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칼럼] ‘기본사회’ 강령 못박아 좌파본색 드러낸 민주당

입력 2024-08-2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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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ㆍ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대학서 퇴출되는 마르크스 경제학
민주당은 강령에 기본사회 명시해
철지난 사회주의 집착 시대착오적

서울대에서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가 35년 만에 사라진다. 대한민국 학계에서 마르크스 퇴장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학문의 다양성’이란 마지막 방어 논리마저 폐강을 막지 못했다. 경제학은 인문학이 아닌 사회과학이다. 따라서 ‘과학’으로서 최소한의 ‘내적 일관성과 현실설명력’을 담보해야 한다. 하지만 이에 실패했으니 퇴장은 예견된 것이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체제는 그 안에 내재된 모순으로 필연적으로 붕괴할 것이고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노동자가 권력을 쥐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 출발은 ‘노동가치설’이다. 노동이 유일한 ‘가치 창출의 원천’이지만 노동자가 창출한 잉여가치가 자본가에 의해 착취된다고 인식했다. 그는 이를 자본주의 체제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불평등의 근원’으로 간주했다.

그는 착취의 결과로 자본가에 의해 ‘자본 축적’이 이뤄지지만 ‘축적의 모순’으로 이윤율이 저하하고 과잉생산과 불황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실업률이 상승하고, 사회 전반의 소비력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과 그 결과물로부터 ‘소외’되며, 이 같은 소외가 노동자 계급의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불만을 키워 ‘노동자 혁명’을 촉발하게 한다는 것이다.

소련의 공산주의가 붕괴된 것은 마르크스 정치경제학의 출발점인 ‘노동가치설과 자본가의 노동착취’ 그리고 그가 주장한 ‘축적의 모순과 노동의 소외’가 모두 허구이거나 오류였기 때문이다. 1991년 소련(USSR)이 공식적으로 해체되어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마르크스의 유령이 대한민국을 배회하고 있다. 사회주의의 옷을 입고 유사전체주의 행태를 띠면서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중앙위원회를 열고 강령에 ‘기본사회’를 명시했다. 당시 후보였던 특정인의 정책을 정당의 헌법 격인 강령 전문에 박아 넣었다는 것은 민주당이 특정인에 의해 사유화(私有化)되었음을 웅변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기본사회를 복지국가의 진화로 미화하고 “기존의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설명한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국가가 기본적인 생활조건을 보장한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국가가 책임지고 ‘기본소득, 기본주거, 기본교육, 기본의료, 기본돌봄’ 등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개인과 시장’을 밀어내고 국가가 인자한 맏형(big brother)으로 ‘재정을 동원’해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꿈 같은 약속이다.

곱씹어 보자. 기본소득, 기본주택 등을 모두에게 동일하게 제공하려 한다는 이유로 기본사회를 ‘정의’로운 사회로 주장하려 하겠지만 뒤집어 보면 가장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에게 필요한 만큼의 지원을 할 수 없어 정의롭지 못한 사회가 된다.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프로크루스테스 침대’식 획일적 보편복지는 ‘과(過)와 부족(不足)’이 공존해 낭비를 초래한다.

기본소득은 신기루이다. 국민 1인당 월 1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데만 국방비(59조 원)와 비슷한 60조 원이 든다. 민주당이 목표로 제시한 월 50만 원을 주려면 1년 예산(656조 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300조 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기본 금융·주택·의료·교육까지 하려면 말 그대로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된다. 기본사회 주장은 그리스 파판드레우 총리의 “국민이 원하는 것은 모두 주라”가 연상된다. 그의 포퓰리즘은 2010년대 초반 그리스의 국가 부도 선언과 국제적 구제금융 신청의 단초를 제공했다.

민주당은 재원마련에 침묵하고 있다. 적자재정은 국가재정 건전성을 해치고 세수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국채발행은 국채금리를 끌어올리게 된다. ‘기본사회’는 문재인 전(前) 대통령의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국가’보다 훨씬 악성이다.

여기에 민주당은 헌법질서를 교란시키고 있다.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은 ‘처분적 법률’로서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처분적 법률은 행정적 처분을 법률에 직접 포함시키는 것으로 입법부가 행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마르크스 경제학을 폐강하는데, 민주당은 철 지난 사회주의 이념에 매료되어 전지전능한 국가인 양 행동하고 있다. 민주당은 거꾸로 가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생의 수강신청을 통한 ‘집단지성’이 민주당보다 낫다고밖에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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