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정말 활을 잘 쏠까?…'주몽의 후예' Z기자가 직접 확인해봤다 [Z탐사대]

입력 2024-08-16 14:42 수정 2024-08-1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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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상에서 궁금한 것들, 해보고 싶은데 귀찮은 것들, 그리고 '왜 저게 화제가 되는거지?'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Z세대 기자들이 직접 해보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혹시 Z세대 기자들이 해봤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면 언제든 이메일로 제보해 주세요. 늘 환영입니다.

전 세계인의 축제 '2024 파리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한국 대표팀은 48년 만에 최소 인원으로 대표팀을 꾸렸음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역대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인 13개를 획득하며 저력을 보여줬다. 그중 가장 돋보였던 종목은 역시 양궁이다. 양궁은 '전 종목 석권'이라는 대업을 달성하며 금메달 5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 등 총 7개의 메달을 가져왔다. 특히 남자 개인전 은메달, 여자 개인전 동메달을 제외하고 양궁에서 가져올 수 있는 메달을 모두 가져오며 '세계 최강'임을 증명했다.

올림픽 양궁에서 항상 금메달을 휩쓰는 모습을 보다 보니 문득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서 활을 단 한 번도 잡아본 경험이 없지만, 경기를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겼다. 우리는 모두 '주몽의 후예' 아닌가. 혹시 모를 재능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신논현역 인근에 있는 양궁 카페를 찾았다.

▲평일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양궁을 즐기기 위해 찾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나병주 기자 lahbj12@)
▲평일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양궁을 즐기기 위해 찾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나병주 기자 lahbj12@)

입구부터 느껴진 올림픽 열기…평일 점심시간에도 '가득'

평일 점심시간이 막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카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기자는 취재차 혼자 방문했지만, 가족·친구 등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이 양궁을 체험하기 위해 카페를 찾았다. 양궁을 체험하기 전부터 올림픽에서 이어진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직원인 강휘 씨는 "올림픽 전보다 손님이 약 5배는 늘어난 것 같다. 단체 손님은 예약이 없으면 양궁 이용이 어려울 정도"라고 올림픽 이후의 상황을 전했다. 기자는 평일 오후에 예약 없이 방문해 약 15분 정도 대기 후 체험할 수 있었다.

이곳에선 초보를 위한 기초 강습과 함께 양궁을 즐길 수 있다. 기자는 기초강습과 36발을 쏠 수 있는 패키지(1만8000원)를 택했다. 가슴 보호대, 팔 보호대 등 안전 장비를 모두 대여해줘 편안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장비를 모두 착용하고 나면 사장님의 기초 강습을 들은 후 게임을 진행한다. 활을 쏴봤다면 기초 강습 없이 바로 시작할 수 있지만, 기자를 포함한 대부분이 초보라 모두 강습을 듣고 시작했다.

▲과녁까지의 거리를 정면에서 바라본 사진. 약 10m 정도 떨어져 있다. (나병주 기자 lahbj12@)
▲과녁까지의 거리를 정면에서 바라본 사진. 약 10m 정도 떨어져 있다. (나병주 기자 lahbj12@)

시작 전 눈길이 갔던 부분은 활과 과녁까지의 거리였다. 초등학생 선수용 활임에도 불구하고 꽤 묵직하고 줄의 긴장감이 강해 선수용 활은 얼마나 다루기 어려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또 양궁은 과녁에서 70m 떨어진 곳에서 쏘지만, '로빈훗'은 10m 떨어진 곳에서 화살을 날린다. 10m도 꽤 멀게 느껴지는데 70m에서 10점을 연이어 적중시키던 선수들이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먼저 이곳 사장님의 가르침 아래 연습 화살을 총 12발 쐈다. 무게중심을 앞으로 두고, 줄을 턱에 고정하고, 팔꿈치를 위로 드는 등등 신경 써야 할 점이 너무 많아 자세가 계속 흔들렸다. 점수보단 자세를 고정하는 데 집중했고 점점 몸에 익혀 갔다. 화살을 쏠 때 줄을 당기기보다 놓는다는 느낌으로 하라는 사장님의 '꿀팁'도 큰 도움이 됐다.

▲자세를 배운 뒤 게임에 들어가 직접 활을 쏴봤다.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 자세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나병주 기자 lahbj12@)
▲자세를 배운 뒤 게임에 들어가 직접 활을 쏴봤다.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 자세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나병주 기자 lahbj12@)

늘어가는 실력에 재미↑…10점 맞출 때마다 '짜릿'

그렇게 연습을 마친 후 본격적으로 게임에 들어갔다. 나름 올림픽 느낌을 내보려고 심박 수까지 측정해보니, 심박 수는 82bpm으로 꽤 안정된 상태였다. 하지만 안정된 심박 수와 달리 화살은 제멋대로 나갔다. 막상 실전에 들어가 쏘려니 배운 것들이 머릿속에서 뒤섞여 자세가 무너졌다. 첫 발을 10점으로 시작했지만, 이후엔 7점과 8점을, 마지막에는 3점과 5점을 쏘는 실수 끝에 41점(60점 만점)으로 첫 세트를 마무리했다.

고전하고 있는 기자를 보고 지나가던 사장님께서 '3세트는 해봐야 감이 잡힐 것'이라고 한마디를 던지셨다. 사장님의 조언을 믿고 뒤의 2세트는 감을 잡는다는 생각으로 활을 쐈다. 총점은 비슷했지만 점점 활이 가운데로 몰리기 시작했고, 3세트엔 6점 아래로 떨어지는 화살이 없었다.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고 느낀 4세트, 드디어 훈련의 효과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9~10점 부분에 6개 중 4개를 맞췄다. 이날 6세트 중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게임이었다. (나병주 기자 lahbj12@)
▲9~10점 부분에 6개 중 4개를 맞췄다. 이날 6세트 중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게임이었다. (나병주 기자 lahbj12@)

이전까지는 하나하나 따로 놀던 동작이 하나로 연결된 것처럼 몸이 움직였다. 왼팔을 뻗고, 줄을 턱에 고정하고, 무게중심을 앞으로 두며 줄과 초점이 10점 부분과 일직선에 놓일 때 줄을 가볍게 놓았다. 활을 떠난 화살은 연신 가운데로 향했고 노란색 영역을 강타했다. 그렇게 최고 점수인 52점(10 9 9 9 8 7)을 기록하며 개인 통산 커리어하이를 달성했다.

분위기가 끊어지지 않게 기세를 몰아 남은 세트를 진행했고, 결국 총점 268점(41 39 41 52 50 45)으로 게임을 마무리했다. 마지막에 팔힘이 빠져 점수를 더 올리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그래도 10점을 쏘는 짜릿한 기분을 느껴 만족스러웠다.

▲활이 여러 개 전시돼 있다. 직접 고르는 건 아니고 사장님께서 쓸 활을 따로 주신다. (나병주 기자 lahbj12@)
▲활이 여러 개 전시돼 있다. 직접 고르는 건 아니고 사장님께서 쓸 활을 따로 주신다. (나병주 기자 lahbj12@)

TV로 보던 것과 실제로 해본 양궁은 매우 다른 스포츠였다. TV로 볼 때는 차분하고 정적인 스포츠라 사실 재미가 있을까 걱정도 했는데, 완전히 잘못 짚었다. 자세를 유지하는 게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커서 땀도 많이 나고, 화살을 쏠 때마다 감정 변화도 컸다. 오히려 좋은 점수를 쐈을 때 흥분돼서 더 침착함을 유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경기 내내 차분함을 유지하는 선수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제주도에서 가족여행을 온 김경식 씨는 "올림픽을 보고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 가족들과 이곳을 찾았다. 현장감도 있고 집중도 돼서 가족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라며 "동네에 있다면 충분히 재방문할 의사가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김예지 선수처럼 권총 사격을 도전해봤다. 자세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았는데 결과는 나쁘다. (나병주 기자 lahbj12@)
▲김예지 선수처럼 권총 사격을 도전해봤다. 자세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았는데 결과는 나쁘다. (나병주 기자 lahbj12@)

'깜짝' 인기 종목 사격도 체험 가능…익숙한 소총, 어려운 권총

이번 올림픽에서 양궁 못지않게 메달을 쓸어온 종목이 있다. 바로 '사격'이다. 최연소 금메달리스트 반효진(16), 일론 머스크가 '샤라웃'한 김예지(31) 등 선수 개개인의 개성도 뚜렷해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곳에선 양궁 외에도 두 선수가 출전한 종목인 소총, 권총 사격이 모두 가능해 직접 체험해봤다.

사실 소총 사격은 기자에겐 그다지 생소하지 않았다. 조준하고 사격하는 방식이나 총의 생김새가 군대에서 다뤘던 총과 비슷해 큰 감흥이 없었다. 점수를 내는 방식도 일반 사격장처럼 표적을 맞혀 쓰러트리는 방식이라 올림픽을 기대하고 온 입장으로선 다소 아쉬웠다. 옛날 기억을 더듬으며 사격을 마친 뒤 권총으로 넘어갔다.

권총 사격이 오히려 올림픽과 비슷한 느낌이 났다. 과녁이 생각보다 멀고 작아 조준하는 게 상당히 어려웠다. 총은 비록 비비탄(BB탄) 권총이지만 이 정도면 나름 올림픽과 비슷한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사격은 생각했던 것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았다. 일단 김예지 선수처럼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멋있는 자세로 사격하는 건 꿈도 꿀 수 없었다. 반동 때문에 두 손으로 잡지 않으면 영점이 다 풀려 한 손 사격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름 라섹 수술까지 한 비싼 눈인데도 과녁에 잘 맞고 있는지 보이지 않아 굉장히 답답했다. 감에 의존해서 쏠 수밖에 없었다. 사격이 끝난 후 과녁을 확인해보니, 가운데를 맞추기는커녕 탄착군도 형성하지 못하지도 못했다. 권총에는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달은 채 사격까지 모두 마무리했다.

이렇게 짧은 '나만의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비록 실제 경기 환경과 똑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TV로 보던 종목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다. 찾아보니 양궁 카페가 생각보다 서울 곳곳에 있어 앞으로도 종종 체험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림픽을 보고 양궁에 관심이 생긴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은 방문을 추천한다. 어딘가에 숨겨져 있던 '주몽'의 피가 살아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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