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교육열의 끝없는 수요, 강남 부동산 불패 신화 고착”

입력 2024-08-2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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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한은-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공동 심포지엄서 폐회사
“그동안 구조조정보다 손쉬운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임시방편”
“구조개혁 추진 여유 없어, 단기 경제정책·구조개혁 함께 해야”
한은, 입시 ‘지역별 비례선발제’ 제언…총재 “서울대·연대·고대 결단하면 큰 파급효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작년 1월 3.25%에서 3.50%로 인상한 이후 13회 연속 동결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이투데이DB)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작년 1월 3.25%에서 3.50%로 인상한 이후 13회 연속 동결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이투데이DB)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교육열에서 파생된 끝없는 수요가 강남 부동산 불패의 신화를 고착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서울대학교 우석경제관에서 열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은 공동 심포지엄’ 폐회사를 통해서다.

이 총재는 27일 서울대학교 우석경제관에서 열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은 공동 심포지엄’ 폐회사에서 “지금 고민하는 것은 왜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지는 않고 조그만 충격만 있어도 급등하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는가 하는 문제”라며 이 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이 총재는 강남 부동산에 대한 초과 수요가 상시 잠재에 있고, 수요의 근저에는 입시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입시경쟁이 치열해지고 사교육이 중요해지다 보니 자녀가 학교에 갈 나이가 되면 서울로, 그리고 강남으로, 주택 구입이 어려우면 전세로라도 진입하고자 한다”며 “이후 자녀들이 대학에 입학하고 나면 또 다음 세대가 똑같은 목적으로 진입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초과수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아무리 보유세 등 세제나 다른 정책수단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 해도 집주인은 전세값 인상으로 전가하면 그만이니 해결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구조적인 제약을 개선하려고 하지 않고 단기적으로 고통을 줄이는 방향으로 통화·재정정책을 수행한다면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는 지난 20년과 같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이번 금통위 결정은 한 번쯤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 이번 정부가 지난 20년의 추세를 처음으로 바꿔주는 정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의 거시건전성 정책 공조뿐 아니라 문제의 근저에 있는 입시경쟁과 수도권 집중과 같은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혁도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해 날 때 지붕을 고쳐야 한다’는 격언을 언급하며 구조개혁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총재는 “수십 년간 증가해온 가계부채, 반복되는 부동산 문제, 미진한 연금 및 노동개혁 등을 볼 때 우리는 해가 날 때도 구조조정을 하기보다는 손쉬운 재정 및 통화정책을 통해 임시방편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고통이 수반되는 구조조정은 미루어 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더 안타까운 점은 이제 우리에게 해 날 때를 기다려 구조개혁을 추진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라며 “지금은 태풍만 아니라면 날씨가 흐려도 지붕을 고쳐야 하는, 즉 단기 경제정책과 구조개혁을 함께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한은 경제연구원은 이날 입시경쟁을 완화하는 방안으로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언했다.

이 총재는 “이 제안은 정부 정책이나 법 제도를 손대지 않더라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교수님들이 결단만 해주신다면 큰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나쁜 균형에서 벗어나는 단초를 제공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는 법을 바꾸지 않더라도 이를 지원해주고 더 많은 자율성만 부여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지역의 입학생 비율, 사실상 서울 또는 강남지역 입학생 비율이 학령인구 비율의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조정하는 정도로만 제도를 추진한다면 현재 학과별 선발제도의 틀을 유지하더라도 충분히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는 복합적이고 이해관계가 얽힌 구조적 이슈들이 단기 과제들과 맞물려 있다”며 “단기적인 재정·통화·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한 정부 간의 정책 공조와 장기적인 구조개혁을 위한 노력이 함께 동반돼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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