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많게는 다섯 번, 적어도 두 번 이상 올린 시중은행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시장금리는 낮아지고 있는데 거꾸로 은행 대출금리를 줄줄이 올리게 된 경위를 설명하려다 보니 이들도 딱히 설명할 방법이 없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갑작스럽게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미룬 금융당국 때문이라고 입바른 소리를 하기에는 은행 입장에서 껄끄럽다.
사실 금융당국만의 책임으로 보기 힘든 부분도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최우선 과제로 ‘가계부채’를 꼽으며 연초부터 관리에 나서왔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올해 정책 모기지 공급 규모(40조 원)를 전년 대비 30% 이상 줄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휘둘리며 ‘엇박자’가 나기 시작했다. 가계대출을 줄이겠다면서 주담대 갈아타기, 전세대출 갈아타기, 신생아 특례대출 등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하는 각종 정책을 쏟아낸 것이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은 ‘2단계 DSR’ 연기였다. 서민·자영업자의 어려움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는 하나, 결과적으로는 대출받지 않았던 차주들까지 주담대를 서둘러 받게 하는 부작용을 일으켰으니 말이다.
엇박자 정책은 가계대출을 늘리는 부작용만 낳은 것이 아니다. 돈을 빌리는 차주들은 얼떨결에 시장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금융당국 압박에 불가피하게 금리를 높인 은행들은 졸지에 예대금리차가 커지며 또다시 ‘이자장사’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민망해진 금융당국은 미뤄진 2단계 DSR 시행만 손꼽아 기다리는 웃픈(웃긴데 슬픈) 상황이 연출됐다. 드디어 2단계 DSR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작심한 듯 금융당국은 고삐를 바짝 조였다. 20일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정부 조치사항을 발표하며 수도권 지역에 대한 주담대 규제를 강화하는 핀셋 규제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달 1일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는데 이 과정에서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금리를 0.75%포인트(p) 대신 1.2%p로 상향 적용키로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은행권에 모든 가계대출을 대상으로 내부 관리 목적의 DSR을 산출하고 내년부터 이를 기반으로 은행별로 DSR 관리 계획을 수립·이행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필요시 DSR 적용 범위를 확대하겠다며 추가 조치도 예고했다.
절치부심(切齒腐心) DSR만 기다려온 금융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읽혀진다. 금융당국이 원하던 대로 카드는 손에 쥐어졌다. 그것도 한때 ‘대출 규제 끝판왕’으로도 불렸던 강력한 규제 카드가 말이다.
물론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하반기 금리 환경은 가계대출 관리에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으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매수) 심리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더 이상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가계부채 관리라는 일관된 목표를 뚝심있게 추진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다. 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