 주주들이 원하는 시점에 다시 합병을 추진한단 계획이다.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합병 특별위원회의 검토 결과 현시점에서는 합병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에 따라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추진하던 3사 합병은 제동이 걸렸다. 서 회장은 2020년부터 불필요한 사업 분산, 실적 과다 계상 등 주주 지적을 수용해 3사 통합을 추진했다. 하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다 지난해 3월 서 회장의 경영 복귀로 급물살을 탔다.

합병 첫 단계인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은 순조로웠다. 지난해 10월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통과됐고, 12월 통합 셀트리온이 공식 출범했다. 셀트리온제약과 합병은 올해 안에 진행할 계획이었다.

셀트리온 소액주주, 합병 반대 96% 압도적

셀트리온은 셀트리온제약과 합병 타당성 검토를 위해 지난달 ‘합병 추진 특별위원회’를 설립하고 주주 대상 합병 추진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처럼 대다수 주주의 동의를 전제로 합병을 진행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셀트리온제약과 통합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 달리 주주들의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셀트리온 주주들은 합병에 대해 찬성 8.7%, 반대 36.2%, 기권 55.1%의 의견 비율을 보였다. 찬반 다수 의견에 대주주 지분을 합산한다는 원칙을 다수인 반대 의견에 적용하면 반대 비율은 최종 70.4%로 추산됐다. 여기에 기권 의견까지 합하면 96%의 주주들이 합병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반면 셀트리온제약 주주들은 합병 찬성이 67.7%, 반대 9.8%, 기권 22.6%로 집계됐다.

소액주주들이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을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셀트리온 대비 셀트리온제약의 주가가 과대평가 됐다는 것이다. 향후 합병비율 산정 시 불리하다며 합병 후 주가 하락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이번 설문조사에서 반대 의견을 낸 셀트리온 주주들의 58%가 현재의 양사 합병비율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고, 21%는 자회사로 합병 시 실익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합병을 추진할 경우 조건으로는 ‘합병 비율에 대한 재검토’를 꼽았다.

▲셀트리온제약 공장 전경. (사진제공=셀트리온제약)
▲셀트리온제약 공장 전경. (사진제공=셀트리온제약)

외부평가서도 타당성 인정 못 받아…셀트리온제약, 기업 가치 맞는 역량 갖춰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합병은 외부 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양사 특별위원회는 주주 설문조사와는 별개로 합병 시너지, 재무적‧비재무적 위험 요소, 자금 요소, 사업성 요소, 주주의견 등 5개의 항목으로 나눠 합병 추진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회계법인의 외부 평가에서는 셀트리온제약이 항체의약품 판매, 위탁생산(CMO),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 등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구체화 된 성과가 없어 성장 계획이 명확해지고 시장에 전달 가능한 시점에서 주가 적정성이 설명될 수 있을 것으로 결론 내렸다.

합병 추진 시 예상되는 재무적 위험에 대해서는 셀트리온이 가진 셀트리온제약의 주식이 소멸함에 따라 미래성장자금 활용이 제한되고 합병 법인의 재무지표도 소폭 악화될 것으로 판단했다. 비재무적 위험 분석에서는 일부 내부거래 해소에 따른 리스크가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지만, 합병 법인의 영업조직 흡수에 따라 조직관리 위험은 일부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자금검토에 대해서는 합병 진행 시 셀트리온 주주들의 압도적인 반대‧기권 의견을 고려할 때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한 자금 유출이 타사 및 앞선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시 수준을 크게 초과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주식매수청구권 자금 조달과 이에 따른 금융비용 발생으로 재무건전성에 심각한 악영향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통합을 위해서는 셀트리온제약이 기업 가치에 부합하는 역량을 갖춰야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셀트리온제약의 최근 3년간 매출은 2021년 3988억 원, 2022년 3860억 원, 2023년 3887억 원으로 정체돼 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78억 원, 382억 원, 361억 원으로 감소세다. 올해 상반기에도 수익성은 후퇴했다.

셀트리온그룹 관계자는 “합병하면 바이오-케미컬 기술 융합으로 인한 R&D 강화, 위탁생산(CMO) 사업 확장 가능성 등 포트폴리오 강화, 비용 절감, 생산 효율화 등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며 “주주가 원하면 언제든 합병을 검토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으로 성장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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