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배출 ‘지름길’ 찾아라…국내 제약계 오픈이노베이션 박차

입력 2024-08-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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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이노엔·동아·한미·신풍까지 산학연 협력 속속…제2의 렉라자 나올까

(사진제공=한미약품)
(사진제공=한미약품)

국산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계기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오픈이노베이션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바이오벤처, 대학, 연구기관까지 신약 개발 과정에 참여하면서 제2의 렉라자가 등장할지 주목된다.

2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에서는 주요 제약기업들이 산업계 안팎으로 공동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기업간 협력을 뛰어넘는 산·학·연 다자 업무협약이 활성화하는 분위기다.

HK이노엔은 최근 아이엠바이오로직스, 와이바이오로직스와 공동개발한 자가면역질환 항체 신약 후보물질 ‘OXTIMA’를 중국 화동제약에 기술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계약 규모는 계약금 800만 달러(약 109억 원)를 포함해 총 3억1550만 달러(약 4300억 원)에 달한다. HK이노엔은 계약조건에 따라 총 계약 규모에서 일정 비율 수익금을 수령하며, 출시 후 매출에 따른 로열티도 별도로 받는다.

동아ST와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는 이뮤노포지와 비만 치료 신약을 공동연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세 회사는 1개월 동안 약효가 지속되는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신약 후보물질은 동아ST와 뉴로보 파마슈티컬스가 확보하고 있으며, 여기에 이뮤노포지가 보유한 반감기 연장 약물 플랫폼 ‘ELP(Elastin-Like Polypep-tide)’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뮤노포지는 해당 플랫폼 기술을 미국 바이오텍 페이스바이오로부터 도입해 확보했다.

한미약품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세대학교, 제이디바이오사이언스 등과 대사이상 지방간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동물모델을 구축했다. 이들 기관은 베타세포를 파괴해 당뇨병을 유발한 실험 쥐에 고지방 식이를 유도, 당뇨와 비만을 동반한 대사이상지방간질환 동물 모델을 만들었다. 여기에 식욕 억제 호르몬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투여해 지방간, 간염, 간 섬유화 진행 억제 효과도 확인했다.

신풍제약은 한세광 포항공대(POSTECH)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연구한 무릎골관절염 신약 출시를 목전에 두고 있다. 양 기관은 2021년 당시 체내에서 분해속도가 조절되는 골관절염 치료제인 ‘히알루론산 하이드로젤’을 개발해, 해당 물질에 적용된 분해속도 조절 기술을 공동으로 특허출원한 바 있다. 최근 품목명 ‘하이알플렉스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으며,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업들은 오픈이노베이션이 신약 개발 비용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렉라자가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의 선례로 지목된다. 바이오텍, 중견 제약기업, 외국계 빅파마가 협력한 결실이기 때문이다. 각 협력 주체가 후보물질 발굴, 전임상 및 임상, 각종 인·허가 등을 담당해 개발과 상업화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고 지출을 분담했다.

유한양행은 2015년 7월 제노스코로부터 전임상 단계에 있는 렉라자를 도입했다. 제노스코는 국내 바이오기업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다. 이후 물질 최적화, 특허 확보, 임상 1상을 진행하고 2018년 11월 당시 얀센(현 존슨앤드존슨이노베이티브메디슨)에 한국을 제외한 개발·판매 권리를 약 1조 6000억 원 규모에 이전했다. 이번 FDA 승인은 존슨앤드존슨이노베이티브메디슨이 자사의 항암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 렉라자의 병용요법으로 신청한 건에 대한 결과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를 더욱 독려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렉라자의 성과에 대해 “국내외 기업이 협력한 오픈 이노베이션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한층 각별하다”라며 “지속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의 확산과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정부와의 민관협력 강화 등을 통해 제2, 제3의 FDA 승인 신약이 탄생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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