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미래 모빌리티용 신소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성능·고효율의 소재 기술로 경쟁력을 높이고 원자재 분야에서 발생하는 무역분쟁이나 국제 정세에도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핵심 부품의 원천이 되는 소재 역량 강화를 위한 3대 소재 개발 전략을 27일 공개했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소재 △모빌리티를 선도하는 혁신소재 △가상 검증 방식 구현을 통한 디지털 재료 등이다.
먼저 현대모비스는 지속 가능한 소재를 개발해 글로벌 환경규제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지속 가능한 소재는 재료를 재활용하거나 바이오 소재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차체 하단 긁힘을 방지하는 ‘로어암 보호커버’를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었다. 재활용 플라스틱 함량이 50%에 이르지만 기존 제품과 동일한 물성을 갖췄다. 유럽연합(EU)은 2030년부터 신차에 탑재할 플라스틱에 재활용 소재를 25% 사용하도록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보다 앞서 기준치 두 배를 뛰어넘는 신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그 밖에도 현대모비스는 운전석(콕핏) 모듈과 램프, 에어백 등 플라스틱 소재를 주로 활용하는 부품에 적용할 30여 종의 신소재를 개발 중이다. 친환경 바이오 분야에서는 목재를 활용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내후성(열이나 자외선에 변색·분해되지 않는 성질)을 강화한 소재도 개발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니켈과 같은 희소금속은 적게 쓰면서도 성능은 개선한 신소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전기차용 전력변환 핵심부품인 인덕터에 고가의 니켈금속을 줄인 신소재를 개발했다. 최근 10년 사이 가격이 6배가량 급등한 니켈의 함유량을 기존 50%에서 30%대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세계 최초로 니켈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니켈프리’ 신소재도 개발해 평가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 고속 충전용 배터리 냉각기술, 전자파 차폐 소재, 자율주행 센서 표면 코팅기술 등도 개발 중이다.
전통적인 소재 분야에 IT기술을 융합하는 디지털 재료 기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자동차 부품에 들어가는 다양한 소재특성을 가상으로 모사하고 예측해 정합성을 높인다. 인공지능(AI)으로 새로운 소재를 탐색하고,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재 특성을 자동으로 판정하기도 한다.
김미로 현대모비스 R&D기반기술연구실장 상무는 “ESG 대응을 위한 친환경 소재개발과 함께 디지털 기술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며 “소재를 다원화하고 대외 의존도를 낮춘 혁신소재를 개발해 모빌리티 경쟁력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모비스는 신소재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자동차 부품사로서는 이례적으로 100여 명 이상의 재료공학 연구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디지털 재료 분야로의 연구개발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다양한 전공자들의 채용도 활발하게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