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명가' SM도 참전한다고?…플레이브가 불붙인 '버추얼 아이돌' 대전 [솔드아웃]

입력 2024-08-2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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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뛰어난 노래 실력, 칼 같은 퍼포먼스, 형형색색의 눈동자, 모공 하나 안 보이는 매끄러운 피부, 남다른 비율까지…

일반적(?)인 아이돌 그룹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버추얼 아이돌'의 이야기인데요. 최근 이들의 인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버추얼 아이돌이란 디지털 세상의 아이돌입니다. 현실이 아닌 2차원(2D)·3차원(3D)의 아바타(가상 인물)로 활동하는데요. '본체', 즉 실존하는 사람이 영화 '아바타' 촬영 현장 모습처럼 버추얼 장비를 착용하고 움직이면 2D 캐릭터도 이를 따라 움직입니다. 캐릭터 뒤의 실존 인물에 대해선 궁금해하지 않는 게 버추얼 아이돌과 팬 사이의 암묵적인 규칙이기도 하죠.

이들은 단순히 노래를 발매하거나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라이브 방송과 콘서트까지 진행하면서 인기를 끕니다.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인기가 좋은 것 아니냐'는 질문은 넣어둬야겠습니다. 버추얼 아이돌 그룹의 신곡이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최상위권에 오르는가 하면, 수많은 인기 그룹을 보유한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들도 일제히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데요. 데뷔까지 임박한 팀들이 있어서 향후 벌어질 '버추얼 아이돌 대전'에도 기대가 쏠리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9월 1일 일본 치바의 도쿄 교외에서 일본의 유명 캐릭터 하츠네 미쿠의 16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인형, 티셔츠 및 기타 물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AP/뉴시스)
▲지난해 9월 1일 일본 치바의 도쿄 교외에서 일본의 유명 캐릭터 하츠네 미쿠의 16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인형, 티셔츠 및 기타 물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AP/뉴시스)

버추얼 아이돌 1호는 누구?…하츠네 미쿠→키즈나 아이, 수억 명 홀렸다

버추얼 아이돌의 근원(?)은 일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버추얼 아이돌은 2007년 활동을 시작한 하츠네 미쿠(Hatsune Miku)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츠네 미쿠는 그해 출시된 음성 합성 프로그램 소프트웨어의 이름이기도 한데요. 이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악곡 창작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또 청록색 눈과 양 갈래머리의 깜찍한 캐릭터가 인기를 끌면서 슈퍼스타로 거듭났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각종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는데요. 23일 기준 유튜브 구독자 수는 무려 314만 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죠.

미쿠의 활약은 유튜브에 국한된 게 아닙니다. 2012년 3월 도쿄돔에서 단독 콘서트를 4회 진행했는데, 매진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입증했죠.

여기에 올해 4월에는 미국 최대 음악 축제인 코첼라 무대까지 섰습니다. 일반 가수들에게도 '꿈의 무대'로 통하는 코첼라에 최초의 버추얼 아티스트로 선 겁니다. 일본을 넘어 글로벌한 인기, 화제성을 입증한 셈이죠.

미쿠의 영향으로 일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도 지각 변동이 일어났습니다. 이후 2016년 데뷔한 키즈나 아이(Kizunna AI) 등 새로운 버추얼 아이돌이 속속 등장해 인기를 얻은 건데요. 지난해 기준 일본의 버추얼 아티스트 시장은 8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고 버추얼 유튜브 채널은 1만2000개, 구독자는 무려 4억5000만 명에 달합니다.

증권가도 버추얼 아티스트의 원조다운 모습입니다. 일본에서는 버추얼 아티스트를 양성하는 애니컬러, 홀로라이브(커버) 등이 상장까지 마쳤습니다. 23일 기준 애니컬러의 시가총액은 약 1498억 원, 커비의 시가총액은 약 1021억 원에 이릅니다. 버추얼 아이돌의 사업성이 시장에서 인정받는다는 거죠.

▲그룹 플레이브. (사진제공=블래스트)
▲그룹 플레이브. (사진제공=블래스트)

플레이브, Z세대 중심으로 인기 폭발…버추얼 아이돌의 매력은?

최근 한국에서 큰 규모의 팬덤을 거느린 버추얼 아이돌로는 단연 플레이브(PLAVE)가 거론됩니다. 노아, 예준, 은호, 밤비, 하민 등 다섯 명의 멤버로 이뤄진 플레이브는 지난해 3월 데뷔했는데요. 공식 팬카페 가입자 수가 10만 명에 달합니다.

놀라운 건 이들의 성장세입니다. 4월 진행된 플레이브 제작사 블래스트 기자간담회에서 이성구 대표는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걱정이 많았다. 데뷔 전 멤버를 한 명씩 유튜브로 공개할 때만 해도 시청자가 20명 남짓이었다"고 돌아봤습니다. 이 대표는 "그럼에도 계속해서 투자한 이유는, 작은 규모의 팬이었지만 열성적인 팬이 많이 계셨다. 그리고 '쇼! 음악 중심'에서 '기다릴게' 무대가 나간 후 반응이 크게 왔다. 이때 플레이브의 가능성을 확신하게 됐다"고 전했죠.

플레이브는 음원 성적으로도 인기를 증명했습니다. 20일 오후 6시 디지털 싱글 '펌프 업 더 볼륨!'(Pump Up The Volume!)을 발매, 각종 음원 차트 상위권에 안착하면서 화제성을 입증했습니다.

국내 음원 사이트 멜론에선 발매 후 오후 7시 핫100과 톱100 차트에서 각각 1위·6위로 진입했으며 21일 오전 0시 핫100과 톱100 차트 모두 1위를 탈환하는 쾌거를 달성했습니다.

해당 기록을 통해 플레이브는 올해 멜론 톱100차트 1위에 오른 최초의 버추얼 아이돌은 물론, 최초의 남자 아이돌 그룹이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올해 발매된 노래 아이유의 '러브 윈즈 올'(Love wins all), 비비의 '밤양갱', 그룹 에스파의 '슈퍼노바'(Supernova), 아일릿의 '마그네틱'(Magnetic) 등 수많은 히트곡이 톱100 정상을 차지했지만, 남자 그룹으로는 플레이브가 현재까지 유일합니다.

여기에 역대 멜론 톱100 1위에 오른 남자 아이돌은 그룹 빅뱅, 엑소, 방탄소년단(BTS), 세븐틴, NCT 드림 등 5개 팀에 불과합니다. 그 뒤를 이은 플레이브도 경쟁력 있는 남자 아이돌임을 확실시한 거죠.

이들의 인기 요인은 단순히 한 가지로 정리할 순 없습니다. 우선 과거 반짝인기를 끌었던 사이버 가수 아담과 달리 플레이브는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버추얼 아이돌이지만,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이들은 버블 등 팬 소통 플랫폼을 통해, 또 라이브 방송이나 콘서트 등을 통해 팬들과 긴밀히 소통하는데요. 유대감을 쌓으면서 탄탄한 팬덤까지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플레이브는 유쾌한 라이브 방송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멤버 노아도 2월 열린 두 번째 미니 앨범 '아스테룸(Asterum) : 134-1' 발매 쇼케이스에서 인기 비결을 묻는 말에 "음악은 이지리스닝으로 모두가 쉽게 접근하고 좋게 느낄 대중적 요소를 많이 담았다"면서 "일주일에 두 번씩 라이브 방송을 하며 소통하는데, 재밌는 요소들이 많다. 그런 부분을 많이 좋아해 주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가상 현실의 아이돌인 만큼 라이브 방송 도중 오류도 종종 발생하는데요. 이 같은 오류는 오히려 팬들 사이에선 '웃음 버튼' 중 하나일 뿐입니다. 실로 유튜브에는 '플레이브 오류 모음집', '멤버별 렉 대처법' 등의 제목으로 귀여우면서도 웃긴 모습이 담긴 영상이 수십만~수백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일부 팬들은 기술 발전으로 이런 오류를 보기 어려워지는 걸 아쉬운 점(?)으로 꼽기도 하죠.

비현실적(?) 외모, 높은 퀄리티의 노래와 뮤직비디오, 뛰어난 퍼포먼스 실력 등도 물론 인기 요인입니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악재로 분류되는 멤버의 사생활 리스크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도 뚜렷한 강점이죠.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대기업도 뛰어든 버추얼 아이돌 시장…제2의 플레이브 탄생할까?

플레이브는 버추얼 아이돌 시장 확대에 불을 제대로 댕겼습니다. 후발주자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요. 정보통신(IT) 기업부터 대형 엔터사까지 버추얼 아이돌 전쟁에 참전했습니다.

하이브는 6월 버추얼 걸그룹 신디에잇(SYNDI8)을 선보였습니다. 신디에잇은 하이브가 인수한 인공지능(AI) 오디오 기술 기업 수퍼톤에서 제작한 버추얼 걸그룹으로, 카나리, 네스트, 고요, 레이븐 등 4명의 멤버로 구성됐죠. '목소리'를 기반으로 구현된 가상세계인 낸시랜드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를 찾으려 한다는 세계관을 갖고 있습니다.

5월에는 딥마인드플랫폼에서 자체 제작한 버추얼 걸그룹 핑크버스(PINKVERSE)가 데뷔했습니다. 지나, 루리, 해나 등 3명으로 이뤄진 핑크버스는 첫 번째 디지털 싱글앨범 '핑크버스 : 콜 데빌'(PINKVERSE : Call Devil)에서 유성과 함께 지구에 도착한, 모든 행성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이자 선망의 대상인 3명의 소녀가 자신들의 유니버스에서 지구로 오기까지의 세계관을 보여줬습니다. 3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16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모았죠.

최근 '아이돌 명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첫 번째 버추얼 아티스트 나이비스(nævis)의 올해 3분기 데뷔를 공식화했습니다.

나이비스는 6월 그룹 에스파의 단독 콘서트에서 깜짝 무대를 공개하면서 에스파 팬들은 물론 K팝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는데요. 나이비스는 에스파의 세계관 속에서 에스파를 돕는 캐릭터로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했습니다. 리얼월드, 그리고 디지털 월드(광야)를 오갈 수 있는 포스(P.O.S)를 여는 능력을 통해 네 멤버들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수행했죠. 에스파 미니 3집 '마이 월드'(MY WORLD) 수록곡 '웰컴 투 마이 월드'(Welcome To MY World) 피처링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SM 버추얼 지식재산권(IP) 센터가 선보이는 나이비스는 최신 테크놀로지를 적극 활용해 다양한 플랫폼과 콘텐츠, 미디어에 맞게 유연하게 변화하는 플렉서블 캐릭터로 활동하는 것과 더불어 AI 보이스 기술을 통해 탄생한 목소리, 생성형 AI로 제작한 콘텐츠 등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여기에 최근 하이브 재팬은 플레이브와 협약을 체결, 플레이브의 일본 진출을 돕기로 하는 등 트렌드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SM과 하이브 산하에서 탄생한 유명 아이돌 그룹만 수십 팀입니다. 걸그룹부터 보이그룹까지 수많은 그룹을 성공시킨 사례가 있는 대형 엔터사들이 본격적으로 선보일 버추얼 아이돌에도 귀추가 주목되는데요. 과연 제2의 플레이브가 탄생할 기업은 어디가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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