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재명 사이에 낀 한동훈...위태로운 줄타기

입력 2024-08-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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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위메프·티몬 사태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위메프·티몬 사태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담 의제에 ‘채상병 특검법’이 포함되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다음 달 1일 열리는 여야 대표회담에서 두 대표는 채상병 특검법과 금융투자소득세, 25만 원 지원법을 공식 논의하기로 했다. 두 대표가 각 7분씩 공개 모두발언을 한 뒤 비공개 회담을 진행하는 형식으로, 시간은 총 90분 내외다. 양측은 “필요하다면 충분히 더 논의될 수 있다”며 회담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도 예고했다. 이에 ‘국가 발전’, ‘민생’, ‘정치개혁’ 등을 포괄하는 의제들을 포함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우려의 시각이 많다. 여권 관계자는 “지구당 부활 같은 의제들은 양당 대표가 한목소리를 내왔던 만큼 합의될 수 있겠지만, 이 의제는 회담의 결과로 내밀기엔 약소하다”라면서 “회담의 성과라 한다면 채상병 특검법이나 의료대란 해결인데, 이는 당 안팎 사정을 고려했을 때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채상병 특검법이나 의료개혁 등 쟁점 사안은 대통령실과 당 내부의 설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회담에서 결과가 나올 수 없다고 본다”라면서 “한 대표가 지금 여당 대표이지만, 독자적으로 무엇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회담 모두발언에서 채상병 특검법, 의료대란 등 쟁점 사안을 언급할 것으로 전해졌다. 4월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때처럼 여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시 이 대표는 안쪽 주머니에서 A4 종이를 꺼내 취재진 앞에서 15분간 메모지 내용을 읽었다. 여기엔 채상병특검법, 이태원참사 특별법과 김건희 특검법 등을 수용하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아이러니하게도 여권에선 한 대표가 합의안을 가져올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을 민주당과 합의한다면 당내 반발이 극심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권 관계자는 “야당과의 회담에서 빈손으로 돌아오기보다 대통령실과 마찰을 빚는 데 당내 의원들이 더욱 반발할 것”이라고 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권성동 의원은 30일 “현실적으로 대통령의 권력이 더 강하다. 설득을 해야지 말 한마디로 툭툭 던진다고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며 한 대표를 겨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향후 공개적으로 한 대표에 대한 비토 발언이 더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결국 당내 무게추는 한 대표에 쏠릴 것이란 일각의 해석도 존재한다. 6개월째 이어지는 의료대란 등으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비를 맞았다는 이유에서다. 30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율은 23%로 나타났다.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대통령은 4월 총선 이후 14번의 조사에서 연속 20%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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