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는 아동의 정상적 성장·발달을 저해한다. 특히 폭행을 동반한 신체적 학대와 성적 학대는 피해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행위로, 가장 극단적인 아동 인원 침해 유형 중 하나다. 더 큰 피해를 막으려면 조기 발견과 보호기관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미취학 아동에 대한 가정 내 학대는 발견이 어렵다. 아동의 단독 외부활동이 제한적이란 점에서 학대 발견은 어린이집, 의료기관 등 신고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들 기관 종사자는 신고 의무자임에도 신고에 적극적이지 않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2022년 학대 의심사례로 신고된 4만4531건 중 신고 의무자에 의한 신고는 1만5149건(36.3%)이었다. 대다수는 초·중·고교 교직원과 사회복지·아동복지 전담공무원,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다. 미취학 아동과 접촉 빈도가 높은 보육교직원과 의료인, 의료기사에 의한 신고는 647건에 불과했다.
어린이집, 의료기관 등의 신고가 저조한 이유 중 하나는 ‘보복 우려’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A 씨는 “지역사회에서 신고당한 부모가 신고자를 알아내는 건 쉬운 일”이라며 “신고자를 찾아내면 직접 보복하지 않더라도 신고자의 평소 행실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소문을 낼 것 같다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는 “신고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최근에 의료기관을 방문한 사람이나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누가 신고했는지 추측할 수 있다 보니 신고 사실이 쉽게 노출된다고 한다”며 “우리도 그 부분이 고민이기는 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있는 신고자 보호제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은 제10조의 3과 제35조, 제62조를 통해 신고자 정보를 누설·보도를 금지하고, 위반 시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도 2022년 이를 반영한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기준’을 제정했다. 여기에는 아동학대의 특수성이 간과됐다. 미취학 아동의 외부활동은 부모에 의해 통제되며, 이용하는 시설도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신고자가 소속된 시설의 유형만 알려져도 신고당한 부모는 신고자를 쉽게 추정할 수 있다.
실제 신고자 관련 보도는 대부분 상세한 신상정보가 아닌 소속 시설·기관의 유형이나 직업만 노출한 사례이지만, 일부는 학대 행위자가 신고자를 알아내는 계기가 돼 보복으로 이어졌다. 그런데도 제재가 없다. 신고자를 특정할 수 있는 신상정보를 보도해 처벌된 사례(부산지방법원 2023고정409), 학대 행위자의 신상정보를 보도해 처벌된 사례(서울서부지방법원 2020고정409)는 존재하나, 신고자의 소속 시설이나 직업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처벌된 사례는 없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신고자 정보를 일부라도 누출·보도하는 게 범죄라는 인식도 약화하게 된다. 이는 신고 위축, 아동학대 발견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는 “과거 한 의료기관에서 아동학대 의심 사례를 신고했는데 기자들이 신고자를 취재하겠다고 연락해 논란이 됐던 적이 있다”며 “신고자를 어떻게 보호할지는 계속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