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털사 부실 위기에 자본적정성 규제 '의문'

입력 2024-09-0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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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캐피탈사, 부동산 PF 부실 사태로 연체율 상승

(이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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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장기화로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부실 우려가 큰 가운데, 약한 고리로 꼽히는 캐피털사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형 캐피털사를 중심으로 '자본적정성' 지표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2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캐피털사들의 부동산 PF 관련 예상 최대 손실액이 5조 원가량으로 나타나 제2금융권 중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6월 말 기준 일부 중소형 캐피털사들의 PF 대출 연체율도 30~50%까지 급등했다.

은행이나 보험사와 달리 수신 기능이 없는 여신전문금융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주로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여전사들은 조달금리 상승에 고객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연체율도 높아진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캐피털사들이 수익성만 바라보고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지 않도록 규제하는 '자본적정성' 지표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캐피털사에 적용되는 자본규제 지표는 레버리지 배율이다. 레버리지 배율은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의 배율로, 총자산에는 자기자본에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조달한 부채까지 더해져 있다. 기본적으로 부채로 인식되는 채권 발행을 통해 대출 사업에 나서는 여전사들이 높은 배율을 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현행 레버리지 배율로는 각 캐피탈사 자산의 질적인 차이를 파악할 수 없다. 일부 캐피털사들이 실적 개선을 위해 수익성이 높은 위험자산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져가더라도, 단순히 총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현행 레버리지 배율에는 리스크 요인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최근 캐피털사들의 부실 위험이 증가하자 캐피털사에도 고위험 자산에 높은 위험가중치를 반영해 자본적정성을 산출하는 '위험기반 레버리지 배율' 기준 도입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캐피털사의 레버리지 배율 산출 시, 담보가 확실한 자동차금융, 주택금융, 일반 할부ㆍ리스에 대해서는 실제 자산의 50~75% 수준으로 가중치를 부여하고, 신용대출, 기업금융, 부동산 PF 등 고위험 자산에는 실제 자산의 125~150%의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자산 금액을 재조정하는 것이다.

이미 제1금융권인 은행에서는 국제결제은행에서 제시한 BIS 자기자본비율을 자본적정성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대출을 받은 개인이나 기업 고객들의 신용 리스크가 결국 부실의 가장 큰 위험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대출 고객들의 신용도에 위험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한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은행에 공식적으로 도입했다.

현행 캐피탈사의 레버리지 배율 규제는 신용등급이 낮은 캐피털사의 위험도가 과소평가되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2016년 말부터 최근까지, 자산규모 기준 상위 5개사의 위험가중자산은 8.6% 증가해 안정적인 데 비해, 하위 5개사의 경우 위험가중자산이 100% 넘는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며" 신용등급 기준으로 A 등급 이하의 중소형 캐피털사들이 기업금융, 부동산 PF 등 리스크가 큰 사업 비중을 높인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신사업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캐피털사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현행 레버리지 규제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재 위험기반 자본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캐피털사의 레버리지 배율에서는 실제 위험도와 무관한 자본규제로 인해 자본 운용이 효율적이지 못해 국내 캐피털사들이 해외사업을 통해 자산을 더 획득하기 어려운 구조다.

위험기반 자본규제를 도입하게 되면, 레버리지 배율을 낮출 수 있어 추가로 자산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위험도가 과대평가된 안정적인 캐피탈사들은 해외진출을 모색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캐피털사 관계자는 "실제로 은행뿐만 아니라 저축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대부분의 금융사들은 위험기반 자산에 따른 자본규제를 받고 있고, 카드사에도 위험기반 자본규제 도입을 금융당국에서 올해부터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PF 부실에 따라 가장 큰 손실이 예상되는 캐피털사에 대해서는 부실 위험이 방치되고 있는 상황으로 카드사와 마찬가지로 위험기반 자본규제 도입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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