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시 플레저’ 트렌드로 라이트 맥주 판매량 상승, 점유율 신경전
칼로리를 낮춘 '라이트 맥주' 시장 1위 왕좌를 두고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현재 오비맥주의 '카스 라이트'가 선두인 가운데 하이트진로도 마케팅 공세를 펼치며 점유율 확대에 의욕적이다.
21일 오비맥주에 따르면 카스 라이트는 올 상반기 국내 가정 시장에서 점유율 3.4%를 기록, 전체 맥주 브랜드 중 6위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카스 라이트는 전년 동기보다 0.4%포인트(p) 점유율이 증가해 작년 8위에서 올해 6위로 두 계단 올라섰다. 가정 시장으로만 국한할 경우 라이트 맥주 중에선 점유율 1위다.
카스 라이트는 2010년 출시한 맥주로, 오비맥주의 대표 맥주 '카스 프레시'보다 열량이 33% 낮은 100㎖당 25칼로리(kcal)다. 알코올 도수는 4.0도로 카스 프레시(4.5도)보다 순하다.
국내 맥주 시장에 칼로리와 알코올을 사실상 모두 뺀 이른바 '제로 맥주'는 많지만, 라이트 맥주는 그동안 카스 라이트가 유일하다시피 했다. 그러다 하이트진로가 7월 '테라 라이트'를 출시, 후발주자로 나서면서 시장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테라 라이트도 100㎖ 기준 열량이 25kcal로, 알코올 도수도 4.0다. 지난달 3일 출시 후 2주 만에 1000만 병 이상이 팔렸다. 초당 8.2병이 소비된 셈이다. 닐슨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7월 기준 대형마트 채널로만 한정하면, 테라 라이트는 2위 브랜드보다 1.4배 더 팔려 라이트 맥주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하이트진로는 예상보다 판매 속도가 빠르자, 초기 계획보다 생산물량을 1.5배 이상 늘렸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테라 라이트의 대형마트 채널 점유율 1위는 출시 초기 프로모션 등 마케팅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란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가정용 맥주의 가장 큰 판매처는 편의점"이라며 "대형마트에서 제조사가 대대적 프로모션을 하면 일시적으로 판매량이 올라갈 수 있어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오비맥주는 테라 라이트의 초기 호실적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최근 파리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오상욱 선수를 광고모델로 발탁,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오 선수가 등장하는 새 광고는 전날 공개돼 TV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화제다. 이에 맞서 하이트진로는 테라 라이트의 채널별 점유율 확대에 매진하고 있다. 가정 시장은 물론 주점 등 유흥 채널에도 동시공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라이트 맥주 중 유일하게 유흥용 500㎖도 출시했다.
주류업계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로 인해 라이트 맥주 점유율을 둘러싼 양사의 경쟁은 더 치열할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올해 라이트 맥주 판매량이 약 30% 늘어날 정도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술도 저칼로리 선호 현상이 뚜렷해 라이트 맥주는 당분간 대세가 될 듯 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