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에도 태풍 '종다리' 왔다고?…이번에도 '최악 더위' 몰고 올까 [이슈크래커]

입력 2024-08-2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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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등 수도권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시민들이 선풍기로 더위를 피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서울 등 수도권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시민들이 선풍기로 더위를 피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제9호 태풍 '종다리'가 북상하고 있습니다.

태풍 종다리는 올해 한반도로 오는 첫 태풍입니다. 종다리는 태풍위원회 14개 회원국 중 북한이 제출한 이름으로, 종달새를 뜻하죠.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태풍은 19일 오전 3시께 일본 오키나와 남서쪽 360㎞ 해상에서 발생했습니다. 중심기압 1000헥토파스칼(㍱), 최대 풍속은 초속 19m가량의 소형 태풍인데요. 이에 한반도에 끼칠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죠.

일각에서는 이번 태풍에 오히려 반가운 기색을 내비쳤습니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지친 만큼 무더위를 태풍이 날려버리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커진 겁니다.

그러나 이번 태풍은 오히려 무더위를 심화시킬 전망입니다. 남쪽에 있는 더운 공기를 같이 갖고 올라오는데, 이 더운 공기에는 수증기까지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높은 온도와 습도로 체감 온도까지 드높이면서 찜통더위를 되레 부추긴다는 뜻이죠.

▲(출처=기상청 홈페이지 캡처)
▲(출처=기상청 홈페이지 캡처)

태풍 종다리 북상 중…20일 오후 제주 직접 영향권 든다

20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종다리는 이날 오전 6시 기준 서귀포 남남서쪽 약 340㎞ 해상에서 시속 33㎞의 속도로 북상했습니다. 최대풍속 초속 19m, 중심기압 998㍱ 수준이었습니다.

이날 낮 12시께 서귀포 남남서쪽 약 180㎞ 해상까지 이동했는데요. 태풍 영향으로 제주도는 오전 11시를 기해 도내 전 해안가에 대피 명령이 발령됐고, 울산과 포항, 부산 등에서는 호우특보 속 강한 비가 쏟아졌습니다.

태풍은 오후 6시께 서귀포 서북서쪽 약 90㎞ 해상을 지나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주 산간과 남부 해안가에선 100㎜가 넘는 많은 비가, 충남 서해안 80㎜ 이상, 광주와 부산 등 남부 곳곳으로도 30~80㎜의 강수가 예상되는데요. 특히 제주와 남부 지방에선 시간당 30~50㎜에 달하는 집중호우가 쏟아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합니다. 제주도에서는 순간적으로 초속 20에서 30m에 달하는 강풍도 불 것으로 보이죠. 수도권·강원 내륙과 산지·대전·세종·충남은 20~60㎜(경기 남부·충남 서해안·세종·충남 북부 내륙 최대 80㎜ 이상), 충북은 10~60㎜, 강원 동해안은 5~40㎜로 예상됩니다.

21일 0시엔 목포 서북서쪽 80㎞에서 태풍보다 약한 열대저압부(중심 최대 풍속 초속 17m 미만)로 돌아가겠는데요. 이날 오전 6시 충남 서산 남서쪽 70㎞ 해상에서 북동쪽으로 진행 방향을 바꾼 뒤 중부 지방을 관통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속초 서쪽 30㎞ 부근 육상을 거쳐 점차 소멸하겠습니다.

다만 중국 산둥반도 쪽에서 저기압이 다가오면서, 22일에도 전국에 빗방울이 떨어지겠는데요.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4일 서울 시내 한 건물 외벽에 실외기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4일 서울 시내 한 건물 외벽에 실외기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종다리, 2018년에도 온 적 있다…그해 '역대급 폭염' 만든 주범(?)

한반도 '최악의 폭염' 하면 2018년이 빠지지 않고 거론됩니다. 당시 여름 무려 '40도'에 달하는 기온이 전국 곳곳에서 속출하면서 경악을 자아냈죠.

그해 여름 한반도는 예년보다 더 강하고 폭넓게 발달한 티베트고기압, 북태평양고기압에 이중으로 뒤덮였습니다. 서울의 폭염 일수는 무려 35일에 달했는데요. 열대야 연속 일수도 26일을 기록하며 시민들의 밤잠까지 설치게 했죠.

국내에서 근대적인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04년 이래 최고기온이 기록된 해도 2018년입니다. 그해 8월 1일 강원 홍천의 기온이 무려 41도까지 치솟았는데, 처음 보는 수치에 기상청 직원이 현장에 출동, '참값'인지를 검증한 일까지 있었습니다. 같은 날 서울도 39.6도까지 올라 40도에 육박했습니다. 이는 111년간의 관측 사상 최고치였습니다.

여기엔 태풍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줬습니다. 그해 여름 장마가 7월 11일 매우 일찍 끝나면서 무더위도 빠르게 찾아왔는데요. 7월 24일 제10호 태풍 '암필'이 중국에서 소멸하면서 태풍에 동반된 고온의 수증기가 한반도로 유입, 폭염이 심화했습니다. 이후 7월 29~31일 일본에서 제12호 태풍 '종다리'가 약화, 동풍이 백두대간을 넘으며 한층 뜨거워지는 푄 현상이 발생했고, 산맥 서쪽의 더위에 부채질하면서 무더위가 더욱 심해졌죠.

맞습니다. 이번 태풍과 이름이 똑같은 태풍이었는데요. 태풍 이름은 아시아 태풍 위원회 14개 국가에서 10개씩 제출한 이름 140개를 순차적으로 사용합니다. 태풍이 1년에 통상 25개 정도 발생하기 때문에 140개의 이름을 다 쓰는 4~5년마다 한 번 이름이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서울 등 수도권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 설치된 쿨링포그 아래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피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서울 등 수도권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 설치된 쿨링포그 아래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피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태풍이 몰고 오는 고온다습한 공기…서울 열대야도 30일까지 '쭉'

문제는 올해 기상 상황도 2018년과 비슷하다는 겁니다. 2018년 한반도를 이중으로 뒤덮었던 티베트고기압, 북태평양고기압은 이번에도 재현됐습니다. 이들 고기압은 장마 이후 한반도 상공을 뒤덮으면서 태풍 3~8호 접근을 막아왔는데요. 통상 8월엔 태풍이 오면서 여름도 막바지에 접어들지만, 무더위를 부르는 두 고기압 장벽이 워낙 강력해 태풍이 줄줄이 방향을 튼 거죠. 이번 태풍 종다리가 한반도 인근에서 약화하는 것도 고기압 영향입니다.

태풍 영향권에선 벗어났지만, 대신 태풍이 내뿜는 동풍을 받게 됩니다. 제주와 남부를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리겠지만, 한 번에 많은 양을 쏟아냈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면서 기온을 떨어뜨리기엔 역부족이겠습니다. 습기만 더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즉 이번 태풍은 뜨겁고 습한 공기만 한반도에 던져놓고 서해상에서 소멸하는 '열폭탄'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전국 곳곳에선 2018년의 무더위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탓에 한숨은 깊어집니다.

서울은 지난달 21일부터 지난밤(8월 19∼20일)까지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을 유지하는 열대야를 30일째 겪고 있습니다. 관련 기상 관측을 한 이래 서울에서 한 달 연속 열대야가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인천과 부산도 간밤까지 각각 28일과 26일째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최장 열대야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죠.

기상청은 태풍이 지난 뒤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오히려 한반도 쪽으로 확장해서 8월 하순에도 이례적인 늦더위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열대야도 계속된다는 설명이죠.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은 이변이 없는 한 30일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겠습니다. 당분간 역대 최장 열대야 기록을 매일 갈아치운다는 겁니다.

태풍의 영향으로 전력수요도 치솟았습니다. 전력거래소는 19일 오후 5시 94.7GW, 6시 95.6GW로 나타나면서 연속으로 두 차례 역대 최대전력을 경신했다고 발표했는데요. 동아시아에 강하게 자리 잡은 한반도 상공의 고기압 영향으로 역대 최장기간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태풍 종다리가 한반도로 끌어올리는 고온다습한 공기가 더해졌고, 이상고온 현상으로 낮 동안 냉방부하가 많이 증가하면서 또다시 역대 최대전력수요를 경신한 겁니다.

전력거래소는 태풍 종다리가 이번 주 중으로 소멸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동 경로 및 영향 범위가 유동적이므로 이번 주까지는 높은 수준의 전력 수요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마치 습식 사우나 같은 더위가 이어지는 요즘, 온열질환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19일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올해 감시체계가 가동된 5월 20일부터 이달 18일까지 누적 환자는 2814명을 기록했는데요. 온열질환 감시체계 운영이 시작된 2011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환자가 나온 지난해(2818명)보다 4명 적은 수준입니다. 감시체계가 매년 9월 30일까지 운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온열질환자 수는 2위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이죠. 역대 가장 많은 온열질환자가 나온 해는 2018년(4526명)이었습니다.

다만 2018년과 다른 태풍 경로에는 눈길이 쏠립니다. 2018년 종다리는 고기압에 막혀 남해상으로 건너갔는데, 이번 종다리는 한반도까지 올라오고 있습니다. 2018년 무더위를 낳은 이중 고기압 구조가 올해엔 조금이나마 약해졌다는 뜻이 될 수 있는데요. 만약 연이어 비가 내린다면 극심한 더위도 조금은 누그러질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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