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차관의 연금 이야기] ⑧·<끝> ‘알토란’ 같은 국민연금기금

입력 2024-08-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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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익률 ‘자랑’
아직은 적립 많지만 급속 고갈돼
후손들 위해 개혁 더 미룰 수 없어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들의 생생한 의견을 듣고자 얼마 전 서울 관악구의 서울여상에 다녀왔다. 1926년 설립 이후 수많은 수재들을 배출한 학교답게 당시 만난 고3 학생 13명 모두 은행과 증권사 등에 취업한 재원이었다. “우리도 나중에 받을 수 있게 해달라”, “기금이 소진되지 않게 잘 운용해 달라” 등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알토란같이 소중한 국민연금을 잘 운용해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이번 기고에서는 국민연금 기금에 대해 알아보자. 국민연금은 1988년 1월 상시근로자 1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며, 가입 후 요율 3%의 보험료를 10년 이상을 납입해야 연금을 수령하도록 설계됐다. 그 결과 첫해에 5300억 원이던 기금 규모는 2003년 100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15년 500조 원, 2020년 800조 원, 올해 5월 말 1113조 원을 돌파했다. 이제 우리 연기금은 일본 공적연금(약 2188조 원)과 노르웨이 국부펀드(약 1993조 원)에 이은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자리매김했다.

기금운용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수익성으로, 미래세대의 부담을 최대한 줄일 수 있게 많은 수익을 내야 한다. 다음은 안정성으로 투자 자산의 수익률과 손실위험을 감안해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이외에도 공공성과 유동성, 지속가능성, 운용독립성 등의 원칙이 있다.

1988년 이래 국민연금 누적 수익률은 5.92%이다. 작년에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내외 높은 불확실성 속에도 수익률 13.59%, 수익금 127조 원의 역대 최고 성과를 냈다. 전 세계적으로 수익률이 낮았던 2022년의 -8.22%를 만회했고, 올해 들어서는 6월 말 기준 9.71%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해외 유수 연기금과 비교해도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낮지 않다. 기금운용본부 설립 이후, 2000~2023년 국민연금 평균수익률은 6.1%다. 일본 3.6%, 노르웨이 5.6%, 캐나다 7.0%, 미국 5.8% 등 웬만한 선진국이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기금수익률을 올리는 데 중요한 기구는 사용자와 근로자, 지역가입자 대표가 모인 기금운용위원회로, 기금운용의 주요사항을 심의·의결한다.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은 자산배분 결정으로, 이를 통해 수익률의 약 95%가 결정된다. 2024년 5월 말 현재 주식 47.3%, 채권 36.5%, 대체투자 16.1%의 비중으로 투자하고 있다.

지난 5월 기금위는 세계 주요 연금처럼 기준포트폴리오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정해진 자산군(주식, 채권, 부동산, 인프라, 사모)에만 투자해야 했으나 앞으로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정해 다양한 자산군에 투자할 수 있다. 기금위가 정한 포트폴리오 아래 자산군별로 투자하는 기관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다. 기금운용본부는 1999년 40명에서 현재는 486명의 조직으로 성장했다. 해외사무소는 2011년 뉴욕을 시작으로 2012년 런던, 2015년 싱가포르, 올해 샌프란시스코까지 확대된다.

이제 국민연금은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올 한 해에 걷는 보험료는 58조 원, 지급하는 급여는 39조 원으로 아직은 기금이 늘고 있지만, 2030년에는 수익보다 지출이 많아지고, 2040년 재정수지 적자에 이어 2055년에는 기금 소진이 예상된다. 기금수익률을 올리는 등 연금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에 따르면 기금수익률 1%포인트(p)는 보험료율 2%p와 같고, 기금소진을 5년 늦추는 효과가 있었다. 즉 수익률 4.5%일 때 기금소진 시기가 2055년이었지만, 5.5%로 1%p를 올리면 2060년으로 5년이 늘어나는 식이다.

고3 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는 “어항 속의 고래에 그치지 말고 국내보다는 해외에 눈을 돌려라”,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투자정보에 밝아야 하므로 금융기관이 밀집한 곳에서 일해야 한다” 등 다양한 주문이 나왔다. 이러한 모두의 바람을 담아 “역경을 이겨내면 역량이 된다”는 말처럼 국민연금도 개혁을 통해 더 든든한 국민 모두의 연금이 되길 소망한다.

오늘로 복지차관의 연금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이투데이에서 소중한 지면을 할애해 연금을 논의할 수 있게 해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8회에 걸친 기고문들이 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을 달성하는 자양분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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