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아동 인권 보고서 ⑤ 대한민국] "신고자 보호 강화하고 부모 인식 개선해야"

입력 2024-08-2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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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자 보호 필요성에도 수단 마땅치 않아…근본적으로 '자녀=소유물' 부모 인식 바꿔야

아동학대 예방 측면에서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신고자 보호다. 외부활동과 접촉대상이 제한적인 미취학 아동에 대한 학대는 보육·의료기관 등의 신고가 없다면 조기 발견이 어려워서다.

문제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 국무총리 주재 아동정책심의위원회에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상 신고자 보호 조항의 실효성 제고 방안으로 형사처분의 행정처분(과태료) 전환이 제안됐으나, 이는 공식적으로 검토되지 않았다.

전문가들도 부정적이다. 법무법인 인의 허용 변호사는 “신고자 보호 규정의 실효성을 높이는 건 당연히 검토할 문제”라면서도 “행정처분으로 갈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영의 김혜겸 변호사도 “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법 자체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은 “신고 의무자가 신고하지 않았을 때도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는데 그것도 제대로 안 된다”며 “처분 주체인 지방자치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처분할지도 의문이고, 인식적으로도 행정처분이 가벼운 처벌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방식으로는 아동학대의 특수성을 고려해 아동학대처벌법상 신고자 보호 규정을 분리·신설하거나, 신고 의무자만 가입·신고가 가능한 익명신고 플랫폼을 만드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 김상희 보건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은 “각각의 대안에 대한 실현 가능성을 따져봐야겠지만, 아동학대 신고자 보호는 꼭 필요한 상황”이라며 “방법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서적 학대나 방임 등 비물리적 학대는 신고로 예방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이완정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방임 등은 신고가 접수돼도 무혐의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며 “가령 아동의 위생상태가 현저히 안 좋다면 방임을 의심할 수 있는데, 그게 아동이 속한 가정에서 청결의 기준이 낮아 발생한 문제라면 학대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무혐의가 되면 부모는 이걸 근거로 자신의 양육방식을 정당화하거나, 주변인들을 더 경계하고 숨을 수 있다”며 “결국은 부모가 잘못된 양육방식을 고칠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근본적으로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유형을 불문하고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를 예방할 유일한 방법은 자녀를 ‘소유물’로 바라보는 부모의 인식을 바꾸는 것뿐이다.

김경희 가톨릭꽃동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모를 처벌하고, 부모를 나쁜 사람으로 모는 것으로는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예방교육을 확대하고 인식 변화를 유도해 애초에 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동에 대한 사회적 지지도 과제다. 이 교수는 “사회에선 아동이 부모로부터 악영향을 받더라도 이를 상쇄할 긍정적인 계기를 줘야 한다”며 “다른 표현으로는 회복 탄력성이다. 교사나 주변인들이 아동에게 ‘따뜻한 관계’를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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