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귀에 경 읽기”…R&D 예산 현장과 소통에도 아쉬움 남는 이유

입력 2024-09-02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가운데)이 28일 오전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방문해 차세대반도체연구소에서 '양자컴퓨팅과 반도체기술의 융합'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과기정통부)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가운데)이 28일 오전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방문해 차세대반도체연구소에서 '양자컴퓨팅과 반도체기술의 융합'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과기정통부)
‘연구·개발(R&D) 카르텔’로 불거진 예산 삭감 사태로 정부는 크게 반발한 과학기술계를 달래기 위해 청년 연구자와 과학자들과 릴레이 간담회에 나섰지만 허울뿐인 소통행정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일괄 삭감했던 기초연구분야 예산을 원상 복구하고 주요 연구개발(R&D) 예산을 역대 최대치인 29조7000억 원으로 책정했지만 연구 현장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부터 이공계 대학생, 청년 연구자, 과학자들과 현장 릴레이 소통을 진행했다.

이는 R&D 예산 삭감과 관련해 연구 현장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조치였다. 하지만 수차례 진행한 과기계와 소통 내용이 내년도 R&D 예산안에는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연구자는 “위에서 하라고 하니까 진행한 형식적인 소통의 기회는 많았다”면서도 “자발적인 의지를 갖고 문제를 해결하려기보다는 답을 정해놓고 와서 과학계의 ‘목소리를 듣고 무시하고’의 반복이었다. 꼭 소귀에 경 읽기 같았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계는 R&D 예산 복원에 안도하면서도 들쭉날쭉한 R&D 정책에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2028년까지 R&D 예산을 연평균 3.5% 증액시켜 2028년 R&D 예산을 30조5000억 원 수준으로 책정한다는 계획이다. 연도별로 재원배분 계획을 보면 2024년 26조5000억 원, 2025년 29조7000억 원(전년 비 11.8%↑), 2026년 30조 원(1.1%↑), 2027년 30조3000억 원(0.8%↑), 2028년 30조5000억 원(0.7%↑)으로 마련됐다. 내년을 제외하면 연간 증액률이 1% 미만 수준이다.

또 다른 연구자는 “예산은 돌아왔지만 정책 실패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대가가 너무 크다”며 “이미 짐을 싸고 연구 현장을 떠난 연구자들이 너무 많다. 유능한 과학자들도 당장 내년부터 연구비를 못 받게 돼서 손가락만 빨게 생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 예산은 역대 최대로 늘렸다고 했지만 내후년에는 또 어떤 구조조정을 단행할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역사적인 연구들은 대부분 우연히 작은 연구실에서 나와 산업화로 이어졌고 이게 과학의 역사”라며 “우리나라가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이나 독일 등 기초과학이 탄탄한 나라들은 정권이 바뀌든, 지도 교수가 바뀌든 관계없이 세대를 이어서 한 연구실에서 같은 연구를 이어가지만 우리나라는 지도교수가 나가면 연구 테마가 바뀌고 연구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R&D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거진 소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유상임 신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유 장관은 R&D 예산 삭감 과정에서 제기된 소통 부재를 해소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지난해 R&D 예산 삭감 과정에서 정부와 학계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장과의 대화에 업무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 장관은 취임 후 첫 연구현장 방문으로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를 택했다. 유 장관은 차세대반도체 연구소를 방문하고 KIST의 신진·중견 연구자들과 간담회를 가지며 출연연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알림] 이투데이, '2024 CSR 영상공모전'... 27일까지 접수
  • 2024 추석 인사말 고민 끝…추석 안부문자 문구 총정리
  • 북한, 추석 연휴에도 오물 풍선 살포
  • 한국프로야구, 출범 후 첫 ‘천만’ 관중 달성
  • 윤석열 대통령 “이산가족,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
  • 추석 연휴 극장가 이 영화 어때요 '베테랑2'·'그녀에게' 外[시네마천국]
  • “추석 연휴 잘 보내세요”…명절 노린 스미싱 문자 주의
  • 추석 연휴 무료 개방하는 공공주차장은?…'공유누리' 확인하세요!
  • 오늘의 상승종목

  • 09.1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78,238,000
    • -2.9%
    • 이더리움
    • 3,090,000
    • -3.2%
    • 비트코인 캐시
    • 421,200
    • -2.14%
    • 리플
    • 786
    • +0%
    • 솔라나
    • 176,900
    • -1.5%
    • 에이다
    • 445
    • -3.68%
    • 이오스
    • 630
    • -4.55%
    • 트론
    • 201
    • +0%
    • 스텔라루멘
    • 127
    • -2.31%
    • 비트코인에스브이
    • 62,000
    • -2.97%
    • 체인링크
    • 14,170
    • -5.41%
    • 샌드박스
    • 326
    • -3.2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