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분기 만에 마진 하락전환 예상…PER 39배도 부담
연준 금리인하 가능성으로 투자자 선택지 많아져…수급 제한 우려
전기전자 업종 전망 엇갈려…“동반 약세” vs “우려 선반영, 영향 제한”
인공지능(AI) 수요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엔비디아가 글로벌 AI 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과 전망(가이던스) 수준이 글로벌 주식시장 및 IT 기업의 주가 방향을 단기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현지시간 28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시장 컨센서스는 매출 286억8000만 달러, 매출총이익률(GPM) 75.5%, 주당순이익(EPS) 0.64달러로 엔비디아의 가이던스(매출 280억 달러, GPM 75.5%, EPS 0.62달러)를 소폭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의 실적과 가이던스가 컨센서스를 큰 폭으로 상회하면 향후 주가 전망은 긍정적으로 전환될 수 있다. 4분기 수요 둔화보다 내년 AI 투자 지속 및 AI와 관련한 IT 기기의 교체 수요 증가, 반도체 성장도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선방한 실적 전망도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킨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는 이번 실적이 이전에 비해 어닝서프라이즈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소폭 상회해도, 3분기 가이던스가 컨센서스를 밑돌 가능성도 있다. 직전 두 번의 실적발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각각 16%, 9% 급등한 바 있다.
시장의 실적 눈높이는 엄격해졌다.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비트앤래이즈(Beat and Raise, 발표한 실적과 예상실적 모두 좋음)를 보였지만,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부진한 흐름을 보여왔다.
회사 측의 GPM 가이던스가 75.5%로 전 분기 79.1%보다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8분기 만에 처음으로 마진이 하락전환 할 것이라는 의미다. 엔비디아의 주가수익비율(PER)도 39배까지 올라서면서 2022년 이후의 평균 수준을 소폭 상회하고 있다. 그만큼 실적이 무언가를 더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가이던스와 컨센서스, 그리고 실제 발표치의 차이를 감안할 때 매출은 300억 달러, GPM은 77% 이상 나와야 시장의 실질적인 기대치에 부합하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이 정도 수준의 실적이 아니라면 지난 직전 두 번의 실적발표와 같은 강한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도 변수다. 금리 인하로 엔비디아를 비롯한 빅테크 이외에도 그동안 소외됐던 업종들이 관심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미 상반기 부진했던 부동산, 러셀 2000 등이 상당 폭 반등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엔비디아에 수급이 더 쏠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엔비디아의 주가 약세는 AI 전망 약세로 이어져 IT 기업들의 단기적 주가 약세 배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AI 성장 및 투자가 반도체 회복에 기여했으나 반도체 분야가 조정을 보일 경우 전기전자 업종도 동반 약세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반면, 김록호·김영규 하나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테크 업체의 주가가 우려를 선반영한 만큼 엔비디아의 가이던스가 실망스럽더라도 전기전자 업종에 속한 업체들의 주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