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어른의 언어 실종된 한국 정치

입력 2024-08-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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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더위보다 더 짜증 나는 한국 정치 현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최근 정치권이 돌아가는 모양새가 답답했던지 이런 말을 던졌다. "아무것도 되지 않는 정치판에 오로지 파리올림픽 소식만 이 나라를 희망에 부풀게 한다"며 운을 뗀 홍 대구시장은 단독 강행통과와 거부권 행사가 반복 되고 있는 현시점을 꼬집으며 "대통령이 휴가 가는데도 증오 성명이 나오는 저주의 정치는 이제 그만둘 때가 되지 않았나?"고 꼬집었다. "모두가 한마음이 된 한국 양궁의 전 종목 금메달 석권은 참으로 우리 국민을 감동 시켰다"며 "정치도 제발 이랬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근 정치권은 무한 도돌이표가 반복되는 소모전이 이어지고 있다. 민생은 뒷전으로 밀렸고, 여야의 접점 상실에 협치는 온데간데없다. 정치권에선 여당이 집권당의 품격에 맞지 않게 저격과 폭로로 '너 죽고, 나 죽자'식 '자폭 전당대회'를 이어가더니 야당 주도의 법안 강행처리와 거부권 쳇바퀴가 무한 반복이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둘러싼 진실공방과 전현희 더불어민주당의 살인자 발언을 둘러싼 여야 충돌까지, 하루하루가 증오다. 특히 막말 정치는 정치 혐오증을 불러일으킨다.

앞서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검사 탄핵 청문회에서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살인자' 발언에선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해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 한 간부의 사망 사건이 거론되면서 양측 의원들 간 공방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전 의원이 "김건희, 윤석열이 죽인 것이다. 살인자다"라고 격앙된 태도를 보여서다. 여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결국 청문회는 10분 넘게 중단됐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8명은 전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성을 상실한 패륜적 망언"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파장은 계속됐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신네 당에 있는 어떤 분과 관련해 5명쯤이 이해할 수 없는 죽음을 맞았는데, 그래서 심지어 '자살 당했다'라는 괴담까지 나돌았는데 그럼 그분은 연쇄 살인자냐?'하는 말이 목까지 차올랐다"고 적었다. 17일엔 민주당이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며 맞불을 놨다.

전 의원의 격앙된 태도에 정치권에선 다양한 말들이 오간다. 민주당 내부에선 '너무 나갔다'는 평가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선 전당대회를 앞두고 의도적인 발언을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드러냈다. 8명의 최고위원 후보 중 5위 안에 들어야만 최고위원이 될 수 있으니 일부 지지층의 표를 얻기 위해 뱉은 정치적 언급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국민들께서 보기에 불편을 드렸다면 참으로 유감"이라고 대리 사과에 나선 반면 정작 전 의원 자신은 곧바로 사과하지 않는 것도 이같은 추측이 가능하게 하는 이유다.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를 향해 "뇌 구조가 이상하다"고 발언해 막말 논란을 빚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달 31일 법사위에서 의원들에게 "무슨 퇴거명령이야. 지가 뭔데"라고 했다.

말하기가 아닌 사실상 뱉기 수준의 언어들이다. 힐문과 비하, 삿대질과 고성, 적개심과 분노가 국회를 지배하고 있다. 정치가 갖춰야 할 존중과 타협, 절제의 언어는 눈 씻고 찾아보기 어렵다. 막말은 갈수록 더 잦아지는 느낌이 들다 보니 이 유치하고, 저급한 언어 공방을 언제까지 봐야 하는지 답답하다. 말이 덕 갖추지 못하면 정치언어는 공동체를 파괴할 수 있다는 한 학자의 말이 떠오른다. 찜통더위보다 더 짜증 나는 한국 정치 현실에서 제발 말의 무게감을 가진 어른의 언어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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