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강달러에 서학개미 환손실 전전긍긍

입력 2024-08-2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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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 금리인하 신호에 달러 약세 진입
주가 하락 상쇄 어려워져…배당금·이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강력한 금리 인하 신호를 비치며 달러화가 연중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에 미국 주식시장 상승세 등에 기대를 건 서학개미(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 환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31원에 마감했다. 26일에는 종가 1326.8원을 기록하며 5개월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 약 4개월 전까지만 해도 장중 1400원 선을 터치할 정도로 강세였던 달러화가 약세 흐름으로 전환한 상황이다.

이런 변화는 미 연준이 올해 9월 금리 인하를 단행하리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며 나타났다. 23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9월 정책금리 인하를 시사하고 빅컷(0.50%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어놨다. 이후 달러 가치가 연일 하락하며 달러인덱스(DXY)는 27일(현지시간) 100.56까지 떨어졌다.

서학개미는 약달러에 대응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국내 투자자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전날 기준 880억 달러에 육박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623억 달러)보다 약 30% 큰 규모다. 3분기 들어 미국 증시에서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산 종목은 ‘SOXL’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배 상장지수펀드(ETF)로, 매수 금액은 8억8381만 달러에 달했다.

이 밖에도 인베스코 QQQ트러스트 SRS 1 ETF(1억8750만 달러), 그래닛셰어즈 2배 롱 엔비디아 데일리 ETF(1억3577만 달러), 인텔(1억2354만 달러), 뱅가드 S&P500 ETF(1억2089만 달러) 등에도 서학개미 투자심리가 쏠렸다.

그러나 엔디비아를 비롯해 미국 반도체 종목들 주가가 최근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SOXL은 1개월간 약 11% 하락했다. 약달러 국면에 진입하면 주가나 투자상품 가격이 올라야 원화로 환산한 금액의 손실분을 상쇄할 수 있다. 지금은 이런 방향과는 거리가 먼 형국이다.

슈와브 US 디비던드 에쿼티(SCHD),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 국채(TLT) ETF 등 배당금이나 채권 이자를 정기 배분하는 상품들에 투자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원화 기준 분배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증시 불확실성을 피하려 인컴형 자산에 눈을 돌렸지만, 환율이라는 변수 앞에서는 이 역시 녹록지 않은 셈이다.

증권가는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성장률 전망이 완만히 상향 조정되고 있는 상황으로, 큰 그림에서 성장 차별화가 초래한 달러만의 강세 흐름은 종료된 것으로 생각한다”며 “미국 경기의 완연한 경로와 뒤처졌던 글로벌 경기 상승은 달러 약세 방향성을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국내 펀더멘털이 원화 강세를 유도하기는 쉽지 않아 달러·원 환율은 미 달러 향방을 따라갈 개연성이 높다”며 “한국 수출은 기저효과로 4분기로 갈수록 증가율이 낮아질 것이고, 수입 증가율은 두 자릿수 대로 올라왔기 때문에 대외 부문이 이끄는 원화 강세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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