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계약 5년 남았는데…민희진 vs 하이브 2라운드 본격 시작? [이슈크래커]

입력 2024-08-2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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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4월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4월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꼬꼬무'(꼬리에 꼬리는 무는 그날 이야기)가 아니라 '꼬꼬반'입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반박이 연일 나오고 있는데요. 공식 입장이 나오면 상대도 곧장 공식 입장을 내 해명과 반박을 이어가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 하이브와 자회사 어도어 민희진 전 대표의 이야기입니다.

어도어는 27일 이사회를 소집하고 새로운 인사를 어도어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습니다. 민희진 전 대표는 어도어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지만, 사내이사직은 유지하는데요. 또 그룹 뉴진스 프로듀싱도 계속한다는 설명이죠.

민 전 대표와 하이브의 공방이 이렇게 마무리되나 싶었습니다. 수개월 간 이어진 이들의 공방에선 상당한 잡음이 발생해왔는데요. 끝이 아니었습니다. 민 전 대표 측이 해임에 대해 '자의가 아닌 타의'라고 강조하면서 양측의 날 선 공방이 또 한 번 예고됐습니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신태현 기자 holjjak@)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신태현 기자 holjjak@)

어도어 "민희진 물러나지만, 프로듀싱 계속" vs 민희진 "위법한 결정, 일방적 통보"

어도어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김주영 어도어 사내이사를 신임 어도어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전했습니다.

민 전 대표는 토요일인 24일 대표이사 변경의 건으로 27일 이사회를 연다는 통보를 받았고, 이날 유선으로 이사회에 참석했다고 합니다.

그는 대표이사에서 물러나지만, 사내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뉴진스에 대한 프로듀싱 업무도 계속 맡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어도어는 이번 선임으로 제작과 경영을 분리하게 된 거죠.

어도어는 "제작과 경영 분리는 다른 모든 레이블에 일관되게 적용해 온 (하이브 산하) 멀티 레이블 운용 원칙이었지만, 그간 어도어만 예외적으로 대표이사(민희진)가 제작과 경영을 모두 총괄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민 전 대표 입장에선 하루아침 사이 역할을 축소 당한 셈인데요. 민 전 대표는 곧장 이튿날인 28일 공식 입장을 내고 반발했습니다.

민 전 대표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세종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해임 결정은 주주간계약과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결정에 정면으로 반하는 위법한 결정"이라며 "주주간계약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고, 법원 결정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민 전 대표 측은 "주주간계약은 '하이브는 5년 동안 민희진이 어도어의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의 직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어도어의 이사회에서 하이브가 지명한 이사가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며 "하이브는 5월 31일 '민희진 대표이사 겸 사내이사 해임안건'에 대하여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법원은 하이브가 이 안건에 대해 찬성하는 내용의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없다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민희진에게 이사 해임 사유, 사임 사유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하이브는 주주간계약의 해지를 주장하나 이는 아무런 근거가 없고, 대표이사 민희진이 주주간계약의 해지를 인정한 사실도 없다"고 했는데요.

어도어 이사회에서 전달한 '민 전 대표는 대표이사에서 물러나지만, 어도어 사내이사직은 유지한다. 뉴진스 프로듀싱 업무도 계속 맡는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명백한 거짓"이라며 "민희진은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해임된 것이지, 물러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어도어 이사회가 프로듀싱 업무를 담당시키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을 뿐이다. 마치 대표이사 민희진이 자신의 의사에 의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프로듀싱 업무만 담당하겠다고 한 것처럼 언론플레이하는 것은 대중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죠.

이번 이사회 결정 절차에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어도어 정관상 이사회는 일주일 전에 각 이사에게 통지하여 소집하게 돼 있는데, 어도어 이사회가 소집 결의한 임시주총에서 이사회 소집 통지 기간을 하루로 변경하는 정관 개정이 있었다"며 "대표이사 해임을 염두에 두고 대응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기 위한 사전 조치라고 강하게 의심된다"고 지적한 겁니다.

민희진 측은 "실제 어도어 이사회 의장 김주영은 24일(토)에서야 '대표이사 변경'이 안건임을 통지했다"고 부연했죠.

▲민희진(왼쪽) 전 어도어 대표, 김주영 신임 어도어 대표. (사진제공=어도어)
▲민희진(왼쪽) 전 어도어 대표, 김주영 신임 어도어 대표. (사진제공=어도어)

민희진 해임, 예정된 수순이었다?…어도어, '하이브 직할 체제' 돌입하나

민 전 대표의 해임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게 중론입니다.

어도어의 대표이사 전격 교체는 4월 하이브와 민 전 대표 간 갈등이 불거진 지 약 4개월 만입니다. 양측의 분쟁은 민 전 대표 등 어도어 일부 경영진이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정황을 확보했다며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히면서 공론화됐습니다.

이어 하이브는 5월 31일 임시주총을 통해 민 전 대표를 해임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법원이 민 전 대표가 낸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제동이 걸린 바 있는데요. 다만 해당 가처분 신청은 민 전 대표 자신만을 대상으로 했기에, 하이브는 민 전 대표 측근으로 거론되는 이사 2명을 해임했습니다.

빈자리는 하이브 측 인사 3명으로 채워졌는데요. 이때 선임됐던 인물이 김주영 신임 대표입니다. 김 대표는 당시 CHRO로서 이재상 당시 최고전략책임자(CSO·현 CEO), 이경준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함께 어도어 사내이사직에 올랐습니다.

이 같은 이사회 구성에 힘입어 어도어도 이번 대표이사 변경을 이뤄낸 것으로 보입니다. 상법상 주식회사 대표이사 변경은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들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이에 민 전 대표의 해임도 시간 문제라는 평이 나왔던 거죠.

새로 선임된 김주영 대표는 유한킴벌리 인사팀장과 크래프톤 인사관리(HR) 본부장 등을 지낸 HR 전문가입니다. 어도어의 조직 안정화와 내부 정비 역할을 맡는다는 설명인데요. 하이브 측 인사가 어도어 대표 자리에 앉으면서, 하이브가 사실상 어도어를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이브는 '때를 기다려온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5월 어도어 임시주총을 둘러싼 민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근거가 바로 이 주주간계약이었습니다. 이 계약이 해지되면 그의 대표직 유지 근거가 사라지는 겁니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의 동의 없이 주주간계약을 해지하고, 지난달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주주간계약해지 확인의 소를 제기했습니다. 통상적으로 계약해지는 상대에게 의사를 전달한 뒤에 효력이 발생합니다. 이후 통지를 받은 상대가 부당함을 주장하기 위해 계약해지통보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수 있죠.

그러나 하이브가 민 전 대표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하기 전에, 본안소송인 계약해지가 적법한지를 묻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기에 민 전 대표는 가처분신청 카드를 쓸 수 없습니다. 하이브가 미리 선수를 쳤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뉴진스 프로듀싱'은 민 전 대표에게 계속 맡긴다고 발표하면서 '뉴진스에는 민희진이 필요하다'는 명분 싸움 측면에서도 절묘한 수를 뒀습니다. 민 전 대표는 가처분 인용 뒤인 5월 기자회견에서 "뉴진스와 함께하고 싶다"는 희망을 드러낸 바 있죠.

경영권 찬탈 등 본질과는 거리가 있지만, 민 전 대표가 사내 괴롭힘(성추행)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거나 뉴진스 멤버들을 비난했다는 둥 후속 보도까지 이어지면서 민 전 대표에 대한 일부 비판 여론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민 전 대표를 압박해온 하이브는 결국 대표이사 교체를 이뤄냈고, 민 전 대표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졌죠. 어도어 사내이사로 남아 뉴진스 프로듀싱을 계속 맡거나, 어도어를 떠나는 선택지입니다.

▲그룹 뉴진스가 21일 오후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서 열린 SBS 2024 가요대전 서머 블루카펫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룹 뉴진스가 21일 오후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서 열린 SBS 2024 가요대전 서머 블루카펫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분간 갈등 지속 전망…민희진, 뉴진스 두고 내릴 선택은?

민 전 대표 측이 이번 입장문에서 "이번 대표이사 해임 결정은 주주 간 계약 위반이자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는 위법한 결정"이라며 못 박은 만큼, 양측의 갈등은 한동안 이어지겠습니다.

민 전 대표는 우선 하이브가 낸 주주간계약해지 확인 소송에서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순순히 주주간계약해지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건데요. 그도 그럴 것이 민 전 대표로서는 주주간계약해지에 따라 어도어 지분 매각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이브와 민 전 대표의 주주간계약에는 임기 보장, 주식매도청구권(풋옵션)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민 전 대표의 풋옵션 행사 가격은 '어도어의 최근 2개 연도 영업이익 평균치에 13배를 적용한 뒤 총 발행 주식 수로 나눈 금액'인데요. 계약 해지 전 민 전 대표는 어도어 보유 지분 18% 가운데 풋백옵션이 적용된 13%를 올해 매각하면 약 1000억 원을 벌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 바 있습니다. 민 전 대표가 4월 기자회견에서 "가만히 있어도 1000억 원을 번다"고 말한 그 부분입니다. 주주간계약이 사라지면 1000억 원대의 풋옵션도 날아간다는 거죠.

하이브가 주주간계약해지의 구체적인 사유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그간 공방 과정에서 상호 신뢰가 훼손됐다는 점을 내세운 것으로 추측되는데요. 이러면 민 전 대표는 해지 사유가 적절치 않다고 맞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 전 대표가 어도어 사내이사로 뉴진스 프로듀싱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사실상 역할이 크게 축소된 셈이기 때문이죠. 일각에서는 뉴진스 멤버들이 어도어를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 절차를 밟아 민 전 대표와 독립할 가능성을 거론하는데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전속계약서는 계약 해지 시기를 기준으로 직전 2년간 월평균 매출에 계약 잔여기간 개월 수를 곱해 위약금을 매깁니다. 어도어 연 매출은 2022년 186억 원, 지난해 1103억 원에 이르는데요. 2029년까지 5년가량 전속 계약이 남은 뉴진스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공개된 적은 없지만, 이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약 3000억 원 이상의 위약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 민 전 대표와 임원이 뉴진스의 계약 해지 비용을 6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한 카카오톡 대화도 하이브 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바 있죠.

민 전 대표는 28일 오후 채널A와의 통화에서 "저도 계획이 있다"며 결연한 의지를 다졌습니다. 그는 "지금 하이브와 일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이라며 "저도 제가 이기고 싶은 게, 선례를 좀 만들어야 이렇게 안 당하지 맨날 다 하이브에 당할 거 아니냐"고 말했는데요. 이어 "그래서 저도 한 번 죽기 살기로 해보는 것"이라고 강조했죠.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한 민 전 대표인데요. 본격적인 2라운드가 벌써 시작된 모양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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